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아리 집창촌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그들의 삶을 일정한 잣대로 평가하려는 것은 어쩌면 우리들의 오만함이 빚어내고 가장 큰 실수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이 어떤 장소에서 살아가고 있는 데에는 타당한 이유들이 존재한다. 타당한 이유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찌할 수 없는 필연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듯이 말이다.

임보연 기자

지난해 9월 23일, 집창촌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결코 반갑지 않은 특별법이 시행되었다. 성매매특별법, 그 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과연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 아니면 아무런 변화도 없었을까. 하월곡동이나 청량리 등의 집창촌이 쇠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나 한편에서는 여전히 단속을 피해 불법적인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性, 과연 어느 잣대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성매매 운운하기 이전에 정립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문제가 바로 성이라는 것이 시장에 내놓아져도 되는가의 문제이다. 이러한 맥락으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관련 업주들은 성매매 문제를 생존권이라는 문제와 연관지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성매매 여성들은 전국한터여성종사자연합(이하 한여연) 주최로‘성노동자준비위원회’를 꾸리고 합법적인 성 노동자로서 자신들의 노동권과 생존권의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대략 다음의 두 가지로 정리가 된다. 성매매 여성도 인간이다.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 그리고 성노동자 스스로 삶을 선택할 권리를 달라는 것이다. 한여연의 고문을 맡은 이선희 씨 역시 성매매라는 것은 인신매매라는 것의 부정적인 개념이고 자신들은 돈을 받고 자발적으로 손님이 원하는 것을 서비스해 주는 매매춘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그들이 강조하는 단어는 자발적이라는 것이다. 자발적인 서비스 노동을 하고 있으니 자신들은 비정규직 성노동자라는 것이다. 인류의 매매춘 역사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성 노동을 감성 노동의 일부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여성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 매매춘 정책이 폐쇄의 측면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 매매촌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비범죄화를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여연의 출범 선언문에서 여성계 권력자들을 꼬집어 말하길, 성매매 특별법을 통해 그들 성노동자들이 성매매피해여성이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라고 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의 결과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어느 곳에서는 성매매는 법시행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어느 곳에서는 집창촌 대폭 감소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한다. 성매매특별법으로 입건된 사범들의 수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나 불이 꺼졌던 집창촌들이 다시 영업을 시작하고 있는 것, 그리고 성매매유도 불법 광고 전단지가 주택가를 나돌고 있는 것 등은 다시금 불법적인 움직임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예측을 하게 만들고 있다. 반면 경찰에서는 성매매 특별법 시행과 특별 단속으로 전국의 집창촌 업소와 종사자의 수가 크게 줄어든 것 등을 큰 성과로 보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어느 시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느냐가 결론의 방향을 다르게 비출 수는 있을 것이나 문제의 근본이 무엇인지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무언가의 뚜렷한 결과물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여전히 뚜렷한 방향이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해 볼 수 있다.

해외사례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성매매와 관련하여 어떤 규정들이 존재하고 있는가. 우선 금지주의를 택하는 국가는 모든 종류의 성매매 행위를 금지하며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스웨덴, 일본, 대만, 필리핀, 중국, 태국, 알바니아, 미국의 뉴욕,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등이 금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반면에 성매매 행위 자체를 규제하지도 금지하지도 않는 국가들은 비범죄주의를 택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병원 등의 특정 장소, 시간, 유형 등 불법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이에 속하는 국가들은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 덴마크, 브라질, 스페인, 폴란드, 핀란드 등이다. 반면에 네덜란드, 독일, 스위스, 헝가리, 멕시코, 캐나다 등은 일정한 형태의 성매매는 법적으로 인정하는 합법적 규제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집창촌을 찾아가다

‘미아리 텍사스’라고 불리는 하월곡동의 집창촌. 그곳은 지난해 성매매 특별법 이외에도 화재 사건 등의 일들이 겹쳐서 한때 거의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어지다시피 하였던 곳이다. 그리고 꽤 시간이 흐른 지금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지 점검해보기 위해서 그곳을 찾았다.
미아리 집창촌에서 40여 년이라는 세월을 보낸 최병선 씨(51)에게 그곳의 이야기를 잠깐 들어보았다. 그는 현재 그곳에서 포장마차를 하고 있는데, 그도 한때는 그곳의 업주로 일했던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혹시 장사 형편이 조금 나아졌나 싶어 물었더니 역시나 죽을 맛이라는 표정이다. 그는 성매매 특별법이 우리나라의 외화 유출을 부추기고 있는 법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집창촌에 들어왔다가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잘못 걸리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은 마음에 해외여행을 갔다가 그곳의 윤락업소를 찾는다는 것이다.
최 씨의 말에 따르면 미아리에서 일하는 여성들 중에는 아기 엄마도 많이 있다고 한다. 가정이 어려우니까 어쩔 수 없이 돈을 벌기 위해 나온다는 것이다. 혹은 학비를 벌기 위하여 나오는 아가씨들도 있고 동생들을 돌보기 위해서 나온다는 아가씨들도 꽤 있다고 한다. 그는 여성부와 관련 단체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경제 사정 때문에 그는 걱정이 많다고 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아가씨 100명이 일하는 것으로 보이면 3000명이 먹고 사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한다. 그들의 부양가족, 주위의 상인들과 그들의 가족들까지 말이다. 규제를 한다고 해서 규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하지 않는 또 다른 곳으로 성문화가 숨어들게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왜 약자들만 괴롭히는 건지 모르겠다. 물론 아가씨를 고용해서 독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일하는 아가씨들을 위하는 업주들도 많다는 것을 왜 무시하나. 이곳이 재개발 되면 앞으로 참 막막하다. 내가 보기에는 김강자 서장이 참 현명하게 판단하고 관리를 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앞을 내다본 것이다.”
그 다음으로 만나본 사람은 상인회 총무인 오대식 씨(36)이다. 그는 현재 하루에 15~16시간씩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낮에는 낚시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에는 이곳에서 물건 배달을 하는 투잡스 족이라고 했다. 그는 미아리 집창촌 일대가 뉴타운 개발지구로 선정된 것을 그다지 반기지 않는 기색이었다. 갈 때가 없다는 말을 하는 그의 모습이 왜 그리도 씁쓸해 보였는지.“청춘을 여기서 다 보냈다. 이제 다른 곳에서 다시 기반을 잡는 것은 어려울 거다.”지금은 기자들도 찾지 않는다는 말이 잊혀져 가는 장소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안타까울 뿐이었다. 여전히 그곳에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는데 어느덧 잊혀져가고 있었던 거다. 솔직한 바람은 얼른 돈 벌어서 그곳을 벗어나는 것이란다.“빨리 나가고 싶죠. 하지만 밖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곤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곳이 그래도 정이 돈독한 곳이다. 어려운 거 서로 아니까 말이다. 사실 더러운 꼴도 많이 봐야 하니까 왠만해서는 버티기 힘들다. 장사하다 험한 꼴도 많이 봤다. 뉴스 같은 거 보면 집창촌에 조폭 같은 사람들이 버티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한 번 봐라. 어디 그런가 말이다. 뉴스에서 그런 식으로 방송하는 거 보면 이해가 안 되더라. 차라리 와서 세무조사라도 하고 투명하게 만들어버리던가.”
그의 말에 따르면 감금이나 착취 같은 이야기는 다 옛날 일이란다. 아가씨들이 원하면 숙식제공을 무료로 하는 것이고 원하지 않으면 밖에서 출퇴근 하는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아가씨들이 여성 단체에 만남을 요구해도 안 만나 주더라는 것이다.“여성단체에서는 책상에 앉아서 머리만 굴린거다. 실재로 만나보고 상황을 파악해야 제대로 된 방안이 나올텐데 말이다. 재활 교육이나 미용 교육 등 말만 좋다. 거기서 일년 배우는 동안 나오는 보조금으로 누구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그리고 수료한다고 하더라도 월급으로 생활하기 힘들다. 말만 좋다. 여기사 일하는 아가씨들은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한 달에 200~300만원 벌지 못하면 생활이 안 된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한데 너무 급하게 결론부터 만들려고 한다. 그러고 보면 김강자 서장이 잘해놓은 거다. 김 서장이 다 개방시켜 놓고 투명화 시켜놨는데, 특별법 이후 또 여기만 죽어라 감시하더라. 사실 여기보다 몇 배 더 큰 집창촌이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솔직히 미아리에 모인 사람들은 나이가 어리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일년에 두 세 번의 단속을 겪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안마 시술소 등의 윤락 업소가 즐비하지만 아무도 그 수가 어느 정도인지 예측하지 못하는 J동 같은 경우는‘벌금계’라는 것을 들어서 단속에 걸리는 업소에 돈을 몰아주기도 한다고 했다. 진짜 갇혀서 괴로워하는 여자들은 구제하지 못하는 여성 단체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사실 어떤 일에서건 무조건족인 피해자는 없는 것이다. 오 씨의 말을 들어 보면 아가씨들에게 피해를 보는 경우들도 있다는 것이다. 카드로 돈을 쓰고 일부러 쉼터로 찾아가 선불금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빚을 탕감 받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진짜로 피해를 보고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쉼터로 들어가는 여성들이 대부분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이다.
이어서 만나본 사람은 상인회장인 유종덕 씨(39)이다. 그는“동네가 돌아가야 상인들이 돌아간다.”라고 말한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분명 예전에는 포주의 개념으로 아가씨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경우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한 관행은 옛날의 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함께 살아가는 개념으로 의식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곳의 상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그들의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이루어진 법의 집행이 그들을 여전히 그곳에 남아있게 만들고 있으며 남아있는 사람들을 무조건적인 잣대로 평가하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노동자들의 경우 정책에 대한 반박이나 변화를 꿈꾸는 것은 일차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들에게 우선적인 문제는 그들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업주나 상인들 그리고 집창촌에서 자신의 몸을 파는 아가씨들 모두 예전과 비교해 살기 힘들어졌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 단속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 아래 집창촌의 아가씨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그것이 근본적으로 성매매의 근절을 가져왔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강압족인 감금 행위는 사라졌으며 세금을 내면서 장사를 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성의 상품화라든가 매매라는 행위를 제쳐두고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서 단속의 유예를 요구하는 그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꺼번에 모든 것이 변화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우리의 의식 속에서 천천히 변화의 흐름이 형성되고 난 후에 서서히 법의 체계라든가 사회 문화적인 측면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특별법을 제정하여 이전까지 법의 제제를 받지 않던 사람들을 범죄자로 몰아세우거나 생계를 유지하던 그들의 직업을 한 순간에 잘못된 방법의 돈벌이로 치부하여 버리는 것은 경솔하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부에서 빚이 많은 여성들을 쉼터로 데려가 언론 홍보용으로 이용하는 것은 아닌가 라는 비판적인 시각 역시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지난해 여성부의 예산은 500억이 채 안되는 규모였다고 한다. 올해는 1228%늘어난 6438억원이다. 과연 이 예산의 증가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성은 아름답다거나 고귀하다라든가 하는 표현은 집창촌에서 통하는 표현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성문화는 생계와 연결되어 있는 만큼 치열하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모든 것이 하나의 표현으로 규정지어질 수는 없다. 하나의 명사로 규정지어지더라도 그 앞에 수식어는 수없이 다양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성문화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기 이전에 한번쯤 제대로 된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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