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김의정 회장

과다한 사회복지 지출과 노사분규로 멍들어 가던 70년대 영국 경제를 되살려낸 인물은 철의 여인이라 불리었던 영국 최초의 여자 수상 마가렛 대처다. 당장의 일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일을 추진하는 뛰어난 성격의 소유자였던 마가렛 대처는‘해가 지지 않는 나라’영국의 자존심을 되찾게 해준 여성 지도자였다. 영국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그녀는 국가의 위기에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으며 권력을 가졌을 때와 떠날 때를 아는 훌륭한 정치인이었다.


과거 여성들은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소외당한 존재였다. 남성 위주의 정치에, 그리고 문화에 여성들은 자신의 의사표현을 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였다. 물론 역사에서도 당나라의 측천무후라던가 조선의 문정왕후처럼 강력한 권력을 손에 넣었던 여성들이 종종 등장하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여성 지도자들을 바라보는 역사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 혹은 능력 있는 지도자의 상은 언제나 남성들의 몫이었다. 세계 곳곳에 사회의 각 분야에서 능력 있는 여성 리더가 하나 둘 등장하고 있지만 선택받은 여성만이 뛰어난 리더십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러한 여성의 리더십 또한 남성의 것보다 결코 뛰어나지 않다는 편견은 여전하다. 특히 종교계의 경우에는 여성에게 있어 더욱 가혹하며 폐쇄적이다. 바티칸의 교황청이 아직까지 여성을 교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이러한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국내 종교단체의 유일한 여성 리더

▲ 김의정 회장
우리나라 7대 종단(宗團) 가운데 여성 교직자의 비율은 천주교가 전체 성직자(12,366명)의 68.3%(8,455명)로 가장 높다. 그리고 원불교가 전체 교직자(2,455명)중 58.5%인 1,429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불교계에 종사하는 여성 교직자의 수는 15,224명으로 전체 교직자(41,232명) 가운데 36.9%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독교는 전체 교직자(79,023명) 중 26%인 20,564명의 여성 교직자가 활동중이다. 대종교와 천도교의 여성 교직자 비율은 각각 48.9%와 43.5%이며 여성 교직자 비율이 가장 적은 종교는 유교로 전체 교직자 3만 1833명 가운데 여성은 2,623명(8.2%)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005년 조계사에서는 조계종의 신도운동 50년의 역사상 최초의 여성 신도회장이 탄생했다.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불교계 최초 여성 신도회장이 선출되었다. 이는 현대판 녹자모(鹿字母)의 탄생이다”라고 보도했다. 김 회장 이전의 국내 종교단체에서는 최고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여성의 모습은 거의 전무하였다. 종교계 최초의 여성 지도자가 된 김의정 회장은 당연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김 회장은 당시 회장직에 출마하면서“신도조직의 기능을 집중하고 신도회 구성원의 풍부한 인적자원을 잘 배분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함께 단체들과의 연대수준을 높여 신도회의 사회적 위상과 종단 내 위치를 굳건히 하는 것이 소신이자 신도운동의 포부입니다”라 밝힌 바 있다. 최초의 여성 회장인 김 회장은 열악한 신도조직의 위상을 새롭게 재고함으로써‘2005년도 불교계 인물조사’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김 회장은“사람들은 일반적으로‘리더=남자’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며 여성 리더는 언제나 예외적인 대상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여성에게 리더십은 더욱 많은 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지요. 과거 농경사회와는 다르게 첨단사회에서는 경험지식(tacitknowledge)이 중시되는 지식사회의 출현이 여성 리더십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라며 여성 리더의 등장이 우연한 계기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여성리더가 이끄는 중앙신도회

김 회장은“미국의 미래학자 펠스가‘미래 창조의 첫 걸음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다(Fels,A, 2004. Necessary Dreams : Ambition in Women's Changing Lives, N.Y : Panthoen Books)’라고 했듯 중앙신도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꿈이 크고 이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라며 중앙신도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김 회장이 이끄는 중앙신도회는 종단을 외호하는 조직으로 한국사회에의 참여를 도모하는 프로그램을 그 주된 사업 방향으로 잡고 있다. 중앙신도회 추진사업 중 눈에 띄는 것으로 지난 1955년에 결성된 불교신도운동을 평가하는 기념사업을 정리하고 불교계의 인재양성을 위한 <불교인재개발원(2006.7.13)>의 설립과 함께 의료사각지대를 위한 무료검진차량 <반갑다 *연*우야(2006.4.12)>을 꼽을 수 있다. 5·31 동시지방선거 당선자 축하법회(2006.6.12)를 비롯한 간화선프로그램과 고우스님의 육조단경 대강좌 등은 종단외호와 포교사업으로 의미 있는 것들이다.

2005년에 이은 제 2차 남북불교도합동법회(2006.9.2/금강산신계사)와 대북지원사업으로서 통일 사업을 추진하기도 한 중앙신도회는 청계천연등놀이(2006.5.4)등을 통해 신도회의 위상을 제고하는 계기도 마련하였다. 지난 2006년 10월 15일에는 올림픽 공원에서 시민들과 불자들이 함께하는 제3회 한강행복문화축제는 이러한 신도회의 기능과 역할을 안팎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또 중앙신도회는 중앙신도회관건립사업을 통해 신도조직의 구심체를 완성하려 했다. 회관이 건립은 상하좌우 의사소통을 하는데 결정적인 기능과 역할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불교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연결고리에 불교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김 회장은“잘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큰 박수를 부탁드리고, 잘못하는 일들에 대해서는 지적하는 것과 더불어 해결방법을 찾는데도 지혜를 모아주셨으면 합니다”라고 하며 중앙신도회가 추진하는 사업들은 개인의 힘으로는 완성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을 설파하였다.

한국의 다도를 바로 세우다

“술을 권하는 나라는 망하고 차를 즐기는 나라는 흥한다”라는 말이 있다. 예부터 예(禮)를 숭상한 우리민족에게 있어 차는 곧 차례(茶禮)였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차가 몸과 마음에 좋다는 인식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친자연적인 삶의 여유와 몸과 마음의 조화를 꾀하는 건실한 차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차가 이만큼 보급이 된 것은 초의선사와 일지암이라는 아이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초의선사는 41세 때 두륜산 산속에 다정(茶亭)인 일지암을 지어 81세로 입적할 때까지 살았다. 산 중턱에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는 일지암에서 초의선사는 오직 차와 벗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적인 다서인『다신전(茶神傳)』과『동다송(東茶頌)』을 지었다. 다선일미(茶禪一味)의 사상을 창안한 초의선사는 다성(茶聖)이라 일컬어진다.

▲ 차밭을 가꾸는 김의정회장
한국의 차문화는 삼국시대 이래 르네상스를 맞이한 고려시대 때에 관청으로 다방이 설치되었고 차를 마시기 위한 고려청자 등이 개발되었으며 팔관회·연등회 등의 국가행사를 통해 발전하였다. 하지만 유교문화의 영향과 차문화의 일본이전으로 우리나라의 차례와 다도는 변형되기 시작하였다. 다례(茶禮)는 곧 차례다. 많은 사람들이 차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가지고 있다. 일본 다도를 우리나라의 다도라 착각하고 왜곡하여 일본풍 다례를 취하고 있다. 또한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조상제사나 차례에서는 차를 사용하였으나 오늘날에는 가정에서는 술로, 사찰에서는 물로 바뀌었다. 또한 인사법이나 절하는 방식은 일본식 예절로 차문화가 표현되었으며, 우리나라의 차문화에 대한 올바른 교육의 부재는 차문화 방식의 변용을 불러왔다. 이는 일본 식민지문화정책의 잔유물이다. 명원 김미희 선생은『한국사·상고사』를 비롯한『동다송』등 차문헌 연구를 통한 한국 최초의 차문화 학술대회를 개최하였으며 한국의 차문화 실태조사·한국 최초의 전문다도구 제작과 해남 대흥사 일지암 복원, 우이동의 ‘녹약제’라는 다실(茶室)의 원형복원과 명원민속촌을 건립하여 국민대학교에 기증하는 등 한국 다도계에서의 선구자 역할을 한 인물이다. 명원문화재단은 이러한 한국 다도의 선구자인 명원 김미희 선생의 의지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 차문화와 다도의 종가로 명원 다례 전수관, 한국 명원 차 문화연구소, 명원 다도 대학원, 삼청각 명원 차 문화원, 운현궁 예절학교, 지리산 명원 다원(茶園), 전국 지부와 지회, 해외 지부에서 명원 다인을 육성하고 있다.

한국 다도(茶道)계의 최고 권위자

다례는 전통다실과 더불어 정치, 경제, 사회문화, 건축, 공예와 도예, 의식, 다식 등의 음식과 꽃꽂이 등 종합예술로 이루어진 문화산업의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중앙신도회의 김의정 회장은 현재 불교신도단체의 수장일 뿐만 아니라 국내 차(茶)문화를 선도하는 최고의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 27호 궁중다례 의식 보유자인 김 회장은 성균관대 명예문학박사와 다인(茶人)으로서의 지(智)와 중앙신도회, 명원문화재단, 한국다도총연합회 등을 이끌고 있는 여성 리더로서 덕(德)을, 교육사업과 종교활동, 차문화 보급 등으로 체(體)를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7호의 궁중다례 의식 보유자

명원 김미희 선생의 뒤를 이어 명원문화재단의 이사장으로 있는 김의정 회장은 명원 선생의 업적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일본식 차문화의 극복을 위해 유학생들과 가까운 다인들과 함께 노력하고 있다. 2007년부터 덕수궁 전관헌 건물에서 일반인들에게 차문화를 보급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김 회장은 또한 홀트아동복지사업과 연계해 다례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의 다례교육은 한국인의 자존심을 드높이는 계기를 마련해주며 국경과 남녀노소 상관없이 진행할 수 있는 최상의 프로그램이다. 다도교육은 대화 없이도 사람들의 친숙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또 국제문화로 성장하여 국가의 문화트랜드화를 가능하게 하는 산업방안이다”라고 하며 김 회장은 다례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녀는“일본의 다도가 경직된 격식을 중시하는 것이라면 한국의 다례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우아한 품격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며, 어린이를 포함한 청소년들이 찻잔들기 하나만 배우더라도 자신을 높이고 남을 위하며 물건을 중시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다”고 하면서 다도가 충효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가장 전통적이며 우수한 교육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하였다. 또한 차문화에 관련된 학술세미나의 개최를 통해 전통다례법을 궁중·사원·접빈·생활 다례법으로 다시 정리한‘명원다례법’을 공식 발표함으로써, 우리나라 전통다례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차문화의 시원이 되었다. 또한 한국 다문화 연구를 위하여 명원 다례서, 명원 다문화 논문집을 발간하였으며, 한국 전통 다례 재현, 문화체험, 문화교류 행사와 후원으로 우리나라 차의 예식, 예절, 차문화를 국내와 세계에 널리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06년 10월 한국 다도의 종가인 명원문화재단에서<제11회 명원차문화 대상시상식과 백제다례>를 복원하였는데 이는 우리나라 차문화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밝히는 중요한 작업이 되었다. 김 회장은“차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차문화의 발전과 교육, 문화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 국제적인 관광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국가를 대표하는 한국의 문화로 발전시킬 수 있는 산업형 브랜드화를 만들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 기업 그리고 전국의 다인들에게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다”며 차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전국민적인 참여를 촉구하였다.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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