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다고 배울 권리도 없는가

현재 교육 문제를 둘러싸고 많은 쟁점들이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의 문제, 공교육의 위기와 사교육비의 증가, 교과개정의 문제, 국제중학교 설립의 문제, 조기유학 열풍 등. 늘 끊임없이 재기되는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 어디에도 장애인 교육문제에 대한 내용은 찾을 수가 없다. 자신의 교육권을 보장받기 위해 많은 장애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몇 차례 시위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지만, 어느 누구하나 그들의 목소리에 주목하지 않았다.


사례 1 : 인천에서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소속되어 있는 양동표(12, 초등4)와 양동주(12, 초등4)는 쌍둥이다. 둘 다 정신지체 2급이다. 동표와 동주 엄마는 아이들이 장애가 있음을 안 후, 어떤 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몰라 하나하나 찾아다녀야 했다. 동사무소에서 장애등록을 해도 관리 받는 게 하나도 없었다. 엄마는 아이들이 5살 때 인천에 통합 어린이집이 딱 한 군데 밖에 없어, 그 곳에 보내기위해 직접 전철 타고 버스 타고 데려다 줘야 했던 기억이 있다. 더구나 장애 아동들이 그 통합 어린이 집으로 몰리는 바람에 장애가 더 심한 동표만이 어린이 집에 다닐 수 있었다. 다른 보통 아이들이면, 집 근처에 있는 어린이 집에 보내면 되는데, 동표와 동주 엄마는 일일이“우리 아이가 장애가 있는데 받아줄 수 있냐?”고 물어봐야 했다고 토로한다.
사례 2: 충남 당진에 사는 구범리(14, 중학1)는 정신지체 1급으로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다. 군 단위로 특수학교가 있기 때문에 범리의 통학시간은 학교버스를 타고도, 보통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일반 학생도 힘든 먼 거리를 정신지체 1급인 범리가 다니기란 엄청난 무리다. 그러나 범리 아빠 구자만 씨는 올해 중학교에 올라가는 범리를 다시 그 특수학교에 보낼 예정이다. 초등학교는 담임선생님이 한 반에서 같이 교육을 받기에 계속 신경을 써 줄 수 있지만, 중학교는 특수학급이 있어도 교과 중심 수업이라 통합 교육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구자만 씨는 통합교육이 원칙이지만, 통합교육이 불가능한 범리의 경우는 특수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단지 통학 거리가 줄어들었으면 하는 게 범리 아빠 구자만 씨의 바람이다. 사례 3 : 서울에 사는 유호진(16, 중학3)은 정신지체 1급으로 일반 학교인 서울 M중학교에 다닌다. 호진이는 보통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지만, 예체능 수업은 원반(장애학생이 특수학급에서 수업을 받지만, 원래 일반 학생과 함께 수업 받도록 원래 반이 따로 있다)에서 일반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는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장애학생 24명에 비해 특수교사 2명과 특수교사 보조원 1명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중학생인 호진이 또래 아이들은 입시위주로 공부하기 때문에, 통합교육을 위한 인성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반 학생보다도 학생들의 부모님의 영향력이 세기 때문에 호진이가 원반에서 수업 받는데 어려움이 많다. 호진이 엄마는 복지적으로 활동 보조인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사례 4 : 전남 광주 조선대학교를 다니는 황기연(3학년) 씨는 시각장애인이다. 조선대학교의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입학했다. 그러나 기연 씨는 수업을 받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메모장이나 텍스트에서 음성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출판사에서 이 부분을 제공하지 않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나마 학교도우미 제도로 책을 스캐닝하거나 워드로 작업해 음성으로 책을 읽게 도와주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 자체가 엉성하다. 현재 고등 교육권을 지원하는 법률이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연 씨는 어떤 불편함이 있어 요구를 하려고 해도 법적근거가 없기 때문에 어려움을 혼자 삭여야 한다. 기연 씨는 장애학생이 있는 학교에는 무조건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어야 하고, 중증 장애인의 경우 활동 보조인을 파견해 일상생활과 수업을 보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늘 교육문제에서 빠져 있었다

작년 말,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열린 우리당 안민석 의원과 공동으로 전국 143개 특수학교 중 141개교의 학칙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학교의 51.8%의 73개교가 장애학생 및 보호자의 인권이 침해되고, 학습권을 침해할만한 학칙을 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후, 지난 해 10월, 교육인적자원부는 법령에 위배되는 학칙을 개정하도록 시도교육청에서 지침을 제시하였다. 12월 중 특수학교 학칙 개정 현황을 조사한 결과 143개 특수학교 중 학칙을 개정하였거나 개정 추진 중인 학교가 109개교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런 학칙 위반 사례는 개별 특수학교가 오랜 기간 동안 학칙을 개정하지 않아 유명무실하게 존치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발생했던 일이었다. 이는 열악한 장애인 교육의 현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그들의 교육에 무관심한지 드러내고 있다.
현재 장애인 교육 부문은 초중등 교육법에서 빠져 있다. 장애인 교육은 특수 교육으로 분류되어 특수 교육 진흥법에 속해 있는 것이다. 동표와 동주 엄마 김태완 씨는“초중등교육법과 영유아 교육법에 장애인 부분이 소속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되면, 주변 학교에서 교사가 배치되고 입학하라는 통보가 와야 하는데, 지금은 장애아의 학부모가 일일이 우리 아이를 받아줄 수 있냐고 입학 허가를 받으러 다녀야 한다. 서울 맹학교 박윤규 특수학교 교사는 이를 두고 특수교육계의 일방적인 짝사랑이라고 표현한다.“일반학교에서 특수아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쪽에서 받아들여야 하는데, 특수교육계만 계속해서 특수교육의 당위성, 필요성만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그래서 우리나라 특수교육의 현실에서 통합교육은 늘 과제로 남는다.

통합교육은 말로만 하면 되나

▲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교육 문제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장애학생과 그들의 부모님 뿐이다.
동표와 동주 엄마 김태완 씨는 소풍 갈 때가 되면 원반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는다. 담임선생님은 이번에 동표와 동주가 소풍을 갈 것이냐고 묻는 전화를 한다. 김태완 씨는 이런 전화를 받을 때면, 정말 속상하다. 소풍은 당연히 가는 것인데, 왜 갈 거냐고 물어보냐는 것이다. 통합교육을 위해 일반학교에 특수학급이 있어 비장애인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지만, 마치 우리 아이들이 들러리로 학교를 다니는 기분이라고 김태완 씨는 말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통합교육을 하려면 환경적, 심리적, 교육과정의 통합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박윤규 특수학교 교사는 그 중에서도 심리적인 통합 교육이 문제라고 설명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심리적인 통합이 없기 때문에, 동표와 동주 담임선생님은 소풍 때면, 계속해서 태완 씨에게 전화를 할 것이고, 태완 씨는 이럴 때마다 매번 서글픔을 느껴야 할 것이다. 박 선생님은“어릴 때부터 통합 교육이 이루어져야 심리적인 통합을 이룰 수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 본인이 통합 교육을 하고 싶어도, 우리나라 입시 교육의 현실과 학부모의 반대로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고 토로한다. 일반 교육계의 학생, 학부모, 선생님이 진정으로 특수교육의 필요성을 공감해야 제대로 된 통합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 특수교육관련 진흥법으로 일반교사가 특수교육에 대한 연수를 하고, 사범대학에도 필수적으로 특수교육에 관한 과목을 수강하도록 했지만, 사실 형식적일 뿐, 별 효과가 없는 상태이다.


진정한 통합교육이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원하는 일
서울 맹학교 유치부에는 비장애인도 다닌다


김원식(6)은 서울맹학교 유치부에 1년 넘게 다니고 있다. 원식이는 비장애인으로 서울맹학교 유치부에는 원식이 같은 학생이 한 반에 3명씩 있다. 원식이 부모님은 원식이가 5살 때 유치원 통합교육이 있는 것을 알고, 원식이를 보내고 싶어 했다. 원식이를 통합교육에 보내고 싶었던 이유는 사회성을 키울 수 있고, 어린 나이기 때문에 친구들을 도와줄 수는 없지만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을 기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처음 원식이에게“네 친구들이 눈이 잘 안 보이는데 어떻겠니?”라고 하니까, 괜찮다고 한 번 해보겠다고 했다. 한 3개월 정도 지나서 원식이 엄마는“괜찮냐?”고 물었다. 시각 장애아동들이기 때문에 가끔 눈을 뜰 때가 있는데, 원식이는 그 때 흰자가 보이니까 무서웠다고 말했다. 그래서“그럼 다니지 말까?”했더니, 원식이는 괜찮다며, 지금은 즐겁게 다니고 있는 상태다. 원식이는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서울 맹학교에 다닐 예정이다.
그러나 원식이가 장애아동과 함께 유치원에 다니는 것에 대해 주의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원식이 엄마는“어머님과 아버님 모두 걱정이 많으셨고, 원식이가 유치원 끝난 후 다니는 YMCA 어린이 스포츠에서도 또래 엄마들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면 어떡하라고 보냈냐”는 반응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원식이 엄마는 아이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믿었고, 설사 나쁜 영향을 받더라도 어릴 때 1~2년 겪는 것이므로, 충분히 부모의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원식이는 길거리를 지나는 장애인을 보면,“나중에 커서 저런 사람들 도와줄 거야”라고 말한다. 어른들이 볼 때 장애인은 불편할 뿐인데, 그것을 병이라고 보는 시각이 강한 반면, 원식이는 그들을 친구라고 생각한다. 원식이 엄마는 원식이가 그들을 당연 도와줘야 할 사람으로 아는 것이 통합교육을 하면서 얻은 성과라고 밝힌다.

조기교육이 가장 필요한 영유아 장애아동

장애아동의 영유아교육 문제는 장애인 교육의 가장 근본적인 귀착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박윤규 특수학교 교사는“일찍 장애를 발견하고 교육적 서비스를 해주면, 나중에 돈도 적게 든다”며,“일반 아이들도 조기 교육 열풍이 있듯이, 장애 아이들도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장애아동에 대한 진단과 교육은 상당히 미미하다. 부모님들이 자신의 아이에게 장애가 있는지 인식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발달 정도의 차이거나 조금 있으면 나아지겠지’하는 식이어서 장애아동의 영유아 교육은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이런 식으로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장애를 방치해두어 더욱 악화되기도 한다. 더구나 만 2,3세 아이들의 장애를 발굴하고 진단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거나, 있더라도 대부분 유료 교육이라 접근성이 낮다. 장애인 교육권 연대 김기룡 사무국장은“현재 추정장애 학생은 전국에 24만 명 정도(만3세~만18세))가 되는데, 특수교육 대상자로 등록된 사람은 약 27% 밖에 안 된다”며,“다른 나라의 경우 추정장애학생의 8~90%가 특수교육 대상자로 등록되어 있어 우리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작년 8월 교육인적자원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추정장애 학생의 70%가 특수교육을 받고 있다고 밝힌다. 장애인 교육권 연대가 발표한 통계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김기룡 사무국장은“이런 수치가 우리가 얼마나 특수교육 대상자 선정이나 발굴에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뽑아놓고 책임은 안지는 장애인 특별전형

장애인 교육권 연대 자료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67개 대학에서 장애인 특별전형이 운영되고 있다. 이 전형을 통해 전체 2000명 정도의 장애인 학생들이 대학에 다니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이들 장애인 중 40%가까이가 중간에 그만두거나 휴학을 하고 있다. 김기룡 사무국장은“대학에서 장애인들에게 교육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
대구대학교에 다니는 김시형(24, 대4)씨는 뇌병변 장애 1급을 가진 지체 장애인이다. 그는 “장애 영역마다 고등교육에 있어 필요한 지원들이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며,“청각 장애인들에게는 수화통역사, 속기사 제도가 필요하고,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전자책과 브레일노트(텍스트 파일을 점자로 번역해 출력하는 기계)가 적극 지원되어야 하고, 지체장애인들에게는 학내의 이동수단이나 강의실로의 접근이 더 쉬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다니는 대구대학교에는 장애인 지원센터가 있지만, 단지 형식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도움을 받는 부분은 겉으로 드러나는 휠체어 수리나 경사로 엘리베이터 설치 등의 물리적인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학교에서는 장애인 학생들의 문제를 지원센터에 맡겨버려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김시형 씨는“사실 장애인 특별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에 장애인교육 지원센터가 없는 경우도 있다”며,“서울대, 재활복지대, 대구대, 나사렛 대학교 정도가 장애인 교육지원센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다. 현재 교육인적자원부 특수 교육 정책부에도 장애인 교육지원센터 운영에 관한 통계자료가 없는 상태다. 장애인 특별전형은 정원 외 학생이기 때문에 대학에서 이들을 위해 편의시설을 제공해줘야 하는데 돈이 들어가니까 뽑아놓고 책임은 안지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김기룡 사무국장은 이런 비용을 대학이 모두 부담하는데 무리가 있으므로, 국가나 지자체에서 일정비용 대학에 지원해주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 말아톤의 배형진 군, 수영을 잘하는 김진호 군은 고기능 자폐이다. 100페이지, 200페이지 책을 한 번만 보고 모두 외우는 학생도 있다. 그런 장애 학생들은 100명 중 한 명에 불과하다.
2005년‘말아톤’이라는 영화가 엄청난 감동을 전하며 온 매스컴을 휩쓸었다. 그리고 이어져 나온‘진호야 사랑해’가 텔레비전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했다. 그 뒤로 매스컴을 통해 등장한 장애아의 모습은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이런 장애아들의 놀라운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느끼지만, 그 속에서 서글퍼하는 이들이 있다. 장애아들과 장애아들의 부모님은 이런 장애아들의 극복신화가 사회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장애인교육권 연대의 김기룡 사무국장은“우리의 모델이 결코 진호나 말아톤의 형진처럼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것이 될 수 없다”며,“일부 정말 특수한 아이들이 장애를 극복해서 이렇게 훌륭하게 되었다. 그러니 너네들도 얘네처럼 하면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해서는 절대 장애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코 개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효과적인 교육시스템을 구축해서 적절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장애인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그동안 하나의 개인 신화에만 주목했던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NP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