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서 떠미는 사람만 주위에 가득

정치인에게 있어서 숫자는 어떤 의미일까. 정치계에 입문하면서부터 정치 주요 인사가 되고, 한 나라의 최고통치자가 되기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롯되는 숫자놀음은 비로소 최고통치자가 되어서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도 포인트와 퍼센트로 표시되어지는 그'숫자'가 그들을 따라다닌다.


제대로 실시된 여론조사는 민심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여론조사는 과거 정치에 대한 끊임없는 재고(재고)를 만들어내고, 현실 정치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기도 하고, 미래 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여론조사 결과는 단지 결과만 낳는 것이 아니고 신문과 방송 등에 보도되어 결국 민심에 미치기 때문에 여론조사는 정치인들이 민감해하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여론조사는 본디 많이 차지하는 부분으로 전체가 따라서 흡수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그 위력과 파장이 더욱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여론조사는 과학적으로 실시되고 공정하게 보도돼야 한다.
정치인이 여론조사에 민감해야 하는 것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같은 이치이다. 우리나라에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과 여당의 지지율 하락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그 어떤 개혁의 바람이 불어도 쉬이 사그러들것 같지 않은 불안감이 있다면 현재 일본에는 아베 신조 총리와 자민당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아베 내각이 출범했던 지난 해 9월 70%를 넘어섰던 지지율이 불과 5개월 만에 반토막 났다. 아베 총리가 관방장관으로 있던 시절 이미 차기 총리 자리를 예약한 상황에서 그에 대한 국민적 지지율은 50% 전후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가 총리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 내각의 지지율은 60%를 상회했다. 지난 해 9월 28일 아베 총리 취임 직후인 그날 니혼게이자이, 아사히, 마이니치,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 지지율이 63~71%를 기록한 것이다. 이렇게 아베 내각은 역대 3번째의 높은 지지율로 출범했다.

지지율 변화 추이

2006년 11월 11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 53%로 10% 포인트 하락. 11월 27일 마이니치신문 결과 53%로 14% 포인트 하락. 12월 2일 산케이신문 여론조사 결과 47.7%로 16.2% 포인트 하락. 12월 13일 마이니치신문 결과 46%로 내각 출범 직후에 비해 21% 포인트 하락. 출범 100일을 맞이했던 지난 해 말 출범 직후 70%를 웃돌았던 아베 내각 지지율은 50% 전후로 해를 마감했다. 2007년 1월 20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37%로 지난 해 말 실시했던 수치(55.9%)에 비해 8% 포인트 하락. 내각 지지율이 40% 밑으로 떨어지기는 지난 2001년 2월 모리 내각 이후 처음이었다. 2월 11일 후지TV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 36.4%로 나타났고, 집권 자민당의 지지율이 19.6%로 제1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 20.4%에 의해 추월당했다. 자민당 지지율이 20% 아래로 떨어지기는 2005년 3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멈추지 않고 하락하는 지지율이 마치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고 있는 것과 흡사하다. 이에 대한 아베 총리의 반응은 지난 해 12월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 결과 직후“지지율 하락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아직 출발에 불과한 만큼 확실하게 정책을 추진해 국민들 평가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해를 넘긴 1월에는“나는 컵 속의 물을 보고‘이렇게나 줄었구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아직 이렇게나 남아 있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임 5개월도 못 되는 사이에 지지율이 반토막 난 아베 내각에게 여당 간사장이 정치적 훈수를 하기도 했다. 나카가와 히데나오 간사장은 지난 달 5일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에게 내각 지지율 저하 원인을 분석한 뒤“주저하지 말고 애초의 싸우는 정치인으로서 리더십을 한층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 두 가지가 아닌 지지율 하락 원인들

아베 내각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도를 잃게 만든 아베 총리 본인의 정치 방향과 방식에 있다. 자살을 초래한 집단 괴롭힘에 대한 처리가 미흡했고, 우정민영화 법안에 반대해 자민당을 떠났던 의원들을 복당시켜 국민적 반감을 샀다. 또한 고이즈미 전 내각 때 일본판‘국민과의 대화’인‘타운 미팅’을 170여 차례 벌이는 중에 참가자들에게 정부에 유리한 질문을 부탁, 의뢰했고 발언 내용을 정부가 지정해주기도 했던 과오의 직접 관장이 아베 총리였다는 것이 적지 않은 타격이 되었다. 아베 총리는 사죄한 뒤 책임을 지기 위해 3개월간의 급여를 자진 반납했다. 평화헌법, 교육기본법 개정 등 약 60여년 이어 온 고유 법안을 하루아침에 바꾸겠다고 수차례 언급하면서 강한 추진력의 인상을 얻기 보단 오히려 신뢰할 수 없고 무기력한 정권으로 인식된 면도 있다. 아베 총리가 리더십이 부족하고, 너무 신중한 나머지 우유부단하고 확실한 지도력이 없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낳게 했으며, 모호한 정치로 일관하는 모습도 지지율 하락 원인이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자민당의 총재이면서 자민당과 투쟁을 거듭함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모았지만 아베 총리는 자민당 불신임이라는 국민적인 반감을 등에 업은 꼴이라 그의 내각 지지율 하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그에게“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 여론은 연일 내각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또한 아베 총리 측근들의 부도덕한 행위와 부적절한 언행들도 아베 총리의 지지율 하락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여성 스캔들로 물의를 빚고 사퇴한 혼마 마사아키 일본 정부 세제조사회장 사건이 있었고, 야나기사와 일본 후생 노동 장관은 인구 감소 문제를 이야기하다가“애 낳는 기계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각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해 여성을 애 낳는 기계로 비유한 데에 대해 여당과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사무실 경비를 허위로 기재해 보고하는 등 정부 여당 내 중요인사까지 관련된 정치자금 처리 문제도 아베 내각이 신임을 잃는데 일조했다.

강한 일본을 거듭 주장해오고 있는 아베 총리와 자민당 정권은 향후 정권의 운명이 걸린 오는 7월 참의원선거를 앞두고 있어 지금의 지지율 하락세가 거듭된다면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어서 특단의 대책을 찾아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여정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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