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소울의 진정성을 가슴에 호소하다
여의도 오피스텔. 건조하고 둔탁한 문이 밀쳐지며 가수 바비킴이 들어왔다. 소탈하고 인간적일 것이라는 느낌이 여기저기 묻어났다. 모과차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그는 한없이 편안하면서도 한없이 진중했다. 그가 웃었다. 하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인생의 곳곳에 부딪히는 찰나를 고민하는 모습이 스르르 전해졌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그 공간 속에는 백 마디의 말보다 진심어린 눈빛에 마음의 입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시계는 아쉽다고 째깍거리고, 바라만 봐도 따뜻한 에너지를 머금은 그의 견딜 수 없는 음악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바비킴의 음악에 대한 진정성이 오래도록 진한 여운을 남겼다.
#. HIS 2ND ALBUM

#. HIS ACT
바비킴은 자신의 뮤직비디오 ‘파랑새’에 처음으로 연기를 선보였다. 14살 연하의 연기자 박하선과 함께 멜로 연기를 찍은 그는 세상을 떠난 연인을 잊지 못하는 남자의 슬픔을 표현했으며, 하모니카로 피처링에 참여했던 전제덕 역시 뮤직비디오에 직접 출연했다. “사실, 대학교 시절 6개월 정도 연기 수업을 받은 적이 있어요. 아버지가 음악을 하는 것에 심한 반대를 하셔서 음악이 아닌 다른 일을 이것저것 찾다가 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죠. 그런데 뮤직비디오를 찍으면서 NG를 얼마나 냈는지.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뮤직비디오를 통해 계속 연기해보고 싶어요.”
#. HIS FATHER
바비킴은 과거 MBC 관현악단 트럼펫 연주자로 활약했던 김영근 씨의 아들이다. 1집 타이틀곡 ‘고래의 꿈’에서 그의 아버지가 트럼펫 연주로 세션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새 앨범 2집 또한 아버지가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앨범의 4번 트랙 ‘넋두리’라는 곡으로 슬로우록 풍의 전형적인 솔 음악이다. ‘뭘 위해 이렇게도 미친 듯이 사는지/ 가끔 나도 잊고 싶어 천국 같은 삶에서/ 친구들도 멀어져갔네 정신없이 살다보니/ 넋두리도 허공 속에 외로이 흩어져가네.’ 그는 아버지의 자전적 이야기를 연주하는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트럼펫 연주 모습을 보면서 너무 멋있어 보여서 샘도 났지만, ‘저도 나중에 아버지처럼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중학교 때는 잠시 아버지를 흉내 내려고 트럼펫을 하기도 했는데, 반대를 너무 하셔서 그만뒀죠. 물론 아버지의 역량을 이어받았겠지만, 음악을 하게 된 것은 저 스스로 찾은 것이에요.”
#. HIS WEDDING
올해로 서른다섯이 되는 바비킴은 주위 동료나 후배들로부터 결혼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는데, 그때마다 “알았어, 임마”라고 그냥 받아 넘긴다. 이제는 부모님도 포기를 하셨는지 결혼에 대한 얘기를 잘 꺼내놓지 않는단다. “저는 아직도 아이라고 생각해요. 당분간은 결혼 생각이 없어요. 이제야 살맛이 난다고 할까요? 지금은 혼자서 인생을 즐기고 싶어요.” 그래도 바비킴의 이상형이 궁금했다. “나와 내 일을 많이 알아주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커리우먼 같은 여자요. 여기에 요리를 잘하고 마른 체형은 싫어요.”
#. HIS MUSIC

#. HIS INSPIRATION
지금까지 앨범 전곡을 직접 작곡하는 바비킴은 2집은 조금 다르게 이승철의 긴 하루, 윤도현의 사랑했나봐를 만든 전해성 작곡가의 노래를 하나 받았다. 8번 트랙의 Sing Sing Sing으로 천재 뮤지션 정재일과 정상의 세션들이 참여한 발라드 곡이다. 평소 틈틈이 작곡을 하고 있는 그는 음악적 영감을 어디서 얻는 걸까. “그림이 그냥 잡혀요.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만화를 볼 때, 지나가는 차 소리에서 나오는 음악, 멀리서 누구의 음악인지 모르고 희미하게 들릴 때. 2번 트랙 ‘최면’이란 곡은 남의 힙합 음악을 들으면서 영감을 얻었어요. 랩도 들어가기 전의 느린 곡이었는데, 두 배로 더 빠르게 해서 멜로디를 머릿속에 그렸어요. 제 노래의 빠른 곡들은 그런 케이스가 많아요. 반면에 느린 곡들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거나 과거를 떠올리면서 영감을 얻고요. ‘하루살이’같은 경우에는 사막을 떠올린 영상을 그대로 음악으로 표현했어요. 가사가 심각하고 노래가 어려운 반면에, 가장 인간적인 곡이에요.”
#. HIS IDEAL
어느 곳에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쏟아내는 노력의 진정성, 가수 바비킴. 그는 자신에 대한 오해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힙합대부’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에 매우 부담스럽고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오히려 친한 지인이 지어준 ‘랩 할아버지’라는 닉네임이 더 가슴에 와 닿는 바비킴이다. 현재 가수들은 음반시장의 불황으로 연기, MC 등 1인 다역을 하고 있다. 만약 앞으로도 좋지 않은 상황이 여전히 지속된다면 그가 걸어왔던 한길을 고집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한 현실이다. “계속 음반계가 나빠지더라도 저는 어쩔 수 없이 CD를 낼 거 에요. 정말 안타깝지만, 두 세배 더 좋은 공연으로 혼자가 아닌 대중들과 어울려 아티스트의 길을 갈래요.” 마지막으로 바비킴은 전한다. “삶과 음악이 한 순간도 분리된 적이 없었어요. 저는 쉬지 않고 늘 공부하는 자세로 음악과 평생 할 거 에요. 그리고 사생활도 저의 솔직한 음악의 한 부분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그것도 같이 지켜봐주셨음 해요. 노랑, 빨강 등 겉으로 보여 지는 색깔은 달라도 심장은 그대로 저 바비킴이라는 것도 꼭 기억해 주시고요.”NP
신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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