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파업결의, 그러나 누구를 위한 투쟁인가

현대자동차 성과금사태

국내 노동계의 강성노조의 대명사로 불리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7월 설립 이후, 지금까지 94년 한 해만 빼고 매년 파업을 벌여왔다. 작년까지 횟수로 보면 20년 중 19년을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한 셈이다. 그런 현대차 노조가 새해가 밝은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파업으로 얼룩진 2007년을 출발했다.

현대자동차가 연말 성과급 차등 지급에서 비롯된 노조의 파업과 관련, 미지급 성과급 50%를 조건부 지급하기로 하고 지난 1월 17일 극적으로 20일 만에 타결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이날 야간 조부터 정상조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대차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기업을 넘어서 국가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그 비난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사태의 발단과 노조의 반발

▲ 지난 1월15일 파업에 들어갔던 현대자동차 노조원들이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현대자동차 윤여철 사장은 작년 12월 28일 노조사무실을 방문해 연말 자동차 생산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임금협상 합의서대로 연말 성과금을 100%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한 뒤 성과금을 지급했다. 지난 2006년 임금협상 당시 연말 성과금을 ‘생산목표 100% 초과 시 150%, 95% 초과 시 100% 지급’하기로 합의했으며, 결국 연말 생산 목표 164만 7천대에 2만8천730여대에 모자라는 98.25% 밖에 달성하지 못했기에 합의대로 100%만 준 것이 사태의 발단이 되었다. 회사는 매년 생산목표 달성 여부에 관계없이 성과금을 지급해 온 관례를 깨고, 임금협상 합의서대로 성과금을 준 것이다. 이에 현대차 노조는 즉시 반발해 차등지급을 통보받은 날부터 잔업과 특근 거부에 들어갔다. 심지어 일부 노조원과 간부들은 지난 1월 3일 울산공장 문화회관에서 열린 시무식장에 난입해 분말소화기를 뿌리고 폭력을 휘둘러 윤여철 사장 등에게 부상을 입혔으며, 기물을 파손했다. 또한 울산공장 본관 로비 점거농성과 본관 앞 텐트농성을 벌였고, 10일에는 울산과 전주, 아산공장 등에서 모두 1만5천여 명이 서울로 올라와 본사 항의집회를 가졌다. 그들은 성과금 50%에 대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12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파업을 결의, 15일과 17일에는 부분파업을 벌였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해부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 소속된 전국 사업장의 조합원은 4만 3000여명에 이르나, 정작 노조를 이끄는 사람들은 20년간 노조투쟁과 함께 이론으로 무장된 1000여명의 활동가들이다. 강성노조의 대 명사 현대차 노조는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11차례의 파업을 벌인 바 있으며, 이는 한국경제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는 전투적 노사관계의 중심에 있다. 1987년 출범한 현대차 노조는 이후 1991년 성과급투쟁, 1998년 정리해고 투쟁을 거치면서 20~30여명의 ‘보스형 노동운동가’들을 탄생시고, 이들 대부분은 현대차 노조원 출신이다. 현재 노조 내에는 10여개의 현장조직들이 있으며, 이 조직들은 각각 50~200명씩 모두 1000여명의 활동가를 보유하고 있다. 현장조직들은 집행부 선거 때만 되면 개별 또는 통합 연대후보를 내고, 평소에는 각각의 파벌을 형성, 다른 조직이나 집행부의 활동을 견제하거나 감시한다. 한편, 작년 말 현대차 노조에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선언한 신노련이 등장하였는데, 노조는 물론 현장조직들이 반기를 들고 징계를 주장하고 있다. 노동운동은 투쟁적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노련은 상생과 타협주의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노조는 그들을 현장조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파업은 끝났지만, 그 후폭풍과 계속되는 비난

현대차 노조는 2007년 2월말 까지 2006년 사업계획 대비 생산목표 미달 대수와 2007년 1월 생산목표 미달 대수를 만회하는 시점에 목표달성 격려금으로 50%를 주는 이른 바 ‘조건부 성과금’ 지급에 최종 합의했다. 한편, 회사는 박유기 노조위원장 등 노조간부 22명에 대한 고소 및 고발과 10억 원 손해배상청구소송 등을 철회하라는 노조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회사 측은 파업으로 인해 자동차 2만1682대, 3204억여 원의 생산손실을 입었으며, 노조 역시 미지급된 성과금 50%를 다 받는다고 해도 1인당 수령액은 8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파업과정에서 잔업과 특근 거부로 1인당 100만 원 이상의 급여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명분 없는 노조의 강성투쟁과 이에 대한 회사 측의 안이한 대응이 결합해 파업의 연례행사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 일색이다. 현대차 노조의 연례파업은 당사자인 현대차 측에 생산차질, 대외적인 이미지 하락 등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고유가와 환율위기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협력체와 지역경제에 고통을 안겨줬다. 게다가 현대차 파업사태가 일단락 됐지만 노조의 요구에 떠밀린 타협이라는 비난으로 현대차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시민들은 원칙 없는 사태 해결로 해마다 파업사태를 되풀이하는 회사 측과 잦은 불법 파업으로 국가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노조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이다. 또, 녹색소비자연대는 해마다 파업이 반복되고 있지만 개선점 없이 오히려 가격인상과 출고지연 등으로 소비자들의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현대차 협력사들은 파업에 따른 매출 감소와 그동안 발생한 생산손실을 채우기 위한 몰아치기식 생산에 따른 인건비 상승 및 원자재 조달의 어려움 등의 큰 피해를 입고 있다.
현대차의 파업은 매년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로 이제 더 이상 잘못된 관행에 대해 마냥 손 놓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회사와 노조, 그리고 정부는 원칙에 입각한 합리적인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대충 마무리 짓겠다는 사고방식과 눈치 보기식의 속 들여다보이는 노조 대응법을 버리고, 상생의 노사관계로 발전해 나가길 간곡히 부탁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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