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힘의 원동력은 끝없는 변신”

신세대 트롯 가수로 대변신을 시도한 이재은은 드라마 토지의 ‘어린 서희’역으로 많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은 아역배우에서 벌써 20년의 풍부한 경험을 가진 다재다능의 소유자이다. 그동안 다양한 변신을 통해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끼와 재능을 보여준 그녀가 디지털 싱글앨범의 타이틀곡 ‘아시나요’를 통해 트로트 가수로 승부를 걸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신성아 기자

트로트는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10대 위주의 댄스곡이 가요계의 중심이 되면서 주변으로 밀려나 버렸다. 하지만 최근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많이 나오면서 중흥을 꿈꾸고 있다. 이재은이 부르는 ‘아시나요’는 젊은 층을 겨냥해 만든 트로트곡이다. 이 곡은 무엇보다 이재은의 앙증맞고 맛깔스러운 보컬이 일품이다. 특히 그녀는 꺾는 부분에서 자신만이 낼 수 있는 숨넘어가는 듯한 비음을 선보인다. 묘한 질감을 느끼게 하는 그 소리는 무척이나 자극적이어서 몇 번 듣고 나면 절로 따라 부르게 된다. 가사 또한 트로트다운 진솔함을 갖췄다. “고무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르고 그대를 맞이할 식탁에 장미도 꽂고/ 그대 없는 시간에 그대 양복 다리며 그대를 기다리는 아내이고 싶죠” 그동안 뻔한 뽕짝이 지겨웠다면 트로트 중흥의 사명을 띠고 새롭게 활동하는 그녀의 노래를 들어보자.

그녀의 솔직함에 매료되다
이재은과의 만남은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이루어졌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여름의 늦더위에 목이 마르고 조금은 지친 채, 그녀를 마주하게 되었다. 나에게 음료를 권하여 아이스티를 주문하자, 그녀가 다시 생각해보라며 만류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함께 동행 한 매니저가 같은 음료를 주문해서 마셨는데, 너무 맛이 이상해서라는 것이다. 그냥 모른 척 지나칠 수 있는 문제였는데, 솔직하게 말해준 그녀였다. 다음 스케줄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오늘 스케줄은 다 끝나서 시간이 넉넉하다고 나에게 운이 좋다고 하였다. 시종일관 미소로 내가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거침없이 말해준 그녀의 매력에 시간가는 것이 이렇게도 아까울 줄이야.

Q. : 이번에 트로트 앨범을 낸 특별한 이유나 동기
A : 그런 질문을 많이 들어서 자꾸 한 이야기를 또 하는 것 같아서 그런데요. 동기는 그냥하고 싶어서 했어요. 개인적으로 깊게 생각하는 거 안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국악을 10년 했었고, 다른 앨범을 내는 것 보다 나만의 색깔을 가지게 되는 성인가요가 맞지 않을까 해서 선택했죠. 그리고 가사나 음악적인 부분을 들었을 때,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것과 맞고, 왠지 트로트가 더 깊이 있는 거 같아서요. 장르가 물론 다르겠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한국만의 한이 서려있기도 하고요. 힙합이나 알앤비에도 다 그만의 정신세계가 있겠지만, 어쨌거나 우리나라 음악은 아니쟎아요. 트로트도 우리나라 거는 아니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가장 한국적이고, 노래로서 감동을 주기에도 좀 편할 거라는 생각에 앨범을 냈어요.

Q.: 반응이 좋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싱글앨범이 아닌 정규앨범을 발표하실 생각은
A : 다들 깜작 놀랐어요. 이렇게나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거든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정규앨범을 냈죠. 앞으로가 더 중요해요. 요즘에 음반시장이 불황이니까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많이 사랑해 주시면 거기에 조금 더 투자를 해서 정규앨범을 내야죠.

Q.: 가수로서의 매력
A : 연기는 녹화방송이고, 노래는 대부분 라이브에요. 가수는 굉장히 현장감이 있어요. 내가 어떤 메시지를 노래가 됐든, 멘트가 됐든 전달하면 반응이 즉시 오거든요. 예를 들어, 제가 “여러분 재미있어요?” 그러면 “네”라고 바로 말하죠. 또 무대에서 팬들은 대개 냉정한 것 같아요. 제가 뭔가 실수 했을 때 “괜찮아” 이런 게 아니라 가차 없고요. 뭔가 잘했을 때는 그것보다 더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세요. 그런 반응들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묘미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 저를 긴장하게 만들죠. 모랄까. 드라마보다는 좀 더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에요.

Q.: ‘아시나요’ 가사 내용처럼 혹시 결혼에 대해서 바라는 이상이 있다면
A : 아직 어려서 결혼에 대해서 꿈꾸는 것은 없어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저를 많이 아껴주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죠. 전 대개 이기적이에요. 이기적이란 것이 뭐냐면 다른 사람 배려 안하고 이런 것이 아니라, 제가 일욕심이 많아서요. 보셔서 알겠지만 제가 늘 변신을 해서 언제 어디로 튈지 몰라요. 그런 거를 다 받아 줄 수 있어야 되는데 안 그러면 전 아니거든요. 어떻게 보면 그 사람 입장을 전혀 생각도 안하는 진짜 이기적인 거죠. ‘아시나요’의 가사 내용 같은 경우에는 제가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작사분이 결혼생활에 상당히 만족을 하셔서 쓰신 건지, 아니면 자기 그런 이상을 담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일단 가사를 보면 귀엽고, 소박하쟎아요.

Q.: 이번앨범을 준비하면서 특별히 도움을 주신 분은
A : 특별히 도움을 주신 분은 없는데, 예전에 그런 소리는 많이 들었어요. 드라마 종영파티나 회식 자리 같은 곳에는 항상 음주가무가 들어가죠. 회식자리에서 제가 노래 부를 때마다 가수하라는 소리는 매 번 들었어요. 근데 다 하나같이 트로트 앨범을 내라고 했죠. 특히, 인어아가씨를 할 때 정보석 오라버님께서도 아무도 제 앨범을 제작 안 한다고 하면 본인이 직접 제작한다고 하실 정도로 맨 날 가수하라고 그랬어요. 그래서 앨범을 내고 제일 먼저 찾아가서 “오빠, 나 오빠가 말한 대로 앨범 냈어”라고 했죠. 힘이 되어 주건 안 되어 주건 떠나서 일단은 제 가능성을 많이 봐주시는 거니까 참 좋아요.

Q.: 라이벌구도 장윤정 VS 이재은 이라는 표현에 대해서
A : 처음에 제가 앨범을 제작한다고 하니까. 어떻게 소문이 또 빠르쟎아요. 그때부터 우스갯소리로 장윤정을 겨냥해서 나오는 게 아니냐고 그러시더라고요. 그게 아니라 전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트로트 하면 어른들만 부르고 듣는 그런 노래의 갭을 장윤정씨가 많이 줄여 놨쟎아요. 그런 상황에서 앨범을 낼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전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여건이 될려고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의도한 바는 아니고, 훨씬 전부터 생각했었어요. 또 어찌 보면 서로의 발전을 위해 라이벌이라는 것은 존재해야 되니까 잘 된 일일 수도 있죠. 장윤정씨 본인이 원하실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전 서로가 라이벌이 됐다는 거에 대해서 기쁘게 생각해요. 아마 둘 다 트로트 계에 여자 솔로 가수이고, 나이도 동갑에 비슷한 장르의 노래를 하다 보니 더 견주시는 것 같아요.

Q.: 어렸을 때부터 쉬지 않고 연예활동을 하면서 힘이 되는 원동력과 아역배우에서 성인배우로 인정받기까지 힘들지는 않았나
A : 그동안 힘이 들지 않는 게 제가 똑같은 건 안 하쟎아요. 매 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원동력인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은 한 가지만 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게 아니냐는 그런 소리도 많이 하세요. 그게 아니라 저 같은 경우는 20년 넘게 연예활동을 해왔는데, 한 이미지에만 계속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면 재미없죠. 예전의 ‘노랑머리’라는 영화는 제가 생각했던 거 보다 훨씬 뜨거웠고, 영화로서는 처음으로 이상한 판정도 받은 적이 있어요. 갑자기 저도 생각지 않은 이슈가 돼서 놀랬죠. 그렇기 때문에 성인연기에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언제든지 연기만 잘하면 아역이든 성인이든 초심으로 늘 일하고 연기하다보면 사람들도 알아주겠지’라는 생각은 하지만, 아역이미지를 탈피하려고 일부러 그런 변신을 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연기자로서의 욕심이 ‘노랑머리’라는 영화를 선택하게 만들었거든요.

Q.: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세 가지
A :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것은 화장을 지우는 거 에요. 화장하는 것 정말 싫어해요. 전 거울도 잘 안 봐요. 심지어 2년 전에는 코디가 제가 하도 거울을 안 보니까 생일선물로 거울 좀 보라고 선물로 사주기도 했어요. 그 다음으로는 오늘 할 건데, 가족한테 소홀한 거 같아서 오늘 식사하러 가요. 마지막으로는 이틀 정도 집에서 방콕해서 잠자고 싶어요.

매우 솔직하고 거침없는 말투 때문에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으로 나누어진다고 이야기하는 이재은에게서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자체가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 내숭을 모른다는 그녀의 말에서 묻어나오는 진솔함은 연기 인생 20년에서 트로트 가수로서의 이재은을 많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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