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가지는 고유의 분위기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을 변화시킨다. 때로는 여유롭게 때로는 생기 넘치게 때로는 감상에 젖어들게 만든다. 인사동이라는 거리는 전통이라는 분위기를 기조로 삼고 개성 넘치는 가게들과 갤러리들 그리고 거리의 악사들과 예술인들이 모여들어 하나의 느낌으로 규정지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임보연 기자

그곳에서 사람들은 모두 느긋해진다. 걸음이 여유로워지고 시선도 한 템포씩 뒤로 밀린다. 사람들이 인사동이라고 지칭하는 거리가 시작되면 순간, 공기의 분위기가 달라진다. 좀 더 다정해지는 분위기가 어색하다고나 할까? 길거리를 거닐 때, 종종걸음으로 빨리 걷던 사람들도 주위를 돌아볼 여유를 찾게 되고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눈인사를 할 수도 있다.
엄마 아빠와 나들이 나온 아이들이 있고 우리나라를 찾은 이방인들이 한국의 정취를 느껴보겠다고 그 거리를 찾았으며 젊은 연인들이 한 때의 추억을 만들기 위하여 찾아 들었다. 그들 모두 인사동 거리를 기억 속에 공유하고 있다. 그들이 각기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인사동의 모습 모두가 바로 인사동인 것이다.

인사동은 매일이 축제다
인사동이 가지고 있는 다채로움은 마치 축제와 같은 느낌이다. 축제는 이미 거리의 초입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다른 거리보다 좀 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넘쳐났으며 전통이라고 불리는 우리의 것들이 어색하지 않게 현재의 우리 모습과 공존하고 있다. 또한 갤러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예술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갈증을 해소시켜주기도 한다. 그 축제에 참가하기 위하여 오후시간을 인사동 거리를 거닐며 보냈다.
인사동을 찾은 날은 막걸리 축제가 한참이었다. 때문에 사람들이 시음회에서 제공한 종이컵을 들고 홀짝거리며 거리를 걷는 재미난 풍경을 볼 수 있었다.‘독일은 맥주축제, 프랑스는 와인축제, 우리는 막걸리축제’라는 구호 아래 열리고 있던 그 축제는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인간적인 행사였다. 굳이 예쁘게 포장하려 하지도 않았으며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사람들을 불러들이지도 않았다. 그저 막걸리의 진한 냄새와 그 맛의 유혹이 사람들을 자연스레 모이게 만들고 있었다. 인사동 골목 곳곳에서 지역별로 회사별로 막걸리를 시음하는 곳이 있어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를 맛볼 수 있었다. 물론 그런 기회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않은가. 쌀막걸리부터 시작하여 누룽지 막걸리, 콩막걸리, 포도막걸리 등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한 막걸리들을 마셔보았다. 생각 같아서는 좋은 사람들과 파전을 안주 삼아 본격적으로 막걸리를 마셔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하였으나, 인사동을 좀 더 제대로 느끼기 위하여 자제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사동 길을 걷고 있는데 묘하게 생긴 탈 것 하나가 눈앞을 지나간다. 생긴 것이 놀이공원의 기구처럼 생기기도 하였는데, 앞좌석에 사람이 타고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뒤에는 한사람 정도 더 태울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른바 벨로 택시라고 불리는 그것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유유히 인사동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인사동에는 참으로 신기한 볼거리들이 쉬지 않고 모여들고 있었다. 궁금증이 일어 지나가는 벨로택시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다짜고짜 사진 한 장을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다. 흔쾌하게 승낙하는 젊은 아저씨, 알고 보니 밸로 택시를 홍보하는 마케팅 담당 직원이란다.
오감을 자극하는 매혹적인 거리
지나는 길에 사람들의 줄이 유난히 길게 늘어선 곳이 있다. 그 줄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노릇노릇하게 즉석에서 구워주는 옥수수 호떡이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 하나 먹기 위하여 사람들은 북적거리는 인사동 길에서 몇 십 분 기다리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다린 보람 끝에 손에 들려진 호떡은 참 맛있다. 겉이 바삭하게 구워져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만들었으며 고소한 냄새가 뜨거운 것도 잊을 만큼 유혹적이다. 한입 살짝 베어 물면 노란 속살 안에 뜨거운 꿀이 달콤하기만 하다. 성질이 급한 사람은 먹다가 혀를 데기 일쑤이지만 그래도 맛있는 건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인사동은 멋과 맛이 공존하는 거리라고 규정지어볼 수 있다. 왜냐하면 길거리에서 사람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들의 모습이 멋스럽기도 하고 갤러리마다 전시되고 있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메말라가는 현대인의 감성을 일깨워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토속적인 느낌의 음식과 전통찻집들이 묘하게 발길을 잡아당기는 길이기도 하며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로 분위기까지 럭셔리해지는 카페들도 만만치 않은 곳이다.
그중 하나 아트사이드 갤러리는 인사동의 전통에 정면 승부수를 던진 모던함을 강조한 갤러리 카페이다. 이곳은 카페이면서 레스토랑이며 동시에 갤러리이다. 어쩌면 인사동의 복합적인 느낌을 닮아있는 곳이기도 할 것이다. 1층의 아트사이드 갤러리 카페는 레스토랑이다. 정식으로 요리사까지 두고 있어 풀코스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장소이다. 그러나 엄격하게 예절을 지켜가며 음식을 먹어야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자유롭게 창밖의 풍경을 흘깃거리며 음식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물론 찬 한잔을 시켜서 그 곳의 분위기만을 느끼는 것도 허락되는 곳이다. 한 쪽 벽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미술 전시나 각종 영상물들을 감상할 수 있으며 정기적으로 시낭송회를 열어 문화의 향기에 흠뻑 젖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친구들과 천천히 그날의 감상을 이야기하며 수다를 떨기에도 좋은 장소이며 부부의 오랜만의 나들이를 정리하기에도 운치 있는 장소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려오다 보면 공예품을 파는 특이한 입구의 가게를 하나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통인가게’라는 곳인데 정성이 가득 들어가 보이는 다양한 공예품들이 자신의 마음을 담아 선물하고 싶은 사람에게 주기에 적당해 보인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이다. 그리고 인사동의 좁은 골목 사이에는 귀천이라는 공간이 존재한다. 바로 故천상병 시인의 부인이 운영하는 찻집이다. 귀천은 시인이 생전에 늘 나와 앉아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항상 사람들이 북적거리지만 결코 소란스럽지 않으며 향이 깊은 차 한 잔에 마음이 짠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향긋한 냄새가 찻잔을 드는 이의 마음에 먼저 와 닿는 모과차를 마셔보기를 권하고 싶다.

예술과 문화가 전통과 현대의 시간이 공존하는 곳에서 숨 쉬는 거리. 그것이 바로 인사동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바쁜 발걸음으로 오늘을 살아가겠지만 그들의 치열한 현재는 너무도 쉽게 과거로 흘러가버린다. 시간의 흐름이 빠를수록 과거로 흘러가버리는 속도 역시 비례한다. 하지만 인사동에서는 그 시간의 속도가 조금은 느려져도 허용되는 분위기이다. 미술관에서 그림 한 점에 마음을 주어도 될 것이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겨도 그리고 자판기 커피 대신 전통 찻집에서 오랜 시간 우려낸 차 한 잔을 마셔보는 것도 즐거울 것이다. 다채로운 문화 속에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허락해본다.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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