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집에는 문학과 그림과 음악,
그리고 사람들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더라

사람들은 이외수라는 작가를 떠올리면서 어떤 상상을 하고 있을까? 기인이라는 그 흔한 평가 한 마디로 그를 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그에게는 직접 만나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가 존재하고 있다. 나 역시 그를 만나기 전에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그의 분위기를 만나고 나서야 철저히 부수어 버릴 수 있었다. 그는 막강한 내공을 지닌 작가였다.

임보연 기자

정말이지 마음의 여유라고는 눈곱만치도 없을 때, 이외수 작가를 만나기 위하여 기차를 탔다. 여느 때 같았으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풍경이라도 감상했을텐데, 잠깐의 잠에 빠져들어 긴장을 풀고 있었다. 기차의 느린 리듬에 서서히 몸이 적응해가고 어느 순간 눈을 뜨니 가을비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물방울이 맺힌 창문이 자꾸 시선을 붙들었다.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했다. 푸른 산이 초록 강이 그리고 가을을 알리는 코스모스가 말이다. 그것이 춘천 가는 길이었다.

이외수 작가는 현재 춘천에 살고 있다. 11월에 화천으로 이사를 간다는 소식을 들어 안타까운 마음에 춘천 그의 집으로 인터뷰를 하기 위하여 갔다. 격외선당이라고 이름 지어진 그의 집은 춘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들 했다. 그 사실을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하여 길치와 방향치라는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집 위치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춘천으로 향했다. 그리고 한림대 병원 정문까지 무사히 도착하고 나니 살짝 막막해졌다. 실험정신으로 무장하고 근처의 슈퍼로 들어가서 살며시 물었다.“혹시 이외수 선생님 댁 아세요? 이 근처라던데. 왜 소설 쓰시는 분인데요...”라며 구구절절 설명을 하는데 슈퍼집 아저씨 한마디로 나의 물음을 일축해 버렸다.“바로 요 다음 골목에 가면 보여요.”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다음 골목 어귀에 들어서니 사진으로 익히 보아 알고 있던 그의 집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격외선당, 참으로 반가웠다. 초인종을 누르니 나이 어린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알고 보니 이외수 작가 밑에 있는 문하생이었다. 그리고 나를 처음으로 맞은 것은 대문 근처에서 어슬렁거리던 큰개와 작은개였다. 큰개는 사람을 무척이나 따르는 모양새이다. 문하생이 이외수 작가에게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자, 개와 나 단 둘이 남았다. 낯선 사람이 찾아오면 짖기도 하고 으르렁거리기도 해야 정상일 것 같은데 조용하다. 아무래도 낯선 사람들의 방문이 많은 집이다 보니 이방인에게 익숙해져 있는 모양이었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며 눈을 껌뻑인다.

집필실로 쳐들어가다

문하생의 안내를 받아 계단을 올라가니 그의 집필실이다.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집필실 안에는 이외수 작가 이외에 또 한 명이 있었다. 멀리 대구에서 찾아온 이외수 작가의 팬이라고 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통신상에서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 큰 맘 먹고 그의 집을 찾은 것이다. 통신이라는 단어와 그가 관리하고 있는 홈페이지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고 있자니 오히려 더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그의 집필실에서 그의 오랜 팬과 기자 세 명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는 기상 시간은 참 늦은 편이었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혹은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밤 시간을 좋아하듯이 그 역시 늦은 밤에 작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결코 많은 시간을 잠에 할애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시간에 대한 그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듣게 되었다.(문하생 한 명이 늦잠을 자고 있는 것에 대하여 한 마디 할 요량이었던 듯싶다)사람들 모두 똑같이 24시간을 부여받는다. 그리고 이외수 작가의 경우 하루 서너 시간의 잠을 잔다. 그렇게 되면 평균 8시간을 꼬박 자는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하루를 28시간 쓰게 된다는 이론이다. 그러한 시간이 10년이 쌓이면 월등한 차이가 된다는 것이다. 시간이라는 속박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그의 시간에 대한 관념은 꽤나 계산적이고 철저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의 관리 안에서 그의 작품들은 탄생했던 거였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차부터 한 잔씩 하자고 권했다. 그리고나서 문을 열어준 문하생이 찻물과 찻잎 등을 함께 가지고 들어왔다. 이외수 작가의 집에는 두 명의 문하생이 있었다. 해마다 여름과 겨울 방학 때 문학연수를 하고 있는데, 그 중에 두 명이 휴학을 하고 1년씩 집에 머물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란다. 이야기가 계속 되는 동안 끊임없이 찻잔을 채워주는 문하생의 손길이 참 자연스러웠다. 차를 권하는 작가의 손길 역시 정이 있어보였다. 권하면서 하는 말이 일반적으로 재배를 하는 녹차 잎이 아니라 야생에서 자란 녹차 잎을 재배한 것이란다. 그래서일까. 녹차의 맛이 참 좋았다. 홀짝거리며 마시는데, 이외수 작가는 벌써 몇 잔째인지 셀 수 없을 만큼 차를 연신 마시고 있다.
집필실에는 최신형의 컴퓨터가 있었다. 그것도 맥이다. 컴퓨터 이야기로 잠시 넘어가보니 그 방면에서도 또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자면 46년 개띠 중에 맥을 쓰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자기밖에 없을 거란다. 그런데 맞는 말 같다. 맥을 쓰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소수인데 그것도 46년생(우리나라 나이로 예순이다)이라면 거의 없을 듯싶기도 하다. 이어지는 그의 맥 컴퓨터 예찬론.“이거 만드는 놈들은 정신이 살아있어. (불빛이 깜빡이는 모니터의 전원을 가리키며)이거 코고는 거 봐(웃음)...”
그러더니 갑자기 컴퓨터 프로그램을 뒤적인다. 그리고는 그가 처음으로 작곡한 노래를 들려주었다. 처음 만든 곡이라 서툴고 세련미가 없다며 들려주었지만 그 나름대로 멋스러움이 느껴지는 곡이었다. 사실은 음악의 좋고 나쁨을 따지기에 앞서 그가 작곡이라는 분야에서까지 손을 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철가방 프로젝트에서 작사가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글이라는 것에서 통하는 부분이 있어 이해가 쉬웠지만 작곡까지 한다는 것은 뭔가 뒤통수를 맞은 듯 한 충격이었다. 처음 작곡한 노래를 중간에서 끊더니 다음에는 얼마 전에 퍼포먼스에서 사용했던 음악이라며 또 한곡의 노래를 틀어준다. 유목민의 정서를 담은 노래라는 그 음악을 듣고 있으려니 창밖에 내리는 빗소리와 어우러져 왠지 서글픈 기분이 들게 했다. 집을 옮긴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말로 이외수 작가의 마음에 돌을 던져 보았다. 그는 아쉽다는 말을 연신 했다.“아쉽다. 아쉽지. 많이 아쉬워... 내가 여기서 책을 몇 권을 썼는데...”
갑자기 공기라도 환기시킬 요량이었는지 먼데서 왔는데 추억의 연예인이라도 부를까 한다. 그러더니 문하생에게 이남이 씨에게 전화를 걸어보라고 했다. 이남이 씨를 기다리는 동안 다시 그의 컴퓨터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들었다. 그는 컴퓨터로 음악도 만들고 그림도 그리고 홈페이지에서 그의 팬들과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특히나 컴퓨터로 그린 그림은 한 눈에 보아도 보통 실력이 아니다. 독학으로 한 것이어서 오히려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한 번은 카이스트의 학생들이 그를 찾아와 컴퓨터로 그린 그림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직접 자신들 앞에서 시범을 보여 줄 것을 요구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직접 그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더니 놀라더란다. 그래서 한마디 해주었단다.“너희는 배워서 하는 거니까 그렇다. 나는 내가 창조를 한 거다. 남들 할 줄 아는 거 나도 하는 건 별재미가 없다.”
사실 그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상태라면 그의 나이를 가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가 써내는 소설에서 오늘날의 세태를 읽는 젊은 감각도 또 표현하는 단어 하나하나의 생동감도 어느 것 하나 시대에 뒤처지는 것이 없다. 그의 우스갯소리가 이어졌다.“지금도 채팅방에 들어가면 나이 모르지. 나이 밝히면 강퇴야. 초딩이나 중딩 방에 들어가면 안 밝히지. 물어보면 점점점점(....)허허. 채팅방에서 대화하고 그런 것들에 익숙해지면서 괴물 이후부터 책에서 통신 용어를 종종 쓰고 있지.”
이번에 그가 쓴 소설<장외인간>에서도 주인공이 초등학생과 통신상에서 대화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참 재미있고 생생했다. 다 그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 그랬나보다.

믿으면 진실일 것이고 때로는 진실도 믿지 못하면 거짓이 된다

요즘 이외수 작가와 관련한 이야기 중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바로 달의 지성체와의 채널링이 그것이다. 달의 지성체라... 생소하고 또 생소하지만 들은 이야기가 있기에 물었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요즘도 집필실에서 제자들과 함께 교신을 한다고  했다. 제자 중 한 명의 의식을 분리하여 그 의식을 달로 보낸다는 것이다. 눈으로 봐도 못 믿는 것이 지구인이라며 달의 지성체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역시도 처음 1년 동안은 의심을 했다. 현재의 우리의 이론이나 과학으로는 증명할 길이 없으니 말이다. UFO라는 존재 역시 우리의 과학으로는 설명을 못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채널링이라는 것 역시 설명을 하기 참 어려운 일이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자신들은 달에 사는 지성체라고 한단다. 그들과의 대화가 가능하다니 문득 궁금해졌다. 어떤 언어로 대화가 이루어지는지 말이다. 언어는 우리 언어로 대화를 한다고 했다. 그쪽에서는 변환이 가능하므로. 그리고 말의 소통이 아니고 의식의 소통이므로 별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달의 지성체 역시 지구인에게 궁금해하는 것이 있었을까?“며칠 전에 궁금한 게 있다고 하더라. 니들 날씨에 의해서 몸이 변하나 묻더라. 그래서 나이 들면 쑤신다고 했다. 마음도 달라지고... 그들이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 아니라 대화의 순조로움을 위해서 물어본 것 같다. 어쨌든 내가 지구 대표니까. 대변을 하고 있다. 원래부터 달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던 것일까? 그는 추석날 태어나서 아무래도 달에 관심이 간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이 정서상 달에 대해서는 태양보다는 애정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소설 <장외인간>에서는 주인공이 달의 실종과 관련하여 세상에서 혼돈을 겪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소설의 집필과 달의 지성체와의 채널링이 연관이 있는 것인가? 소설의 집필이 지성체와의 교류보다 조금 먼저 시작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채널링이 시작되고 나서 이미 썼던 소설500매 가량을 폐기 처분하고 다시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성체와의 채널링을 통해 무엇을 얻고 있는 것일까.“그들이 논리적이다 보니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나 같은 경우 늑골에 금이 가서 고생을 했었다. 입원하면 글 쓰는 리듬이 끊어져서 문제가 있다. 채널링을 하다가 물었더니 뼈가 부러졌다고 하더라. 금이 갈 때가 돼서 금이 간 거라고 하더라. 친구 지간인데 자세히 좀 알려달라고 했더니 인간의 의식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물질이 물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물을 하루에 2리터씩 마시라고 했다. 그랬더니 나흘 만에 나았다.”또한 그 친구들을 통해서 철학적으로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고 했다. 의식의 문제와 우주의 해석에 관해서 의식의 성장을 가져왔다고 말이다. 이외수 작가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조금 다른 친구를 가지고 있는 거다.”그는 자신을 지극히 지구적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달 친구의 평가에 따르자면‘철저하게 지구를 사랑하는 놈’이란다.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이야기를 공개한 이유는 단순하다. 진실이니까.

그의 소설, 그의 친구

이번 그의 소설<장외인간>역시 세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존재함과 동시에 표현에 있어서는 독자들에게 웃을 수 있는 충분한 요소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와의 잠깐의 대화를 통해서도 일 수 있었듯이 그는 유머를 아는 사람인 듯 했다.“우리 민족 자체가 슬픔과 고난을 많이 겪어왔다. 그것의 해소로 해학이 있어온 것이다. 그리고 해학이라는 것은 어떤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한 것이다. 오늘날의 사람들은 정체성을 상실해서 쉽게 분노하고 쉽게 화를 낸다. 단지 직장 하나 그만뒀다고 지하철로 직진을 하더라. 물론 단지가 아니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거다. 의식의 깊이가 없기 때문에 쉽게 좌절하고 마는 거다.”
사람들은 이외수라는 사람이 왠지 세상과 등을 지고 글을 쓸 것이라는 예상들을 쉽게 하곤 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지 않은가.“대개 벽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저울에 이외수를 올린다. 그래서 각자 자신이 이외수를 한 명씩 가진다. 그런데 나는 사실 벽이 없이 사는 사람이다.”같은 맥락으로 사람들이 이외수 작가에 대하여 정의를 내릴 때 기인이라는 표현을 한다. 이러한 표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나?“자기처럼 안 살면 기인이지. 기이한 건 내가 아니고 세상이지. 사실... 우주에서 나는 딱 나 하나이다. 차이점과 공통점이 모두 있을 것이다. 꼬집으면 아프고, 밥 먹으면 배부르고. 다 마찬가지이다. 단지 해석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슬픔이나 고통을 해석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화천으로 옮기는 준비는 잘되어가고 있나? 오래 머물러서 옮겨야 할 짐들도 많을텐데 말이다.“마음의 준비 하나면 되지 않겠어?”
그리고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하긴 나도 손님인데 말이다. 가수 이남이 씨가 멋진 보라색 꽃무늬 바지를 입고 방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그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활기를 띄어갔고 웃음은 더욱 자주 터져 나왔다. 이남이 씨 역시 이외수 작가의 작품들을 빼놓지 않고 읽는 모양이다. <장외인간>에 대하여 한마디로 요약하는 것으로 그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장외인간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 아니겠어.”그러면서 이외수 작가의 사인회 일정까지 꾀고 있는지 그의 앞으로의 사인회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간다. 그러더니 이외수 씨가 꺼낸 말 한 마디가 가슴에 남는다.“세월 순식간에 지나갔어. 하나 쓰고 밖에 나가면 4,5년은 지나가고. 이번엔 좀 빨랐지. 나이 드니까 속도가 느려져. 체력이 딸리니까. 소설은 엄청난 지구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니까.”이에 대해 이남이 씨가 한 마디 거든다.“이제 쉬엄쉬엄 써야지.”
그들의 오고 가는 말의 폼새가 한 두 해를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닌 듯하다. 죽이 척척 맞아 보인다고나 할까.“우린 다 비참할 때 만났어. 노가다 생활할 때.(이남이 씨의 얘기로‘울고 싶어라’를 부르기 전이었다고 한다)처음 만난 날, 비가 무지 왔지. 만나자마자 술 마셨지. 몇날 며칠을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이외수 작가는 사람들을 하나 둘씩 모으고 있었다. 비가 온다고 말이다. 아무래도 사람들과의 술 한 잔 생각이 간절한가보다. 그는 문학을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하고 사람들을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천도복숭아와 개살구, 술과 담배

그가 살고 있는 춘천이라는 도시는 문화, 예술의 도시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은 관심이 없다고 한탄을 한다. 춘천과 예술이라는 단어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고. 하지만 도통 관심이 없어하는 모습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한다. 문화와 예술이라는 기조를 버리고 레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하여 노력하는 춘천의 모습에 아쉬움을 표하며 퇴계선생의 이야기를 했다.“낙향해서 서당을 할 때, 손자가 와서 공부를 한 적이 있어. 근데 어느 날부터 안 나오는 거야. 그때도 입시전문학원이 있었던 거지.(웃음)거기 가서 과거를 준비한다고 말이야. 퇴계가 말했지. 뜰 앞에 천도복숭아를 두고 멀리 가서 개살구를 줍고 있구나. 춘천에 얼마나 좋은 예술가들이 많은데... 사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게 대부분의 시와 군이긴 하다. 대부분이 개살구를 줍고 있는 거지.”
그는 참으로 담배 피기를 즐기는 사람이다. 인터뷰 중에도 쉼 없이 담배에 불을 붙이고 끄고를 반복한다. 원래 8갑씩 피우던 것을 지금은 4갑으로 줄인 것이라고 했다.“KT&G에서 상상 로고를 만들어 달래더라. 그럼 평생 피울 담배를 제공하겠다고 얘기가 되었다.”담배를 피울 때 죄인 된 기분으로 피워야 한다면서 서울 가서 식당을 갈 때 요즘에는 어느 식당이 맛이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는지 찾기 바쁘다는 것이다. 끊으려고 스트레스 받아 죽는 것이 훨씬 빠를 것이란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홈에 글을 남겨놓았다.‘악착같이 오래 살겠다. 그래서 기자들이 건강 비결이 뭐냐 물으면, 담배다... 라고 대답을 할 것이다.’
현재 술은 많이 자제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가급적이면 백세주 한 병으로 제한하려고 하지만 쉽지는 않다고 했다.“우리는 술을 마시면 몇 잔, 몇 병이 아니라 몇 박 며칠로 들어가니까...허허.”
그는 독자들이 자신의 글을 읽어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자신의 글을 읽고 재미있다 혹은 감동을 받았다고 이야기할 때가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또 한 번 언급되는 수치. 이번에는 독서량이다. 우리나라 국민 1년 평균 독서량이 1.8권이라고 했다. 문자를 사용하는 생명체는 인간이 유일한데, 글을 읽지 않겠다는 것은 인간이기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의 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이제 쓸데없는 건 안 봐도 살 수 있는 나이라는 건가보다. 그래서 눈이 나빠지는 거구나 싶다.”
어느 순간에는 정말로 속세에 충실한 사람인가 싶다가도 또 어느 순간에는 세상을 다 알아버린 도인 같이 중요한 이야기를 무심한 말투로 전하기도 했다. 문학의 정신에 대해서 고뇌하는 작가이기도 웃음의 미학에 대한 철학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다. 글을 쓸 때에 그 단어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며 써 내는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없을 것이다. 하나의 단어마다 생명을 불어 넣어 문장이 살아있고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그래서 책이라는 존재가 하나의 생명이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이는 사람, 그 사람의 직업이 바로 작가인 것이다. 점점 정신이라는 것에 대하여 고민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그것에 대하여 진지하게 성찰하고 냉철하게 충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인 작가 이외수와의 만남이었다.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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