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석희를 만나다

요즘 대형 서적 판매 집계와 각종 포탈에서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너도 그럴 때있니>의 작가 시인 이석희를 만났다.
이렇게 달이 밝은데 내 얼굴이 자꾸만 겹쳐와 가끔은 숨을 멈추고 내 생각할 때가 있니?/늘 해를 따라 돌아가는 해바라기처럼 그렇게 멈추지 못한 채 너도 날 그리워한 적이 있니?/일상의모든 것을 잊은 채 그냥 기억 속을 헤매다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린 채 화석처럼 그렇게 굳어버린 적이 있니?/가끔은 내 목소리가 너를 부르는 듯 하다 발이 아픈 줄도 모르고 새벽녘까지 거리를 헤맨 적 있니?/끝없이 이어지는 그리움 끊을 수 없는 안타까움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결국엔 울고 만 적 있니?/안타까운 사랑으로 아니, 다가갈 수 없는 그리움에 지쳐 말없이 가슴으로 울어본 적 있니? <이석희 네 번째 시집, 너도 그런 적 있니?에서>



소녀같는 느낌의 순수시인
사소한 것에 감사하면 살아가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지라,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지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들이 사라질 때야, 나에게 소중하고 행복을 주는 것들이 사라짐을 가슴 아파한다. 이석희 시인의 네 번째 시집“너도 그런 적 있니?”라는 시는 그런 마음을 잘 표현해낸 시이다. 청자에게 계속해서 물음을 던짐으로써, 자신의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강조하고 있다.
이석희 시인은 2004년 처음 등단한 작가이다. 그녀는 <곰탱이 할 말 있어>라는 시집을 펴내면서, 순수한 중년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서정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후 <아직도 그래도> <가슴이 시킨 일>에 이어, 작년 말 <너도 그런 적 있니?>라는 시집을 내기도 했다. 그녀는 한 권 한 권 자신의 시집을 발표할 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하곤 한다. 전 편과는 다른 후편, 이석희 만의 다양한 색깔을 드러내기 위한 노력일 게다.

중년 여성의 서정성을 만지다

‘아직도 지우지 못한 그리움/지우려다 더욱 지쳐버린/당신은 고장난 안내판’그녀의 첫 번째 시집 <곰탱이 할 말 있어>의‘두 사람’이라는 제목의 시의 한 구절이다. <너도 그런 적 있니?>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곰탱이 할 말 있어>는 사랑과 이별, 자연에 대한 감정을 그녀만의 언어로 녹여냈다고 평가받고 있다. <아직도 그래도>는 조용하고 아늑한 일상 모습을 조명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가슴이 시킨 일>은‘설레임, 끌림, 그래, 무렵, 문득’으로 나누어진 책의 범주가 그녀만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받는다. <가슴이 시킨 일>도 특유의 매력을 발산하면서도 똑같은 감성의 진폭을 발휘한다. 그녀의 책은 구구절절하진 않지만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하다. 그녀의 네 번째 시집 <너도 그런 적 있니?>도 마찬가지다.‘투명한 하늘’이라는 제목의 시에는‘너의 따스했던 입김처럼 다가오는 흰 구름/ 네 마음처럼 시원한 바람/네 숨결처럼 울렁임이/흐뭇한 현기증이 가슴 깊이 밀려온다’라는 구절이 있다. 자연을 바라보며,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베어 나온다.
<너도 그런 적 있니?>는 중년 여성의 순수성과 감수성을 표현한 시라, 그녀의 예쁜 마음이 잘 녹아나는 듯하다. “서점에 가보면, 너무나 판매중심의 일률적인 시집이 많고, 형식과 틀에 밝힌 작품을 볼 때면, 안타깝다”고 말한다. 자유롭고 편안한 그의 작가적 기질은 얽매이지 않는 분방함에서 출발하는 듯 보인다.

그녀는 타고난 시인이다


사실 그녀의 전공은 시와는 전혀 상관없는 디자이너이다. (주)GM에서 디자인 실장으로 근무했던 상업 예술 분야의 전문가다. 이런 그녀가 시집을 냈던 것이다. 그것도 문학계에서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하였다. 한국문인협회 부 이사장 김년균 씨는“그녀를 알게 돼서 무척 기쁘다”라는 표현으로 그녀의 시를 칭찬한다. 김년균 씨는“그녀는 타고난 시인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그의 시에는 억지가 없고, 강에서 바다로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고 막힘이 없다는 것이다. 시란 무릇 천부적 재질과 바탕 위에서 가능하지, 의욕과 열정만으로 힘든 일이기 때문에, 디자인을 전공했던 그녀가 시적 감수성을 표현한다는 것은 타고난 재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이렇게 시를 쓰면서, 자신의 감수성을 마구 표현할 수 있었던 것에는 사소한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착한 마음이 있기에 가능했다. 여행을 좋아한다는 그녀에게 기자는 가장 인상적인 풍광의 기억을 물어보았다. 엉뚱하게도 올 초 많은 눈이 왔을 때 보라매공원에서 본 아름다운 설경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기자는 시인의 감성은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타고 난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가끔 친구와 휴대폰 문자를 보낸다한다. 친구들은 그녀가 보낸 문자에 감격하기도 한단다.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친구를 보면, 사는 게 새로운 느낌이 든다고 한다. 그녀는“글을 쓰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디자이너로서 색상을 고를 때 제일 행복하다”며 웃는다. 얼마 전 얼굴에 상처가 났는데, 금방 완치되었을 때 행복함을 느꼈다며, 아마도 삶은 마음먹기 따라서 행복해지는 가보다했다고 한다. 시인 이석희의 문학의 원천이 되는 그리움과 사랑, 미움의 감정도 이런 소박한 소녀적 감성에서 만들어 지는 듯 보인다. 가끔 찾는 골프장에서 스코어보다는 주변의 경치에 반해서 행복했다는 그녀는 천상 시인일 수밖에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하루에도 수편의 시를 쓸 만큼 시에 대한 열정이 용솟음친다. <가슴이 시킨 일>과 <너도 그런 적 있니?>는 일 년 차이밖에는 나지 않는다. 다작만큼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또 그녀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자신의 감정을 안정감 있게 표현하면서, 젊은 시인과는 다른 풍모의 포근함과 동류감을 느끼게 한다. 일상의 꿈과 낭만이 차가운 현실의 벽에 무너질 때 우리의 메마른 마음에 한줄기 샘물 같은 마력의 힘이 시문학에 있다. 시란 슬프거나 괴로울 때 위로를 받고 화가 나거나 들뜬 마음의 흥분을 가라앉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의 시는 더욱 빛난다. NP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