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뉴스피플=전은지 기자] 저소득층, 장애인과 같이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은 어떤 부당한 상황에 놓여도 억울함을 호소하기가 어렵다. 특히 범죄 사건과 같은 중대한 일에 엮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그들 편에 서서 안타까움을 공감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있다.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을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파산 변호사’라고 소개하는 박준영 변호사. 그에게 왜 파산과 재심이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지 궁금하다.
(이 기사는 ‘시사뉴스피플’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박준영 변호사는 JTBC ‘말하는 대로’에 출연해 변호사의 능력을 성적, 학벌,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능력이 있어야 보통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화려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대학도 1학기만 다닌 것이 전부인 고졸학력에 섬마을 출신이며, 사법고시도 커트라인을 거의 딱 맞춰 턱걸이로 합격을 했다.
그런 그가 ‘파산 변호사’로 불리는 이유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재심사건 등을 맡기 때문이다. 그는 “변호사를 시작 전 아버지께 빚을 2억 정도 물려받은 것이 있었다. 그 빚을 갚다가 재심사건이나 탈북자 사건을 맡게 되면서 빚을 더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그 후 수임료를 받지 못하며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스토리펀딩’으로 시민들에게 재심 사건 등 상황을 말하고 모금운동을 했다. 모금운동은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3일만에 1억이라는 엄청난 금액을 모을 수 있었다.
재심사건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 박 변호사는 방송에서 “저에게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변호사가 인정받으려면 내가 맡게 될 사건에 의미있는 결과를 내면 되는 것이다. 재심사건은 남들이 꺼려하고 결과를 내기 어려운 사건이다. 그런 사건에 의미있는 결과를 내면 내 존재감이 부각될 것”이라고 솔직히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진심은 다른 데에 있었다. 박 변호사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익활동이 필요한 시점에 변호사들이 저의 사례를 보고 용기내서 이런 일에 뛰어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영 변호사가 맡은 대표적인 재심 사건으로는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사건’이 있다.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은 5명의 가출 청소년, 2명의 지적 장애인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지만 죽였다는 누명을 받았고, 강압수사에 의해 범행을 자백,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범인으로 지목돼 징역 10년형을 받은 최모군, 그러나 2003년에 진범이 나타났다. 만기 출소한 최군이 2013년 재심을 청구하자 사건 담당 경찰관이 목숨을 끊기도 했다.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사건’은 지적 장애인 A씨 등 3명이 범인으로 지목돼 구속 9개월만에 징역 3~6년형을 선고 받았다. 특히 이 사건은 17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박 변호사는 “잘못된 수사와 재판을 했지만, 진범이 자수를 했음에도 혐의가 없다고 풀어주는 잘못을 저질렀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죄 판결을 선고 받은 피해자들은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그들에게 잘못을 저지른 공권력들이 반성을 하지 않고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들의 공통점은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들이나 미성년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자이며,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는 점이다.
박 변호사는 이렇게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 편견과 차별 속에서 부당함을 당하지 않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그는 “저도 학벌, 배경 등 편견에 따른 한 명의 피해자”라며 “그래서 국선 사건을 많이 맡게 됐다. 많으면 하루에 4~50건도 맡았다”며 그러던 중 자신의 인생을 바꾼 ‘수원 노숙소녀 살인사건’에 대한 변호를 맡게 된다.
이 사건은 지적장애를 가진 노숙청소년 2명이 억울하게 혐의를 받았고, 담당 검사는 “노숙을 해서 들고양이 같은 야생성을 가지고 있다”라며 그 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이야기 했다. 이런 편견 때문에 강압적인 수사가 진행되는 것이며, 아이들이 사람을 죽이지 않았음에도 죽였다고 자백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믿어달라”고 말하는 절규의 편지가 증명했다.

박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들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자백하는 것”이라며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한다. 그들도 충분히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 모습이 하찮고 나약해도 얼마든지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면 편견을 쉽게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변호사는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공권력의 폐해를 저지른 이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사법 피해 사건에 대해 지속적인 시민들이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는 자신이 먼저 부당한 편견과 인식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나설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그는 자신보다 남들을 먼저 도와주느라 ‘파산’ 위기에 처했어도, 자신을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파산 변호사’라고 칭한다. 경제적인 여건은 파산에 가까울지 모르지만, 변호사로서의 정의감은 그 누구보다도 가득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