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통신원 최공철

브라질에서 집권 노동자당(PT)의 야당의원 매수 의혹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폭로 정국이 9월 13일로 100일째를 맞았다. 이 기간에 연이어 불거진 각종 비리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실바(60) 대통령의 집권 기반인 PT당은 창당 25년 만에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좌파 인기영합주의자라는 비난 속에서도 높은 지지율로 각국 정치인들의 부러움을 샀던 노동자 출신 룰라 대통령에게도 의혹의 불똥이 튀고 있다. 집권당의 몰락의 암운이 드리운 것은 6월 6일. 브라질노동당(PTB) 호베르투 제페르손 총재가 "여당이 법안 통과에 협조하는 대가로 야당의원 80여 명에게 매달 1만2000달러(약 1200만 원)씩 지급해 왔다"고 폭로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잇달아 정부의 우편업무 비리, 집권당의 비밀계좌 운영 등 의혹들에 대한 무차별 폭로전이 전개됐다. 급기야 의회는 정부와 집권당의 비리를 수사하기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많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고 정부와 집권당의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자리를 내놓았다. 룰라 대통령의 오른팔로 알려진 주제 디르세우 정무장관이 가장 먼저 사임했고 PT당 측에서는 주제 제노이누 총재와 실비우 페레이라 사무총장, 델루비우 소아레스 재정위원 등 당 3인방이 모두 물러났다. 조사위는 비리 연루 사실이 확인된 의원 18명에게 자진 사퇴를 권고해 놓은 상태다. 대부분 집권당 의원들이다. 룰라 대통령도 당의 부패 앞에선 자유로울 수 없었다. 비리 의혹이 자신에게 번지자 그는 당을 멀리하면서 가족의 신용카드 사용 명세까지 조사위에 공개했다. 당은 부패해도 자신은 청렴하다는 사실을 보여 주겠다는 의도였다. 그래도 지지율 추락은 막을 수 없었다. 8일 발표된 조사 결과에서 룰라 대통령의 업무 수행 지지율은 집권 이래 최저인 37%에 머물렀다. 하지만 개인적인 인기는 아직도 높은 편이다. 내년 10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 모의조사에서 어떤 후보도 그를 앞서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룰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던 야당은 그의 인기를 감안해 탄핵안 제출을 포기하기도 했다. 폭로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집권 여당과 정부가 만신창이가 되자 차기 대권후보들이 앞 다투어 출마를 선포하고 있다. 주제 알렌카르 부통령과 주제 세라 상파울루 시장, 제랄두 알크민 상파울루 주지사가 대표적인 인물들. 가라앉는 배에서 뛰어내리려는 '철새' 정치인의 당적 이동도 본격화되고 있다. 국회 구내식당 주인이 현국회의장이 국회 총무국장으로 있을 당시 국회식당 재계약을 위해 준 뇌물수표를 공개함으로 현국회의장직과 의원직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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