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피플=전은지 기자] 사람들은 이제 똑같은 것에 지루해하고 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색다른 것을 찾다가, 이제는 직접 손으로 만들기도 한다. 내가, 내 손으로 만드는 ‘나만의 것’은 남들과 다르기도 하고, 어쩌면 지구상에서 단 하나밖에 될지도 모르는 ‘유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요즘 젊은 층 사이에는 ‘핸드메이드’가 조금씩 퍼져나가고 있다. 반지나 팔찌 등 주얼리를 만드는 카페부터 혼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는 D.I.Y. 키트 제품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제작되고 있다. 하나부터 열까지 디지털이 되어가는 세상 속에서, 아날로그의 감성을 입은 ‘핸드메이드’는 과연 어떤 매력이 있는 것일까.

 

(본 기사는 월간지 ‘시사뉴스피플’ 2017년 1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

 

핸드메이드에 빠진 사람들
- 패브릭, 캔들, 뜨개질, 주얼리, 컬러링북부터 요리까지

어떤 제품이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 자본주의다. 그 속에서 그 옛날 ‘가내수공업’을 하듯, 2030 세대들은 어떤 의미에서 핸드메이드를 즐기고 있고, 왜 핸드메이드에 빠진 것일까.

미술학원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지은종(27)씨는 손으로 만드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녀는 패브릭 소품부터 드라이플라워, 캔들, 비누, 클레이 등 생활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부터 쿠키를 만드는 베이킹까지 전반적인 분야에 걸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핸드메이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를 묻자, 지은종씨는 “캔들이나 비누의 경우 각자 취향에 따라 원하는 향과 모양, 색상 등이 다른데 기존의 기성제품들 중 마음에 쏙 드는 걸 찾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관심을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죠”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핸드메이드의 장점에 대해 “패브릭 소품의 경우 다양한 패턴과 컬러의 원단 중 원하는 걸 선택할 수 있고, 가방을 만든다고 한다면 손잡이나 라벨 등 모두 내가 원하는 대로 구성할 수 있어서 좋아요. 캔들과 비누 역시 마찬가지죠. 내가 원하는 성분과 오일을 넣어 향도 다양하게 모양도 마음대로 만들 수 있어요”라며 제품의 형태나 재료 선택의 자유로움을 꼽았다.

또 다른 장점에 대해 “인터넷이나 재료를 파는 전문 시장에서 재료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 선물용으로 만들기도 좋아요. 개인적으로는 자주 쓰는 캔들이나 비누를 기성품을 사는 대신 만들 수 있어서 비용 절감도 됩니다”라고 경제적인 점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클레이 리본, 패브릭 코스터, 쿠키, 컬러링북

직장인 서유경(28)씨는 최근 코바늘로 만드는 인형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한다. 코바늘은 흔히 알고 있는 바늘 2개로 뜨는 것이 아닌, 하나의 코바늘로 뜨는 뜨개질의 한 종류를 말한다. 그녀는 남자친구에게 선물을 하기 위해 목도리를 뜨면서 뜨개질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뜨개질로 할 수 있는 독특한 선물을 찾던 중 코바늘 인형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녀는 뜨개질의 장점에 대해 “도안이 어려운 경우도 있지만 뜨개질을 하다보면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회사 업무나 개인적인 일로 머릿속이 복잡한 경우가 있는데, 뜨개질을 할 때는 바늘 한 코, 한 코에만 집중할 수 있어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에게 뜨개질은 심적인 안정감을 주는 정성이 가득한 작품이에요”라고 말했다.

‘로사’라는 닉네임의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핸드메이드 주얼리 만들기를 취미생활로 하고 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면 다양한 컬러의 가죽 팔찌와 원석을 활용한 팔찌가 가득하다. 그녀는 쉬는 주말마다 동대문 종합시장을 찾아 주얼리 재료를 구매한다고 한다. 기본 2시간을 돌고나면 행복하다고.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코바늘 인형, 가죽팔찌, 원석팔찌

핸드메이드 주얼리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 묻자, 그녀는 “친구들에게 뭔가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어요.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것보다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선물을 주고 싶었고, 그러다가 생각난 게 핸드메이드 주얼리였어요. 주얼리는 뭔가 내 돈 주고 사기보다는 선물 받으면 기분도 좋고, 실용성도 높잖아요”라고 말했다.

이 외에 핸드메이드 주얼리에는 어떤 매력이 있냐는 질문에, 그녀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가장 큰 매력인 거 같아요. 제가 맘대로 디자인할 수도 있고, 지인들에게 만들어줄 때도 컬러나 길이, 형태들을 물어보고 만들어 줄 수 있고. 취향저격이라고 하죠? 그 사람이 정말 마음에 드는 선물이면서 직접 만들어줄 수 있는 맞춤 선물이라는 점이 가장 큽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핸드메이드에는 다양한 것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알려진 핸드메이드인 ‘요리’를 빼놓을 수 없다. 유아름(26)씨는 최근 신랑에게 요리를 해주는 것에 가장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먹는 것은 사람의 욕구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남성들보다는 여성들이, 미혼 여성보다는 주부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요. 만들어주면 맛있게 먹어주는 것도 좋아요. 그러다보니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처럼 점점 맛있고 예쁜 요리를 만들고 싶어서 최근에는 데코에도 관심이 가더라고요. 직접 만들어 먹으니 생활비 절감에도 도움이 되고요”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 2015년부터 열풍을 일으킨 ‘컬러링 북’도 손으로 직접 칠한다는 점에서 핸드메이드의 한 분류로 볼 수 있다. 핸드메이드 페어에서 만난 한 30대 여성 A씨는 “처음에는 사람들 사이에 유행하길래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라며 컬러링 북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컬러링북은 이미 익히 알려진 것처럼 직장인들 사이에서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가 해소된다는 장점이 있어 유행처럼 퍼져나갔다. 현재도 대형서점에 가면 컬러링북 코너가 따로 자리잡고 있을 정도로 그 인기는 여전하다. A씨는 “저도 비슷한 이유지만, 컬러링북을 칠하고 있는 동안은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그것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스트레스로 머리가 아프거나 슬프거나 화나는 일이 있어도 컬러링 북을 칠하다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해지더라고요. 킬링타임용으로도 제격입니다”라고 말했다.

 

핸드메이드, 왜 하는 것일까?
- 심리적인 안정, 그로 인한 즐거움과 행복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핸드메이드에 빠져있다. 흔히 ‘곰손’이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손재주가 없거나, 손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돈 주고 사면 되지. 그걸 왜 하지?”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핸드메이드에 빠진 사람들은 단순히 ‘돈’처럼 경제적인 문제를 떠나, 손으로 만드는 그 즐거움을 알기 때문에, 그 즐거움이 각자의 인생에 ‘행복’이라는 중독성을 안겨주기 때문에 집중하는 것이다.

앞서 만난 사람들에게 핸드메이드는 왜 하는지, 왜 각광받고 있는지 물었다. 미술강사 지은종씨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 그리고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대학교 전공도,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비슷하기 때문에 다른 분들이 볼 때나 제가 저를 돌아볼 때나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도 있죠. 하지만 직접 핸드메이드를 하다보니 이건 제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됐어요. 성취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생산적인 취미활동이면서, 혼자 집에서 음악을 듣고 커피를 마시면서 집중하면서 만들다보면 어느새 행복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사용자 ‘로사’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한 것도 있지만, 손으로 뭔가를 만들다보면 괜히 신나고 즐거웠어요. 제 주변 친구들은 ‘금손’이라고 표현하지만, 저는 제가 잘 만든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요. 그저 제 손으로 어떤 사람을 생각하고 만들기에 집중하면 이 세상에서 유일한 주얼리가 탄생하고, 그를 선물받는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요. 이건 저 뿐만 아니라 핸드메이드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핸드메이드에 빠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젊은 층이 보기에 핸드메이드가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코바늘 인형을 만드는 직장인 서유경 씨는 “핸드메이드는 만드는 사람에 따라서 작품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어 특별한 면이 있어요. 요즘 사람들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천편일률인 것 보다는 자신만을 위한, 정성이 가득한 핸드메이드를 더 추구하고 더 찾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유아름 씨는 “ 나만의 것이기도 하고, 장인정신으로 정성을 들여 만든 것이기 때문에 소중하기 때문에 각광받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컬러링북을 취미로 가지고 있는 30대 여성 A씨는 “핸드메이드는 나에게 복잡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집중해도 지루하고 질리지 않고, 머리를 식힐 수 있는 힐링의 시간을 선사해주고, 또 다른 것도 도전해보고 싶게 만들어요”라며 “핸드메이드는 틀에 갇혀져 있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라는 점에서 젊은 층이 관심을 많이 가지는 것 같아요. 컬러링북도 그 구역마다 컬러가 정해진 것도 아니고, 누군가가 컬러를 지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 마음 내키는대로 칠할 수 있어서 즐겁고요”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말한 핸드메이드의 매력을 정리해보면 마음의 안정감을 준다는 점,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는 사회적인 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유행의 한 형태가 아닐까 한다. 전에는 거리에서 독특한 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사람들이나 색다른 디자인의 옷으로 코디한 사람들을 보고 왜 저렇게 입었을까 하고 쉬쉬하며 조용히 얘기했지만, 요즘은 독특한 헤어컬러와 패션은 그 사람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핸드메이드,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까?
- 핸드메이드 관련 전시회 증가‧확대

핸드메이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환영할만한 전시회가 있다. 먼저 2016년 12월 15일부터 열린 제 7회 ‘핸드메이드 코리아 윈터’는 마지막 날인 18일까지 관심 있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 행사를 주관한 ㈜핸드아티는 “한파에도 불구하고 4만여명의 관람객과 350여명의 작가들이 함께 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인기는 여름에 열린 ‘핸드메이드 코리아 섬머’에서도 증명됐다. 지난 7월 열린 여름 전시회는 ‘생활이 달라지는 핸드메이드의 모든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진행됐다. 아트·라이프·셀프DIY·푸드·특별관 총 5가지의 특색 있는 테마로 구성해 오리지널 핸드메이드페어로서 핸드메이드의 모든 것을 보여줬다. 또한 6회를 맞이한 지난 핸드메이드코리아 섬머는 7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했으며, 지난 2011년부터 누적 관람객이 27만명을 넘을 정도다.

지난 12월 15~18일까지 열렸던 핸드메이드 코리아 윈터

특히 ‘핸드메이드 코리아 윈터’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3개의 관을 구성했다. 1관은 핸드메이드 코리아 기프트관으로 선물하기 좋은 3만여점의 핸드메이드 상품과 다양한 행사를 선보였다. 2관 핸드메이드코리아 푸드관&냠냠전에서는 먹는 핸드메이드인 각종 디저트와 베이커리가 돋보였다.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차는 물론 마카롱, 베이비슈, 솜사탕 등 다양한 디저트와 유성남·신효섭·황하늘·염정필 등 4인의 스타셰프들이 출연해 크리스마스 다이닝을 주제로 요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3관 핸드메이드코리아 퀼트&DIY체험관에서는 퀼트, 니트 등으로 만든 독특한 전시와 가죽공예 등과 같은 체험, 핸드메이드로 만든 크리스마스 소품 판매, 정크아티스트 파브르윤이 만든 정크아트 체험, 친환경 목재로 만들어진 우드놀이터 등 핸드메이드와 관련된 제품과 체험이 다양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방문이 이어지자 핸드아티 측은 2017년 7월 20일 열리는 8회 핸드메이드 코리아 섬머를 확장개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이 외에도 2017년 5월 1일부터 5일까지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가 열린다. 1인 창작자부터 기업까지 핸드메이드의 종합적인 소개, 핸드메이드와 다양한 사회영역의 결합, 다양한 핸드메이드 네트워크를 발굴하고 확산하는 등 삶으로서 핸드메이드 문화를 손쉽게 체험하는 축제가 될 전망이다.

2017년 11월 열리는 K-핸드메이드페어는 핸드메이드 문화의 지속적 발전과 대중들의 인식 제고를 위해 열린다. 순수 아마추어 작가부터 전문 작가, 기업들의 작품을 전시하며, 핸드메이드 관련 종사자들의 소통을 위한 네트워크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핸드메이드 시장의 국내·외 판로 개척 및 미래 방향성을 제시할 전망이다.

순두부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클레이로 만든 볼펜, 디퓨저

이렇게 핸드메이드는 새로운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생활 속에서 만드는 작은 소품과 같은 개인의 취미 영역에서 지역의 사회적 경제 영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또한, 사람들은 기계적인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감성’을 찾고 싶어하고 있다. 이에 가장 적합한 것이 ‘핸드메이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기계가 만든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의 ‘손’으로 만든, 개성과 마음의 안정을 안겨줄 수 있는, 그 완성품이 안겨주는 기쁨을 공감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자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활동으로 ‘핸드메이드’가 많은 주목을 받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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