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공원 논란 전국적으로 확산
1월 27일 경남 합천군청은 새천년 생명의 숲으로 불리던 공원을 일해 공원으로 바꾸겠다고 확정 발표한다.‘일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로, 합천군청에 따르면,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름을 군민 56%의 찬성으로 결정한 명칭이라고 한다. 경남 합천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공원 이름을 전 전 대통령의 아호로 바꾸면, 합천군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게 합천군청의 뜻이다.
군민 50%의 찬성으로 결정했다는 합천군청의 말과 달리, 일해 공원 명칭 확정이후, 합천 군민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일해 공원 반대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2월 14일에는 일해 공원 반대 전국대책위가 조성되어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이런 거센 반대 운동에 합천 군청은“합천군 내에서는 그렇게까지 반대하는 의사가 없다”며,“반대 의견은 일부 언론과 단체들의 언론 플레이에 불과하다”고 밝힌다. 한동안 일해 공원 명칭 추진은 심의조 합천 군수의 뜻에 따라 결정되었고, 설문조사에서도 편파성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합천 군청은 단지 군민의 의견에 따른 것일 뿐이라는 말만 반복한다. 경남 합천 율곡면 새마을 협의회 박재하 회장도“군민이 좋아서 정한 것을 가지고, 객지 사람들이 와서 뭐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논란을 일축시킨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지자체의 공원 명칭 변경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의식 및 지역민들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좋은 이름도 많은 데, 왜 하필

합천군 불매 운동까지 번지고 있다
부산에 사는 오형진(39)씨는 합천벚꽃 마라톤 대회에 5년 째 참가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참가 신청을 취소했다. 그는“그 동안 인심 좋은 대회라고 생각해 즐겁게 참가했었는데,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바꾼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이런 뜻을 어떻게 전달할까하다가 합천 벚꽃 마라톤 대회 불참으로 나름의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고 설명한다. 합천벚꽃 마라톤 대회는 합천 강을 따라 돌다가 결승점에서 공원 쪽을 지나서 돌아오게 되는 코스다. 그는 마라톤을 한 지 7년이 되었는데, 다른 좋은 지역의 마라톤 코스를 알아볼 계획이다. 합천벚꽃 마라톤 대회에 불참을 선언한 사람은 단지 오형진 씨뿐만 아니다. 합천벚꽃 마라톤 대회 게시판에는 일해공원으로 불참하겠다는 글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올라온다.
일해공원이 지역 경제 활성화나 관광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던 합천군청의 말과는 달리, 오히려 전국적으로 합천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확산되고 있는 꼴이다. 박현주 의원은 이에 대해“공원을 새로 짓는 것도 아니고, 이미 조성된 공원의 명칭만 바꾼다고 해서, 관광객이 유치되겠는가”라며,“말이 안 되는 소리다”라고 폄하한다. 서울에 사는 대학생 김지하(25)씨도“전두환 전 대통령은 역사의 죄인이고, 현 대통령도 욕을 먹고 있는 상태에서 독재자로서 국민에게 폐를 끼쳤던 사람을 기린다는 자체가 싫다”고 박현주 의원도 뜻을 같이 한다. 그러나 이런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심의조 군수는 2월 14일 17개 읍면 보고대회에서“광주 등 다른 지역에서도 전 대통령들의 발자취를 관광 자원화하려는 것이 현실”이라며,“왜 합천의 일해공원만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국 진보연대 준비위원회가 주축이 된, 일해공원 반대 전국대책위원회는 한나라당에서 부적절하다는 입장 발표 외에 당 차원에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해공원 반대 전국 대책위 심재옥 최고위원은“합천 군수를 비롯해 한나라당이 주축이 되어 추진된 일이므로,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며,“계속해서 한나라당과 면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다. 일해공원 반대 전국대책위는 일해 공원이 철회될 때까지, 합천 지역에 대규모 집회를 열거나, 각계 릴레이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NP
최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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