“서로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부간의 믿음”
아내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아내의 모든 심리와 행동, 심지어 과거까지 자신의 것으로 소유하려는 증상을 우리는 흔히 ‘의처증’이라고 말한다. 반대로 의부증도 마찬가지다. 남편과 아내라는 말이 바뀔 뿐이다. 의처증 또는 의부증의 유병률은 1~4%이며, 대개 35~55세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사회적 요인이나 매스컴, 성윤리 의식의 변화 등으로 의처증과 의부증이 증가하는 추세다. 정신의학적으로는 망상형 장애, 정신분열증의 망상형, 알코올중독증 등 다양한 종류의 질환에서 관찰된다.
질투라는 감정과 의심의 사고가 결합
의처증과 의부증 환자의 특징은 그 나름대로 논리가 정연하고 배우자의 부정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그럴듯한 증거들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증거는 자세히 살펴보면 현실적인 근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신분석학적 이론에서는 내재된 동성애적 성향이 이런 병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하거나 또는 어렸을 때 기본적인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 된다고 한다. 뇌에서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활성의 변화가 이런 병을 일으킨다고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가설의 단계일 뿐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고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평소의 성격과 이러한 병의 발생에 관련이 많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의심이 많은 성격의 소유자가 이런 병에 잘 걸린다. 의처증과 의부증 같은 의심병이 심해지면 망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냥 한번쯤 의심이 드는 정도면 괜찮은데, 의심이 드는 순간 그걸 기정사실화하고 아예 소설을 쓴다. 문자메시지나 이메일을 훔쳐보기도 하고, 몰래 지갑을 열어 카드 영수증을 살펴보기도 한다. 심하면 속옷을 뒤집어서 확인하는 경우도 있다. 먼저, 의처증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가장 많은 경우가 남성 자신의 환경적인 이유로 애정결핍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경우다. 그 외에도 심각한 비교 콤플렉스, 복잡한 과거 여자관계 등이 원인이다. 한편,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의처증 남편에 대한 이야기는 흔하게 들어도 의부증 아내에 대한 사례는 찾기 어려웠다. 남편에게 예속된 삶을 살아왔던 여성들이 남편을 의심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권신장과 함께 여성들의 욕망 표현이 활발해지면서 부부관계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의부증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의부증이 의처증 환자보다 오히려 더 많다고 주장한다.
편집증의 다른 형태, 불안 양가 감정적 애착
의처증과 의부증은 편집증(Paranoid)의 한 형태이다. 편집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어렸을 때 부모와 자녀가 안전적인 애착관계를 가졌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애착(attachment)이란,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느끼는 안전과 안락의 느낌으로 애착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아이와 부모 간에 정서적인 유대감이 중요하다. 애착은 안정적 애착, 회피적 애착, 불안․양가 감정적 애착으로 구분되는데, 어렸을 때 어떤 종류의 애착을 경험했느냐에 따라 다르며, 불안․감정적 애착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의처증과 의부증의 증상을 보인다.‘불안․양가 감정적 애착’유형을 가진 사람들은 연인과 가깝게 지내려고 하지만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자기의 사랑이 일방적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에 매우 강한 집착을 보이고 감정이 수시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불안하고, 양가 감정적인 애착을 보이는 사람들에게서 의부증이나 의처증과 같은 편집증 증상이 나타난다. 때문에 의처증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은 사랑이란 아름다운 유혹 속에 상대방의 의처증과 의부증 기질을 관심과 애정으로 받아들이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그 정도의 간섭쯤이야 별 문제가 아니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의처증과 의부증의 뿌리는 깊고 깊어 쉽게 고쳐지지 않고 의처증이 있는 남편들은 아내의 사회생활을 허용하지 않고, 아내를 자기 영역 안에만 가둬두려고 한다. 만약 아내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더 잘 보이려고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면 아내에게 심한 폭행을 가하는 경우도 흔하다. 의부증 있는 아내들도 마찬가지로 남편을 지속적으로 의심하고 심한 경우 남편을 구타하고, 남편의 직장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사회생활에 간섭한다.
<의부증 사례> - 휴대폰 위치추적으로 고통 받는 남편

치료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의처증과 의부증 환자들은 자기망상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증거를 찾기 위해 도청이나 미행, 자백강요를 위한 폭력, 협박, 녹음기 및 비디오 촬영, 몸 검사 등도 서슴지 않는다. 환자들은 다른 면에서는 정상적인 행동 양상을 보이므로 고통을 당하는 배우자 외에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의부증과 의처증의 치료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의처증과 의부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성실하게 대하고 기본 적인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일단, 망상증의 일종이므로 항정신성 약물치료를 요한다. 이런 망상장애 환자들은 약물 사용에 대하여 의심이 많고, 피해적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므로 환자의 관계형성과 더불어 약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정신치료로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불신과 열등감이 많으므로 비판하거나 설득하려 해서도 안 되고, 비위를 맞추려고 해서도 안 된다. 한결 같이 단호한 태도로‘나는 당신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 지는 이해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고, 왜 자신이 그런 망상을 갖게 되었는지 통찰해주고 분석해주는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가족치료와 부부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부치료에 들어가기까지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만큼 불신으로 꽉 차 있게 되면 치료가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덮어두려고만 한다면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어 전문의와 상의해 조기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정신과에서는 의처증과 의부증을 가장 치료가 힘든 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랑하는 남녀 간의 질투는 본능적인 것이며 때로는 질투가 더욱 낭만적인 사랑을 만들기도 하고, 돈독히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본능으로서의 질투와 병적인 의처증 및 의부증은 정신 병리적 견지에서는 근본적으로 다른 현상이다. 오델로의 비극은 지극한 사랑이 부른 소유욕에 의한 양성(benign) 질투의 소산이 아니며, 병적 망상인 의처증에 의한 정신병적 행위의 처참한 말로다. 따라서 이런 저런 사회현상에서 자주 듣는 ‘의처증과 의부증’에 대해 보다 올바른 이해가 있어야 할 것이다. NP
<이주은 부부상담심리센터에 가다>

사실, 의처증과 의부증은 병이다. 어쩌면 의처증과 의부증의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일반적으로 식별하는 것은 어렵다. 일상행동은 그냥 정상인 듯 보이기 때문에 실제로 배우자가 아닌 다음에는 잘 알 수가 없다. 본인 또한 스스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믿기 때문에 상담이나 치료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오히려 나는 아무 문제가 없고 배우자가 문제이다”로 일관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상담이나 치료가 어려울뿐더러 아무리 좋은 관계를 유지해서 설득을 통해 상담실을 방문해 상담이 이뤄진다고 해도 예후가 그다지 좋기를 기대하는 것은 실상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려운 면이 있다. 상담을 하다보면, 대부분의 내담자들의 의부증과 의처증은 배우자에 대한 열등감과 자존감이 낮을 때 가장 많이 나타난다. 이런 성격형성은 당연히 어린 시절의 성장과정에 있는데, 부모로부터 억압이나 지시적인 성장을 하면서 불안과 두려움을 많이 느끼며 성장 했을 확률이 높은 경우, 오히려 애착이 형성 되어지지 않았을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의 결여로 실제 배우자가 아니면 본인 스스로는 심리적 자립이 어려울 때도 나타난다. 뚜렷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자를 믿지 못하고 어떤 의심 할 수 있는 증거를 끊임없이 찾아 헤매는 것 같은 행동에서 스스로가 가장 지치고 힘이 들며, 치료자 역시 의심의 대상으로 인식되어져 곤란을 겪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렇지만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물치료를 해야 하는 정도까지 이르지 않는 경우, 배우자의 협조 하에 진전을 보이는 부부상담 케이스가 많은 편이기도 하다.
- 의부증과 의처증의 대한 상담이 많이 들어오는지
사례는 많지만, 정신과가 아니기 때문에 부부상담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퍼센티지가 작든 크든, 의처증과 의부증라는 현상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더 절실한 문제이다. 특히, 휴대폰 위치추적이라는 문명의 이기가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 상담활동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상담이 우선순위이며, 강의를 나가게 되면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전예약제로 부부상담의 특성상 저녁 7시 상담이 많고, 토요일이 제일 바쁘다. 전화, 지방, 해외상담도 많다. 원래 일요일은 상담을 하지 않는데, 상담자가 도저히 일요일 밖에 시간이 되지 않는다고 간절하게 부탁하면 그때도 사무실에 나와서 상담을 해주고 있다.
-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담자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신뢰형성이다. 내담자와 이야기하다 보면, 상담이 잘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때 일의 보람을 느낀다.
- 행복한 부부생활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존중이다. 그리고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알아주고 인정해주며 존중해줘야 한다. 사랑이라는 보따리 안에는 구슬 세 개가 있는데, 존중과 인정은 신뢰를 낳고, 그 신뢰가 바로 사랑을 완성시킨다. 또, 사랑하는 마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사랑받는 느낌이다. 부부사이에서는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대신 조건이 있는데, 먼저 자신에 대한 셀프정신, 그리고 인정과 존중이 있어야 할 것이다. NP
신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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