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핏 잠이 들었나. 햇살이 눈꺼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순간, 남국(南國)의 눈부신 태양 아래 던져진 자신을 발견한다. 푸른 하늘이 내 눈을 유혹 한다. 손에 잡힐 듯 다가오는 흰 구름들, 한가롭게 뻗어있는 야자수, 태양과 포옹하며 시시각각 옷을 갈아입는 에메랄드빛 바다.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아! 여긴 태양이 가장먼저 뜨는 곳 ‘피지’가 아니던가.

다양한 문화와 인종 전시장
남태평양 중앙에 위치한 피지는 하와이와 함께 세계 유수 항공사들의 중추역할을 하는 거점이다. 세계를 일주하거나 호주, 뉴질랜드, 북미 사이를 여행할 때 스톱오버(stop over)하는 곳으로 피지에서는 태평양 근방의 어느 곳 이든 갈 수 있다. 수바(Suva)가 수도이지만 나디(Nadi) 국제공항이야말로 모든 여행객들이 거쳐 가는 거점이며 또한 피지는 많은 요트 여행자들이 목표지로 삼고 있는 곳이기에 요트 정박지 구실을 담당하는 항구들이 잘 발달되어 있다. 따사로운 햇살을 만끽하고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한 때는 ‘식인종이 사는 섬’ 으로 잔인하고 적대적인 나라로 인식되던 때도 있었다.
피지가 유럽 사람들의 눈에 띈 것은 1643년 네덜란드인 ‘아벨 타스만’에 의해서다. 이후 1773년에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피지에 상륙했다. 피지 원주민들은 1987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날 당시 까지 거의 50년 동안이나 자신의 나라에서 조차 거의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피지는 1874년 영국의 식민지로 병합되었다. 이때 영국은 피지의 주요 특산물인 사탕수수 재배를 통해 부를 축적하려 하였고, 그에 따른 노동력이 필요한 영국은 일방적인 계약을 통해 인도인들을 피지로 강제 이주시켰다. 당시 7천명에 달하는 인도인들은 영국에 의한 혹독한 노예생활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러나 1920년 경, 인도인들은 계약 기간이 끝난 후에 본국으로 떠나지 않고 피지에 정착하게 되면서 이들의 후손들이 현재 80만 피지 인구의 절반을 이루게 되었다. 1970년, 약 100년의 영국 통치가 끝난 후 영국으로부터 영연방 가맹국으로서 독립하여 자치국이 된 피지는 1987년 마침내 영연방으로부터도 독립해, 비로소 대통령과 수상이 국가를 대표하는 공화국으로 태어나게 되었다. 태평양 나라 중에서도 독특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이곳에는 다양한 인종들이 한데 섞여 살고 있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 이민 온 유럽인들뿐만 아니라 인도인, 현재는 중국인과 대만인 그리고 한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종의 전시장’ 혹은 ‘문화 용광로’라고도 불린다. 이처럼 피지에 다양한 민족들이 모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피지가 남태평양 참치 조업의 전초기지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남태평양 원양어업의 전초기지이면서 참치 조업의 제1어장이 된 이곳은 수십여 명의 한국인 선장이 이미 피지 수산업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종교역시 다양한 만큼 피지는 교회와 성당, 힌두사원과 이슬람사원 등을 동시에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영국인들의 선교 사업으로 인해 토착 피지인의 50퍼센트 이상은 개신교이고 천주교 인구도 토착 피지인의 9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리고 40퍼센트가 넘는 이주 인도인들은 대부분 힌두교를 믿고 있으며 이슬람교를 믿는 이들도 8퍼센트에 이른다. 대륙과 섬 문화가 만나며 동·서양이 만나고 많은 인종과 문화가 숨쉬는 피지의 다양성은 수만 가지의 음식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피지 요리에는 기름진 중국 요리나 매콤한 인도 요리, 일본과 유럽 그리고 피지의 전통음식과 신선한 바다요리까지 없는 것이 없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지인들의 모습은 낙천적이다. 마주칠 때마다 ‘불라’(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그들의 모습이 그렇고 똑같은 ‘아줌마 파마’ 머리 한쪽에 꽃을 꽂은, 똑같은 얼굴의 순박한 피지 여인들에게서 또한 그것을 느낀다. 그러기에 이들에게서 19세기까지 존재했다는 식인풍습의 흔적을 엿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에메랄드 빛으로 물든 피지

세상에서 가장 먼저 태양이 뜬다는 곳. 남태평양의 해상낙원 피지는 원색(原色)의 아름다움과 무위(無爲)의 달콤함으로 여행객을 유혹하는 곳이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생활에 염증이 났다면 남태평양의 푸른 하늘과 바다에 지친 심신을 맡겨보자. 준비물은 그다지 많이 필요 없다. 게으름을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 그리고 책 한 권 정도면 충분하다. 피지 고유의 아름다움, 쾌적한 열대 기후, 다이빙과 스노클링, 그리고 숙박 지역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한 관광 시설의 발달 등은 세계 여러 나라의 관광객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피지는 헐리우드의 유명 스타들이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기위해 즐겨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배우 멜 깁슨은 피지 북부에 있는 여의도의 2.5배 크기 만 한 마고섬을 약 150억원에 사들여 화제가 되기도 했었고 헐리우드 스타 브룩쉴즈 주연의 '블루라군, 톰행크스 주연의'캐스트어웨이'의 영화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피지 섬 주변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할 수 있다. 호스텔 등 배낭여행용 숙소에서 지내고, 저렴하게 식사(자신이 직접 해 먹는 것 포함)를 해결하고, 히치하이킹을 하며 한 섬 안에서만 지낸다면 하루에 US$30-40 이하면 충분히 지낼 수 있다. 패키지여행을 통해 오면(특히  다이빙이나 카약 등에 관심이 있는 사람)경비를 절약할 수 있지만 이런 단체 관광은 중급 이상의 숙박과 식사를 하도록 정해져있는 단점이 있다. 여행자 수표는 은행이나 환전소에서 환전이 가능하고 호텔이나 면세점에서도 가능하다. 피지에서 제일 많이 통용되는 화폐는 호주 달러, 뉴질랜드 달러 및 미 달러 등이다. 크레디트 카드로 대금을 지불하면 5% 를 더 징수하는 리조트가 더러 있기도 하지만 카드는 거의 모든 레스토랑이나 상점, 중상급 호텔, 여행사 등지에서 환영받는다. 피지 인도인에게는 물건 값 흥정을 통해 물건을 아주 값싸게 살 수가 있다. 피지 인도인들은 첫 손님에게 물건을 팔지 못하는 걸 나쁜 징조로 여기므로 정말로 사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땐 아침 일찍 첫 번째로 도착해 물건 값을 흥정하면 의외에 행운을 잡을 수 있다. 또한 시장에서 이런 저런 작은 물건들을 구입 할 땐 액수가 작은 돈이 유용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택시 운전수들이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수법이 잔돈이 없다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잔돈을 고스란히 갈취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지는 33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이 살고 있는 100여 개의 섬은 각각의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독특한 태평양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나머지 200여 개의 무인도 역시 많은 종류의 나무와 풀들로 삼림이 우거져 있어 원시의 순수함을 만끽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300여 종에 달하는 야생 난과 희귀한 동물들도 만날 수 있어 말 그대로 태고의 신비를 온 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은 상상 속에서만 있는 모습이 아니다. 투명한 에메랄드 빛 물감에 둘러싸인 듯  한 천혜의 절경을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섬 피지가 있기 때문이다. 피지의 중심이 되는 섬은 비티레부 섬(Viti Levu Island 10,429㎢)인데 대부분의 국제선 비행기가 도착하는 난디(Nadi)와 수도 수바(Suva), 설탕 수출의 최대 항구가 있는 라우토카(Lautoka)가 이곳에  있다. 그 다음으로 큰 섬은 바누아 레브 섬(Vanua Levu Island)이지만 관광객은 거의 찾아가지 않는 시골 같은 한가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다. 현재 피지에 살고 있는 한국인은 500여명 정도로 대부분 남태평양에서 유일한 대도시로 불리는 수도 수바(Suva)에 거주하고  있다. 열대성 기후인 피지는 일 년 내내 쾌적하고, 남반구와 북반구의 혹독한 겨울을 피해 지내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굳이 최적기를 들라고 하면 피지의 겨울에 해당하는 5~10월 사이의 ‘건기’를 꼽겠다. 이 시기는 서늘하고 비가 적게 내려 습도가 낮기 때문에 남동에서 불어오는 온화한 바람으로 찜통 같은 더위도 혹한도 없다. 반짝이는 태양과 눈부시도록 맑은 하늘, 그리고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에메랄드 빛 투명한 바다, 세계인들이 ‘마지막 지상낙원’으로 피지를 연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교통과 경제
피지는 교통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어 여행하기가 수월하고 교통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항공편을 이용하면 경비가 다소 많이 들긴 하지만 이곳 피지엔 섬과 섬을 이어주는 지역항공사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시간에 쫓기지 않고 경비가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라면 필히 페리 나 보트를 이용하는 것이 탁월한 선택일 수 있다. 페리는 그리 비싸지도 않고 운행 횟수가 많아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여행이 다 그렇듯이 지역 원주민들과 들과 어깨를 부딪껴 가면서 그들의 전통과 삶을 피부로 느껴보는 것이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경험 중 하나다. 페리 경로는 비티레부(Viti Levu)섬과 바누아레부(Vanual Levu)의 주요 해안 지역에 있는 주요 섬 들 대부분을 연결한다. 또한 파도가 심하지 않다면 보트를 빌려 타고 섬을 여행하는 방법도 괜찮다. 왠만큼 큰 섬에는 버스편이 발달되어 있어 버스가 지나갈 때 그저 손을 흔들어서 세우면 된다. 고속버스는 주요 마을에만 정차하나 지역 버스는 모든 마을에 정차한다. 버스여행의 장점은 지역 원주민들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인 동시에 싼 가격에 현지를 두루두루 살피며 돌아다닐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피지는 남태평양 도서국가 중에서 가장 빠른 경제개발을 이룬 나라로 농업과 임업, 수산업과 관광업이 두루 발달했다.?국가 전체 산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사탕수수 생산 규모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크며 피지 수출 총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한 섬 전체가 모두 관광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관광산업이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국가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산업의 원동력은 단연 사탕수수이다. 총 수출량 6억 1000만 달러(1995)의 32%를 사탕수수가 차지한다. 1인당 국민소득은 상당히 높은데, 전국적으로 보면 아직도 화폐경제와 자급자족경제의 이중사회 구조이다. 사탕수수 일변도의 경제정책은 현재까지는 성공해 왔지만, 근래에는 국가재정이 확대되는 한편 생산량의 신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경제 체질의 변경이 불가피하다. 그 때문에 어업 진흥, 관광개발에 역점을 두고 관광업이 사탕수수에 버금가는 산업이 되었다. 또한 생활필수품의 국내자급과 남태평양 여러 나라로의 수출을 꾀하여 소규모 공업의 진흥을 위해 적극적인 외국자본유치에 힘쓰고 있다. 남태평양에서는 그 지방 특유의 산업이 존재하지만 유통, 생산부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피지 이주 인도인들은 경제적으로 피지안(원주민)들보다 우위에 있어 대부분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지만 토지소유가 허용되지 않아 산업 진흥을 가로막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 메케 의식(Meke)
엄격한 전통 속에 녹아 있는 순수한 민족성
피지가 속해 있는 태평양에는 수많은 섬들이 있다. 이 섬들은 크게 태평양 중서부에 있는 미크로네시아와 ‘검은 섬’을 의미하는 멜라네시아계, ‘많은 섬들’이라는 의미의 폴리네시아계로 나뉜다. 파푸아 뉴기니, 비스마르크 제도, 솔로몬 제도 등이 멜리네시아계이고 뉴질랜드, 통가, 사모아, 피닉스 제도, 하와이 제도, 이스터 섬 등이 폴리네시아계에 속한다.?피지인은 멜라네시아인과 폴리네시아인의 혼혈인종으로 튼튼한 체격의 검은 피부에 유난히 큰 눈 그리고 활달하고 명랑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늘 춤과 노래를 즐기는 이들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정서를 가지고 있어 환상의 섬 피지의 주인으로 손색이 없다. 피지는 기원전 1300여 년부터 원주민들의 터전이 되어 왔고, 3000여 년이라는 오랜 전통이 살아 숨쉬는 유서 깊은 섬이다. 그래서인지 피지인들은 아직도 전통예절과 관습들을 고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피지의 원주민을 방문할 때에는 반드시 모자를 벗어야 한다. 손님이 추장과 만날 때 모자를 쓰는 것은 추장을 무시하는 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거리나 버스 안에서도 모자는 안 쓰는 것이 좋다. 심지어 피지인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머리를 만지면 영혼을 빼앗긴다고 믿기 때문에 아이라 해도 절대로 머리를 쓰다듬어서는 안 된다. 피지가 관광지이긴 하지만 옷차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대체로 자연스러운 캐쥬얼 복장이 무난하며 피지의 전통의상인 술루(Sulu)를 편하게 걸치는 것도 좋다. 1970년대까지 식인 풍습이 남아 있었을 정도로 피지인들은 전통을 고수하고 있으며, 현재도 국가 공권력이 개입할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지역사회를 이루고 있다. 피지의 전통이 다소 엄격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원주민들 대부분은 자신들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는 친절해서,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음식을 준비하고 전통 춤과 노래를 보여주기도 한다. 때문에 피지 원주민들은 관광객들이 자신들의 전통을 배우려고 할 때 가장 기뻐한다고 한다.

열강이 남긴 인종분쟁의 불씨
피지인은 크게 토착 피지인과 이주 인도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1879년부터 시작된 인도인 이주 정책으로 피지인과 인도인들은 원하지 않는 한집 살림을 차려야 했지만 현재까지도 각자의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독특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융합되지 못한 문화는 종종 충돌을 빚기도 한다. 섬 주인들인 토착 피지인과 이주 인도인 간에 때때로 발생하는 반목과 폭력을 보면 피지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은 무참히 깨진다. 피지 인종의 반반을 이루는 토착 피지인과 이주 인도인은 문화적 교류가 없을 뿐 아니라 깊고 오랜 반목의 골이 두 민족 간의 분쟁을 야기했다. 영국의 제국주의 통치로 피지에 강제 이주한 인도인들은 이내 경제적·정치적 주도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유난히 열심히 일하는 인도인들은 중심가의 상점을 점유하는 등 현재 피지 상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매사에 낙천적이고 느릿느릿한 피지 원주민들은 재래시장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피지인 들이 인도인들에 비해 여유로운 데에는 피지 국토 대부분과 인도인들이 경작하는 사탕수수 밭이 대부분 피지인 들의 것이어서 ‘일하지 않아도 언제나 돌아갈 곳이 있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날이 발전하는 인도인들의 모습은 피지인 들에게는 눈엣가시였고 불만은 쿠데타로 나타났다. 1987년 총선에서 인도계 인사가 당선되자 피지인 들은 사회적 위치 상승과 이익을 위해 피지의 군부 지도자인 라부카의 주도하에 무혈 쿠데타를 일으켰다. 지난 2000년에도 이주 인도인들의 정계 진출과 토지개혁을 막기 위해 두 번의 쿠데타가 일어났다. 이 세 차례의 쿠데타는 정치는 물론 사회 분위기마저 어수선하게 흔들어 놓았다. 이로 인해 남태평양의 마지막 낙원이라 불리던 피지는 관광산업에 큰 타격을 입었고 설탕 생산 등 산업에도 충격이 가해졌다. 그로인해 주민들은 오스트레일리아나 뉴질랜드로 떠나게 됐고 이처럼 ‘지상의 마지막 낙원’에도 주민들 사이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민족 감정과 갈등이 산재해 있다.

▲ 원주민 마을 민속쇼
피지의 전통 의식
전쟁터로 나갈 때 남자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여자들의 경우 손님이 왔을 때 환영 의식으로 춤과 노래를 한다는 ‘메케’ 의식은 남자들에겐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힘차고 박력 있는 반면, 여자들은 손님들에게 가장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손동작과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손님을 떠나보낼 때 여자들은 작별을 아쉬워하는 마음으로 ‘이살레이’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슬프고 애잔한 감동을 주는 이 노래는 가수 윤형주 씨가 1970년대에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노래로 부르기도 했다. ‘카바’ 의식은 ‘양고나’ 라고도 불리는 고추나무의 뿌리를 건조시킨 후 물에 적셔서 즙을 만들어 마시는 의식이다. 대개 남자 세 명이 식을 진행하는데 카바즙을 짜는 사람, 검사하는 사람, 손님에게 내는 사람으로 이루어진다. 언제나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피지인들은 중요한 손님일수록 많은 양의 음식을 차리고 반드시 카바 의식을 한다. 손님이 가장 위쪽에 양반 자세로 앉으면 코코넛으로 만든 접시인 ‘빌로’에 따라 정성껏 대접한다. 손님은 반드시 박수를 두 번 치고 ‘불라’(안녕하세요)라고 외친 후에 즙을 단번에 들이키고 다시 박수를 세 번 치며 ‘비나카’(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또 하나는 ‘불 건너기 의식’ 으로 피지인의 선조 중에 튜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잡았던 뱀장어를 놓아주면서 뱀장어로부터 불 위를 걷는 능력을 얻었다고 하여 전해지고 있다. 이 의식은 직경 4미터 정도의 공간에서 뜨겁게 달군 돌 위를 걸어가는 것으로, 피지인은 예로부터 신발을 신지 않아 발바닥의 단단한 굳은살 때문에 웬만큼 뜨거운 곳은 걸어 다닐 수 있다한다. 의식은 남자들만 참여하며 의식 2주 전부터는 여자를 멀리하고 코코넛을 삼간다. 오래전부터 피지에 정착한 인도인에게도 이와 흡사한 의식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힌두교에서 불 건너기 의식은 원래 기우제의 일환으로 행했지만, 피지에 정착한 인도인들은 자신들의 신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행하고 있다. 피지인들의 경우,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의식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도인들은 종교 행위로써 일년에 한 번만 행한다. 의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의식을 위해 열흘 전부터 혼자서 지내면서 야채만 먹으며 정신적· 육체적 준비를 한다. 이렇듯 그네들의 전통의식은 서로 다른 문화의 바탕 위에서 서로를 이어주고 그 속에서 영혼을 같이한다. 천혜의 절경을 가진, 소박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작은 섬나라 피지. 하지만 피지는 이제껏 민족감정으로 유발되는 분쟁과 쿠데타로 몸살을 앓아온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토착 피지인과 이주 인도인들이 아름다운 피지를 가꾸는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 서로의 전통과 문화를 이해해주고 융합하며 살아 갈 때 피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진정한 지상낙원, 아름다운 환상의 섬으로 언제까지나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NP

국   명: 피지 공화국(Republic of Fiji)
면   적: 18,333㎢
기   후: 건기(5~10월),우기(11~4월),평균기온(25℃)
인   구: 86만명(2003.1.1기준)
수   도: 수바(Suva-인구:17만)
인   종: 피지 원주민 50%, 인도인 45%,기타5%
언   어: 영어, 피지어, 및 피지 힌두어
종   교: 기독53%, 힌두38%,이슬람8%,시크1%
화   폐: 피지달러
환 율:F$1 = US$0.51 (2003.3월말 현재)
시 차: 한국시간 +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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