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곤 회장의 한글사랑과 만화로 보는 조선어학회 사건

몇 년 전 프랑스에서 세계 언어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학술회의가 있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학자들은 참가하지 않았는데, 그 회의에서 한국어를 세계 공통어로 쓰면 좋겠다는 토론이 있었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세계가 인정한 한글의 우수성을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신성아

우리의 글인 ‘한글’이 만들어진 날을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1926년부터이다. 그 해 음력 9월 29일인 양력 11월 4일에 조선어학회(지금의 한글학회)와 신문사가 공동 주최로 서울 식도원에서 처음으로 기념식을 가졌다고 한다. 그 이름도 한글날이 아닌 ‘가갸날’로 그 자리에서 정해져서 2년 간 그렇게 불러오다가, 1928년에 ‘한글날’로 이름을 바꾸었다.

‘한글학회’의 창립과 역사적 의미
1921년 12월 3일 국어학과 국어운동의 선구자 주시경의 문하생 임경재, 최두선, 이규방, 권덕규, 장지영, 신명균 등 10여 명이 휘문의숙(徽文義塾)에서 한국 최초의 민간 학술단체인 조선어연구회를 창립하였다. 1931년 1월 학회의 이름을 조선어학회로 고쳤고, 1949년 9월 현재의 한글학회로 개칭하였다. 1942년 10월부터 8.15광복까지 조선어학회사건으로 학회의 관계자 33인이 일본경찰에 검거되어 옥고를 치르는 수난을 겪었으며, 이윤재, 한징 두 사람은 옥사하였다. 이 학회에서 1933년 확정 발표한 ‘한글맞춤법통일안’은 오늘날까지 국어표기의 준거가 된다 .그 뒤 1980년 8월 전면적으로 수정 개편한 ‘한글맞춤법법’  발표되었다. 한글학회는 8.15광복 후부터 계속하여 한글만 쓰기 운동, 국어의 순화운동, 한글의 기계화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29년 조직된 조선어사전 편찬회의 사업을 넘겨받아 47년 10월 <큰 사전> 첫 권을 발간한 이래, 57년 10월 6권 규모로 완간하였다. ‘한글학회’의 창립 정신은 단순한 학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민족정신을 파괴하려는 침략자의 마수에서 민족을 지키려는 데에 근본적인 목적이 있다. 말과 글은 민족정신의 가장 중요한 소산인 동시에, 민족정신이 거기에 깃들이는 둥주리이며, 민족 문화의 창조, 계승, 발전은 그 말과 글에 의지해 있다. 일본 제국주의 침략자들은 이 사실을 알고, 우리나라를 군사, 정치, 경제의 식민지로 만드는 데에서 만족하지 않았다. 이 식민지 정책을 영구히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 겨레를 얼빠진 허수아비로 만들어야 했고, 이 얼을 빼기 위해서 그들은 우리의 역사를 왜곡하고, 우리의 말과 글을 없애려고까지 한 것이다. 무서운 이 일본의 손에서 민족의 정신과 민족의 문화를 지키려고, 말과 글의 보존, 연구, 발전을 위해서 창립된 것이 ‘한글학회’다.

現 한글학회 김계곤 회장을 만나다
김계곤 회장은 경상북도 청도 출생으로 부산대학교 문리과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언어학과 연구과정을 이수했다. 향토어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열의가 있는 그의 저서로는 ‘국어학 강의’, ‘한글 맞춤법 풀이’, ‘말벗 글벗 한벗’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현대 국어의 조어법 연구 27편’, ‘경기도 방언 연구 25편’ 등이 있다. 보성의 고등학교에서 국어 선생님으로 재직한 적이 있는데, 소설가로 유명한 조정래와 도울 선생이 그 때 가르친 그의 제자이기도 하다.

첫 번째 물음. 친일 혐의를 받고 있는 화가 김기창이 그린 세종대왕의 표준 영정을 바꾸고, 새 만 원권 지폐의 영정 디자인도 바꾸라고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 9월호 한글 새 소식에 그 내용을 실었다. 세종대왕 영정은 김기창 화백이 그린 그림인데, 화가로서는 유명하지만 이번에 친일파 명단에 올랐다. 새천년에 들어서서 시대의 요구에 맞춰 엄청난 국고를 들여 만들 새 지폐에 친일 행위자가 그린 영정을 계속 쓸 수는 없다.

두 번째 물음.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에 대해서

- 국경일과 공휴일은 엄연히 다르다. 한글날은 1949년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으나, 노태우 정권 당시 추석 연휴가 하루 늘어나면서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법정 공휴일에서 제외됐었다. 세계의 수많은 언어가 있지만, 훈민정음처럼 언제, 어디서, 누가 만들었는지 정확한 사례의 언어는 없다. 세계에서도 한글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기 속에 있으면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한글의 대단함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이미 세게 여러 학자들도 감탄하였으며, 미국의 한 교수는 한글날이 되면 수업을 하지 않고 잔치를 베푼다고 한다. 이런 한글날을 국경일이 아닌 것도 안타까운데 공휴일마저 아니라면 얼마나 억울한가. 한글날의 개념을 단순히 쉬는 날로 생각하면 안 된다. 쉬는 날이 아니더라도 국경일로 반드시 지정되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물음. 한글 이름 사용에 대해서

- 요즘 들어 순 우리말 이름이 많이 늘어났다. 굳이 이름이 두 글자로 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너무 고상한 거만 생각하는데, 생각을 바꾸어 내 나라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에 온 선교사에게도 한글 이름을 지어준 적이 있다. 한빛나리, 가람, 이슬, 단비 등 얼마나 사랑스럽고 훌륭한 한글로 된 이름이 많은가.

네 번째 물음. 개인적인 활동과 우리말에 대한 생각

- 많은 활동을 해 왔지만, 할머니들을 강습소에서 가르쳤을 때, 그분들이 한글을 신기해하고 배우려는 자세의 충만함을 보면 나도 모르게 흥이 난다. 그리고 금융연수원과 사법연수원에서 5~6년씩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우리말, 우리글의 표현에 대해 강의를 하였고, 민사·형사 판결문에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글이라는 것은 쉽게 읽고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어려운 말을 사용하고, 한자를 넣어서 작문을 하면 고급스러운 글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대주의적 사고로 의식개혁이 필요한 문제이다. 얼마 전에 내가 택시를 탔을 때, 택시기사에게 “왼편으로 도릅시다”라고 하니까, “좌회전이요?”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내말과 그 기사의 말이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지난 14일 이계진 국회의원은 국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한글날의 국경일 지정을 촉구해 관심을 모았다. 이의원은 이날 “한글은 이 세상에서 창제자의 이름이 역사에 또렷이 남아 있는 유일한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며 “이 같은 한글의 가치를 제대로 안다면 한글날은 겨우 기념일이 아니라 국경일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글로 제작된 국회의원 배지를 달자는 인식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 확산되는 분위기이다. 이 분위기를 이어가 한글날이 앞으로 국경일로 승격될 수 있을지 한글사랑과 관련된 단체와 학회의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NP


<고훈 만화가 프로필>

1973년 11월 전주 출생
1998년 제일만화학원 수료
1998년 만화계 입문 만화가 강촌 문하생
2003년 4월  다음 카페 개설 후 마이 다이어리,삘컷(Feel Cut) 연재
2003년 9월  첫카툰집 <뻰쪽의 마이 다이어리> 출간,(태국 수출)
2004년 4월  커플만화 <뻰쪽이 이야기>,<모모야 이야기> 출간
2004년 12월 SKT,KTF 모바일 만화 서비스(작품명-마이 다이어리)
2005년 1월  <뻰쪽과 모모야의 러브카툰> 출간(대만,수출)
2005년 3월  엽기한자의 작가인 한메산님과의 합작품 <아루마루 모놀로그> 출간
2005년 소설가 안의정님의 <아우야 세상엔 바보란 없단다> 계약. 만화화 하여 출간기획중
2005년 8월  현재 본인의 카페에 <매일mail>작품 연재 시작
현재 다음카페 뻰쪽의 만화일기
(http://cafe.daum.net/mydiaryko)를 운영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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