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피플=이남진 기자] 미국 45대 대통령에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내각 구성을 사실상 완료했다. ‘정계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거쳤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선 레이스와 비슷하게 트럼프 행정부 인사 영입에 ‘억만장자 내각’, ‘백인 내각’ ‘군인 내각’ 등 여러 말들이 많다. 지난 12월18일 미 뉴욕데일리뉴스는 “대부분 백인에 억만장자에 타블로이드를 장식한 수많은 이혼 경력에 트위터를 많이 사용하고 인사들이 대거 기용됐다”며 트럼프가 자신과 여러 면에서 닮은 사람들을 끌어 모아 만든 내각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선택을 받은 인물들을 뜯어봤다.

다양성 부족한 ‘초갑부 내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구성한 내각인선은 총재산 규모가 14조원이 넘는 ‘초갑부 내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많은 억만장자가 발탁됐다. 다양성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미 CNN은 “국무·국방·법무·재무 등 4대 핵심 장관을 모두 백인 남성이 차지한 것은 조지 H W 부시 내각이 출범한 1989년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택한 내각의 가장 큰 특징은 ‘아웃사이더’ 내각이란 점이다. 기존의 관례를 혁파하고 오바마 정부의 색깔을 빠르게 탈피하려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이런 점은 기업인 출신들을 대거 영입하고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인사를 발탁한 부분에서도 알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그가 대선 레이스에서 강조했던 ‘아웃사이더’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의 외교업무를 총괄하는 국무장관에 내정된 렉스 틸러슨은 석유업계의 거물이다. 그는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깊은 관계를 배경으로 사업을 경영하고 있다. 또 재무장관에 내정된 스티브 므누신은 수많은 지저분한 소송에 연루돼 있다. 상무 장관 내정자인 윌버 로스는 과거 이혼 문제로 타블로이드를 떠들썩하게 했던 뉴욕 월가의 거물이다.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퇴역 장군 마이크 플린은 음모론을 만들어내 트위터로 확산시킨 인물로 유명하다. 교육부 장관 내정자 벳시 디보스는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인물로 알려졌다. 또 백악관 수석전략가에 내정된 스티브 배넌 역시 지저분한 이혼 경력으로 구설에 올랐다.

데이비드 카푸토 페이스대 정치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과 비슷한 특성을 충성심이나 개인적 책무와 동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데이비드 버드셀 버룩 칼리지 행정학 교수는 “내각 인선자 대부분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라며 “아주 부유하고 논란이 많은 경영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이 바로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다. 텍사스 출신의 64세 틸러슨은 전 세계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엑슨보밀(Exxon Mobil)’의 최고경영자(CEO)다. 미국의 중대한 국익과 직결된 중동지역에서부터 러시아 국영회사까지 발을 넓이고 있다. 10곳 이상의 합작투자회사를 보유한 석유업계 거물이다.

비슷하게 트럼프 당선인도 ‘트럼프 그룹(Trump Organization)’을 소유하고 있다. 사업은 호텔, 부동산 개발 등으로 전 세계에서 걸쳐 운영된다. 트럼프 당선인 자신은 사업과의 이해상충을 피하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아직까지 내놓고 있지 않다. 틸러슨과 트럼프 두 사람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깊은 유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틸러슨은 지난해 러시아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우정훈장(Order of Friendship)을 받기도 했다. 틸러슨 내정자는 트럼프의 대선 유세에서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반대하고 푸틴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보다 더 나은 지도자다”라고 공언하고 다녔었다. 그는 또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당시 대선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에 해킹을 시도했다는 증거를 적극 부인한 바 있다.

‘폰지 사기’ ‘파산의 왕’ 경제 분야 인선

트럼프 당선인은 특히 미국 경제 분야에 자신과 유사점이 많은 이들을 대거 영입했다.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에서 많은 재산을 축적했다. 이후 헤지펀드를 설립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제작에 나서 부를 쌓은 인물이다. 트럼프와 비슷하게 미심쩍은 경영활동으로 수많은 소송에 연루된 경력을 갖고 있다. 그중 지난해, 맨해튼 대법원에 기소된 소송을 보면 므누신은 2년 전 ‘폰지사기(Ponzi Scheme)’를 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폰지사기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일종의 다단계 금융사기다.

상무장관에 내정된 로스는 ‘파산의 왕(The King of Bankruptcy)’이란 별명으로 유명하다. 그는 실패하거나 부도가 난 회사만을 인수해 경영개조에 들어간 다음 막대한 이익을 남기고 되파는 형태로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트럼프도 지난 6월 자신을 ‘부채의 왕(the king of debt)’라고 부른 적이 있다. 두 사람은 대차대조표를 무시하는 뉴욕의 억만장자라는 공통점 외에도 지저분한 이혼 경험으로 뉴욕의 타블로이드를 떠들썩하게 했던 점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로스는 뉴욕 부지사를 지낸 벳시 맥코히와 결혼 상태였던 1998년 계약을 통해 자신의 상사인 조지 파타키에 맞서 주지사에 출마한다면 225만달러(약 27억원)를 주겠다고 한 것으로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었다. 하지만 결혼이 파경으로 치닫으며 돈을 다시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샀다. 이후 맥코히는 “로스가 이혼에 합의하면 50만 달러(약 6억원)를 주겠다고 동의했다”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둘은 소송 한 달 뒤 갈라섰다.

트럼프도 1977년 이바나 젤니치코바와 결혼했다가 1992년 이혼했으며, 이듬해 마를라 메이플스와 재혼했다가 6년 만에 헤어졌다. 특히 이바나와 결혼생활 도중에 메이플스와 은밀한 데이트를 즐긴 사실이 타블로이드를 통해 세세한 부분까지 공개되며 구설에 올랐었다. 23세 연하인 지금 부인 멜라니아 크나우스와는 2005년 결혼했다.

전문가 “정치적 지향점이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경제팀이 그와 유사한 사람들로 구성된데 대해, 그와 정치적 지향점이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한 ‘친정 체제’로 정책적 목표를 이루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카푸토 페이스대 교수는 “트럼프는 자신의 경제 정책을 현실화 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에 용의한 사람들로 내각을 짠 것”이라며 “주변에 뜻이 비슷한 사람들이 이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 정부 감시기구들은 부자들과 경영자들이 대거 내각이 들어온 것은 국민들의 시선에서 충분히 투명하고 건전하게 견제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좌파단체 ‘책임과 윤리를 위한 시민들(Citizens for Responsibility and Ethics)’의 노아 북바인더 전무는 “트럼프의 경영 이익은 여러 측면에 걸쳐 있고 내각 인선자들 역시 막대한 자산과 사업이 정부 정책결정에 심대하게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전에도 많은 재력가들이 입각했지만 이처럼 이해상충이 많은 경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교육정책을 기획하고 제안하고, 입안하게 될 벳시 디보스 교육부 장관 내정자도 이해상충에 속하긴 마찬가지다. 디보스는 ‘암웨이’의 상속자인 딕 디보스의 부인이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재산을 상속받아 억만장자가 된 그녀는 공화당에 막대한 후원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스티브 배넌 수석 전략가 내정자와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역시 트럼프와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 배넌도 로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지저분한 이혼 전력이 있다. 가정 폭력과 구타, 증인 회유 등으로 1996년 소송을 당하기로 했다. 소송은 이후 취하됐었다. 또 플린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다량의 가짜 뉴스를 생성해 배포했다. 이 중에는 대선 직전에 힐러리 클린턴의 측근 후마 애버딘의 전 남편 앤서니 위너의 섹스팅-스캔들 수사팀이 힐러리 측 캠프에서 돈세탁과 성범죄에 연루된 사실을 밝혀냈다는 허위사실도 있다.

軍출신 인사 많아…행정 경험 전무한 인사도

트럼프 당선인에게 선택받은 인물들 가운데 행정 경험이 전혀 없는 인사도 존재한다. 신경외과 의사 출신인 벤 카슨이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으로 발탁된 점은 이런 사실을 뚜렷이 보여준다. 트럼프는 카슨에 대해 “공동체와 가족을 강화하기 위한 뛰어난 생각과 열정을 갖고 있다”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이에 대해 버드셀 버룩 칼리지 교수는 “트럼프 내각이 이전 내각에 비해 출범 초반부터 행정경험 미숙이라는 상황에 봉착할 위험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모두가 경험이 없는 건 아니다. 국토안보부 장관에 내정된 존 켈리는 미 남부 사령관을 지냈다. 또 교통부 장관에 내정된 일레인 차오는 부시 정부시절 노동부 장관을 거쳤다. 보건복지부 장관에 내정된 톰 프라이스는 미 하원 예산위원회 의장을 역임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명한 인물 가운데 군 출신 인물이 많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은 ‘전시 내각’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등이 그렇다. 매티스와 켈리는 해병 대장, 플린은 육군 중장 출신이다. 또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도 군 출신 인사로 분류된다. 이들이 지나치게 강경파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매티스 국방장관과 켈리 국토안보장관 내정자에 대해선 호평도 나온다. 특히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는 ‘6·25전쟁 이후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전투 지휘관’으로 불리는 등 ‘장군 중 장군’이란 말을 듣기도 했다. 매티스는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온 이란과 핵협상을 반대해왔다. 그는 “이란과 협상해 얻어낸 것은 핵개발 일시 정지일 뿐 중단은 아닌 만큼,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켈리 국토안보장관 내정자도 사병 출신으로 대장까지 역임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캘리는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멕시코 국경지대 안보 강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전직 장군들을 등용하는 이유는 강력한 군사력을 구축하고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대외 개입은 축소하되 전쟁 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는 맥아더와 패튼 같은 전쟁 영웅의 삶을 다룬 전쟁영화를 좋아하고, 이들 같은 장군이 있어야 미국이 강해진다고 생각해왔다. 또 다른 이유는 트럼프가 권력형 지도자를 지향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3세부터 18세 때까지 뉴욕 군사학교를 다닌 점도 영향을 줬다. 트럼프는 “내 학창 시절은 군대와 같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왼쪽부터)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오바마 색채 벗겨낸다!

당선되면 불법체류자를 강제 출국 조치하겠다고 대선 유세에서 공언했던 트럼프는 이를 뒷받침하듯 법무부 장관에 강력한 이민 제한정책 지지자인 제프 세션스 앨라배마 상원의원를 낙점했다. 세션스는 상원에 입성하기 전 2013년 연방판사 후보로 지명됐지만, 인종관련 강경발언으로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된 적이 있을 정도로 강경파다. 그는 “법무부의 시민권부서는 정치적 시각을 개입시켜서는 안된다”는 시각을 내비친 바 있다. 세션스는 트럼프가 무슬림 입국 금지를 주장했을 때도 “안보를 위해 적절하다”고 옹호했다. 그는 백인 보수층의 철학을 대변하는 강성 인사로 꼽힌다.

내무장관에 발탁된 라이언 징크 연방 하원 의원은 이라크전 참전군인 출신이다. 2008년 몬태나주 상원 의원을 거쳐 2014년 연방 하원 의원에 당선됐다. 미 내무장관은 연방정부의 공유지와 천연자원 보존, 개발을 책임진다. 징크는 ‘북미 에너지 독립’을 하원 선거 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셰일가스 등 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인 인물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무부의 환경 규제 정책에 비판적 입장이어서 오바마 정부의 색깔을 벗어나기 위한 인사로 꼽힌다.

해당 부처 폐지론자가 장관으로

내각 인선 가운데 해당 부처 폐지론자들이 장관으로 발탁된 파격인사도 많다. 에너지부 장관에 지명된 릭 페리 전 텍사스 주지사는 2011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에너지부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던 인물인데 없애려 했던 부처를 이끌게 됐다. 당시 페리 지명자는 경선후보 토론에서 3개 부처를 없애겠다고 예를 들다가 정작 에너지부는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웁스”라고 말해 망신을 당한바 있다.

벤 카슨 주택부 장관 내정자는 “주택지원 사업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면서 주택건설부의 무용론을 소신으로 밝혀왔다. 벳시 디보스 교육부 장관 내정자도 공교육 예산으로 사립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허용하는 스쿨바우처를 앞장서 주장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교육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 케어 폐지에 앞장서온 공화당의 톰 프라이스 하원의원도 오바마 케어를 관할하는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됐다.

또 환경보호청장에 내정된 스콧 프루이트 오클라호마 주 검찰총장은 파리기후협약에 반대하는 반(反)환경보호론자로 알려졌다. 더불어 노동부 장관에 내정된 앤디 푸즈더는 패스트 푸드 체인점의 사장 출신인데 노동자들이 가장 원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자신의 회사에선 초과근무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고발까지 당했다.

향후 상원 인준이 관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내각 인선 작업이 마무리됐지만, 조각 과정에서 후보자들에 대한 엄격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향후 인준 청문회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인사 검증은 내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처음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한 톰 대슐이 탈세 논란 끝에 낙마한 바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당시 재무장관 내정자 역시 탈세 논란으로 힘겹게 가까스로 인준을 통과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발탁한 말 많고 탈 많은 내각 인선이 인준청문회를 통과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초기 밀월(蜜月)기간으로 간주되는 기간에 첫 내각 인선이 인사검증의 벽에 부딪칠 경우 향후 차기 트럼프 정부의 정책적 동력을 구축하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아울러 여야의 충돌이 본격화하면서 국정 운영 전반이 삐걱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