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조류 인플루엔자(AI) 공포 확산

조류 인플루엔자(AI) 공포가 유럽과 아프리카에 다시 확산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AI 전파 경로로 알려져 있던 철새 이동 경로를 벗어난 지역에서 발병한 사례가 확인되었고, 아프리카에서는 AI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AI의 확산세가 심상치가 않다. AI 전문가인 콜린 버터는“철새들의 주요 이동 경로를 벗어난 지역에서 AI가 발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1차가 아닌 2차 전파 사례로 확인될 경우 상황은 심각하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1월 헝가리 남동부 촌그라드주에서 폐사한 3천 마리의 거위에서 고병원성 AI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EU 회원국 내에서 AI 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 8월 독일 드레스덴 이후 5개월 만의 일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영국에 있는 EU 연구소에 샘플을 보내 바이러스를 검사한 결과 인체에 치명적인 H5N1형 바이러스로 확인되었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이어 지난 2월 3일 영국 정부는 1월 30일-2월 1일 잉글랜드 동부 서폭의 한 농장에서 사육중인 칠면조 15만 9000마리 가운데 2500마리가 폐사했다고 밝혔다. 또한 집단 폐사한 칠면조에서 검출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고병원성 H5N1로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환경부는 이날 1차 역학조사에서 H5 계열로 나타난 바이러스를 정밀 검사한 결과 헝가리에서 발견된 H5N1과 동일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덧붙였다.

AI바이러스 진원지 두고 영국-헝가리 신경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에 창궐해 온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영국에서 처음으로 발병하는 등 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스코틀랜드에서 AI에 감염된 야생 고니가 발견된 적은 있으나 영국 본토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헝가리에 이어 영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확인되자 AI 바이러스의 진원지를 두고 양국은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서퍽주 칠면조 농장을 운영하는 버나드 매튜스는 헝가리 최대 가금류 공장인 사가 푸드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곳은 지난 1월 AI가 발생한 헝가리 남동부 촌그라드주의 거위농장에서 160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영국 정부는 지난 2월 3일 서퍽주 칠면조 농장에서 발생한 AI 바이러스가 야생조류가 아닌 헝가리의 식품공장에서 옮겨왔을 것이라는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영국의 전문가들은 사가 푸드 공장에서 취급하는 감염된 칠면조 고기가 영국으로 수입되어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환경식품부에서는 서퍽주 농장에서 발견된 H5N1 바이러스가 지난 1월 헝가리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와 동종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측은 헝가리의 AI 발생지를 중심으로 설정된 10km의 출입금지구역 밖에 위치한 가금류 도살장에서 도살처리된 가금류가 바이러스에 전염된 채 영국으로 수입되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영국의 프레드 란데그 검역부국장은“헝가리에서 수입한 가금류 제품이 감염통로일 수 있다.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회사는 자진해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영국과 헝가리에 자사 가금류 생산 제품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류 인플루엔자(AI), 유럽 전역에 확산 우려

헝가리 농업부는 의심을 받고 있는 사가 푸드 공장이 헝가리에서 최근 AI가 발생한 지역과는 수백 km가 떨어져 있으며, 가금류 도살장의 경우 아직까지 AI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영국과 헝가리에서 발견된 AI바이러스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 반박하고 있다. 헝가리 가금류협회의 라슬로 버라니 회장은“영국인들은 조류 인플루엔자가 헝가리를 비롯한 외국에서 왔다고 결론을 내림으로써 매우 쉬운 해결 방법을 찾으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해답이다”라고 지적했다. 헝가리의 일부 전문가들은“오히려 영국의 서퍽주 농장이 AI바이러스가 발견된 이후에도 여전히 칠면조 가공품을 헝가리 등 다른 나라로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헝가리와 영국에 이어 터키에서도 유사한 증세가 발견되어 유럽은 초긴장 상태다. 터키 농업부는 남동부 바트만 주의 한 마을에서 어린이 4명이 AI 감염 유사 증세를 보이고 있어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생후 6개월부터 6살 사이인 이들은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과 접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터키에서는 지난 2006년 1월에도 어린이 4명이 AI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숨졌다. 이러한 가운데 유엔 관계자는“앞으로 3, 4개월 동안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AI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으며, 특히“대부분의 AI는 철새의 이동 시기에 옮겨지고 있다. 따라서 올해 상반기에 더 많은 AI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럽의 AI공포가 확산됨에 따라 가금류 최대 수출국인 프랑스도 긴급하게 자국의 AI 발생 위험도를 점검하는 등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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