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이라크의 혼돈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지난 2006년 12월 30일 새벽(현지시각) 수도 바그다드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라크 두자일 마을에서 시아파 주민 149명의 학살을 주도한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지 불과 나흘만의 일이었다. 한편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의 사형 집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으로 유포되어 이를 둘러싼 파문은 계속 확산되고 있다.


▲ 사담 후세인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2006년 12월 26일 사형선고를 받았으며 나흘 뒤 바그다드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지난 2006년 12월 30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의 사형 집행을 두고 세계 각국은 환영과 비난의 엇갈린 반응을 보였으나 대체적으로는 후세인의 사형 집행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이라크 전 참전국인 호주는 “사담 후세인의 처형은 전쟁으로 찢긴 이라크에 중요한 순간이라면서 호주는 사형에 반대하지만 이라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영국도 “사형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후세인이 자국 국민에게 저지른 끔찍한 범죄에 대해 죄값을 치른 것”이라 전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이라크 국민에게 메시지를 보내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주권의 완전한 회복과 안정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며 화해와 국가적 단합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인도와 파키스탄, 스리랑카의 정치와 종교 지도자들은 사형집행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과 일본 등 상당수의 국가들은 후세인의 사형 집행에 대한 논평을 회피하였다.

사담 후세인, 그는 누구인가

아랍어로 저항하는 자라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은 1982년 집권 당시 자신의 암살을 기도했던 두자일 마을의 시아파 주민 140여 명을 학살한 혐의로 기소되어 지난 2006년 12월 26일 사형 선고를 받았다. 1937년 이라크 북부 티크리트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후세인은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아돌프 히틀러를 숭배하는 삼촌에 의해 양육되었다. 18세에 바그다드로 상경하여 학생 운동 등에 참여했던 그는 1957년 바트당에 입당해 굴곡 많은 정치생활을 시작한다. 1957년 압델 카림 카셈 대통령의 암살 시도 후 다리에 부상을 입고 약 4년간 해외로 도피했던 후세인은 1964년 수감되지만 2년 뒤 출옥하여 바트당의 첩보원으로 활동을 개시한다. 1968년 바트당의 정권 탈환을 위한 쿠데타를 성공시킨 그는 혁명평의회 부의장으로 임명된 후 고속 승진하여 1979년 대통령으로 추대됐다. 집권 이후 20여 년 간 개인숭배와 억압적인 통치를 계속해왔던 후세인은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8년간의 참혹한 전쟁을 지속하였다. 하지만 국민들의 희생만 남긴 채 휴전으로 끝을 맨 이란-이라크 전쟁의 결과에 만족하지 못했던 그는 또다시 1990년 쿠웨이트를 침공하여 걸프전을 촉발하였으나 미군 주도의 연합군과 유엔안보리 제재결의안에 굴복해 개전 45일 만에 항복하기도 했다. 압제로도 악명높은 후세인은 연좌제를 통해 자신의 정적들의 가족과 친구를 모두 처형해 단체로 땅에 묻었다. 탈영병들의 귀를 잘랐으며 외화 밀수입자들은 잡히는 족족 사형을 선고했던 그는 매춘부 수 십명을 참수시키기도 했다. 후세인은 3번의 결혼을 통해 슬하에 6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그를 그대로 빼닮은 아들 우데이와 쿼사이는 고문과 강간 등으로 악명이 높았다. 이들은 미군의 이라크 침공 4개월만인 2003년 7월, 이라크 모술 지방에서 미군과 전투를 벌이다 숨졌다. 5개월 후 고향 티크리트 인근 토굴 속에 숨어 있다가 미군에게 검거된 후세인은 2004년 이라크 임시정부로 인계된 후세인은 예의 ‘두자일 사건’으로 이라크 특별재판부에 기소되어 법정에 섰으며 2006년 11월 5일 교수형을 선고받았다.

후세인 사형 집행 동영상 유포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비밀 사형집행을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 한 편이 공개처형보다 더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죽음을 앞둔 후세인의 비장한 표정과 그를 모욕하며 춤을 추는 시아파 사형집행인들의 상반된 태도가 공개되면서 이라크 내 종파분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교도관 2명은 후세인 면전에다 후세인의 정적이자 자신들이 추종하는 반미급진성형의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의 이름을 연호하며 “지옥에나 가라”고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후세인의 사형집행 동영상은 이라크 정부로서는 전혀 예기치 못했던 일이었다. 정부 내 수니파 각료들조차“사형집행에서 최소한의 관용도, 제대로 된 법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는 비난을 퍼붓고 있으며 국내외 인권단체들 역시“법과 정의에 의한 단죄가 아니라 야만적인 복수행위일 뿐”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이라크 내 수니파 주민들은 그간 끊이지 않는 종파 분쟁 속에서도 무장세력보다 현 정부 정당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였으나 동영상 공개 후 급격히 후세인 시절 집권세력인 바트당 중심의 과격 무장단체를 지지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상황이 의도와 정 반대로 진행되자 이라크 정부는 욕설을 퍼부었던 교도관 2명과 이를 동영상으로 유포시킨 다른 교도관 1명 등 3명을 체포했다. 후세인 사형 집행 동영상 유포 파문을 두고 국제사회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후세인이 저지른 범죄만큼이나 반인륜적인 이 같은 행위는 후세인에 사형 판결을 내린 이라크 법정의 정당성을 다시 한번 의심케 하고 있으며 수니파의 분노를 촉발해 종파간의 분쟁을 더욱 극심하게 몰고 가고 있는 것이다. NP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