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성능, 가격은 월등히 저렴

[시사뉴스피플=노동진 기자]

ICT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4차 산업혁명 대응과 일자리 창출을 국정 핵심 과제로 꼽았다. 근간이 로봇이다. 인공지능에 따른 손과 발이 되어주는 로봇이 있어야지만 산업계에서 혁명을 이끌 수 있다.

글로벌 로봇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연평균 18%의 고성장을 지속하는 등 시장규모에서 1000조원 규모로, 단연 으뜸이다. 세계은행 발표에서도 로봇산업이 인공지능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상승 국면을 주도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세계 시장 점유율 27%로 1위며,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로봇의 대중화 이끈다
로봇시장이 발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지원책을 펼치고 있으며, 국립 연구기관 등을 통해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문제는 상용화를 위한 지원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 자체도 어렵지만, 이를 제품화하기에는 1%의 성공률도 기대하기 어렵다. 우수한 기술들이 사장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근 국내에서 로봇산업을 진두지휘할 획기적인 제품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바로 ‘로봇용 엑추에이터’로, 로봇의 대중화를 이끌 수 있게 됐다. 엑추에이터는 모터와 감속기, 드라이버 등으로 구성 돼 있는데, 로봇 가격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기술이다.
‘로봇용 엑추에이터’ 개발로, 누구나 로봇을 사용할 수 있는 시대로 한발자국 다가설 수 있게 된 것이다.
특징으로, ‘로봇용 엑추에이터’는 업계 최초와 발명특허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Axial Flux Motor 채용으로, 박형구조와 고토크를 출력한다. ▼증공축 구조로, 배선이 용이하고 ▼프레임레스 베어링과 듀얼스프라인을 적용해 사이즈가 작고, 내구성이 향상됐다. 비용도 크게 다운됐다. ▼수냉식 냉각구조로, 코일에서 발생한 열을 억제해 모터 출력 향상과 장시간 연속 구동을 가능하게 했고, 모터의 일정한 효율을 유지한다. 통합 라디에이터로 6축 수냉시스템 구축으로 로봇의 성능도 향상됐다. ▼모터내장 토크 센서를 통해 3지점 동시 계측이 가능하고, 다이렉트 티칭 시 위치 값과 토크 값이 동시 레코딩 되고 외력에 의한 토크 오차로 미세 충격도 감지한다. ▼내열성 세라믹 코팅 권선으로 출력향상과 내구성도 향상시켰다. ▼자체 개발한 내장형 엔코더를 장착, 로터부 반사마킹 인식이 가능하고 17bit 분해능과 광케이블 통신을 통한 노이즈를 최소화했다. ▼고효율 연자성 분말을 사용해 모터 출력을 높였고, 비용절감과 함께 대량생산이 용이하다. ▼내장 광학식 엔코더와 내장 토크센서로 사이즈 축소와 비용을 절감시켰다.

(정의진 연구소장)

이 같은 우수한 특징은 실제 성능 검사에서 입증됐다. 한국기계전기전자 시험연구원 모터효율 평가에서 세계 최고라는 독일 제품이 84% 인 것에 반해, 91%로로 높았다. 인버터효율은 이스라엘 98%에 비해 98.5%를 기록했다. 엑추에이터 위치 정밀도는 독일 0.0017Degree이지만, 이 제품은 0.011Degree를 나타냈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서 평가한 출력밀도는 독일 0.4w/g인데 반해 0.5w/g로 나왔다. 이외에도 하모닉 드라이브정격토크와 코어밀도 등도 선진국 제품에 비해 월등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로봇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로봇용 엑추에이터’를 개발한 업체는 (주)엔젤(김점두리 대표이사)의 관계사인 로보트론(이종희 대표)이다. 이 기업은 산업용·심해용 로봇, 로봇 부품 소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으로, 몇 년 전부터 엑추에이터 개발에 나서 최근 성과물을 냈다.
이종희 대표는 “국내 몇몇 업체들이 기술개발에 나섰지만, 메커니즘 구조가 달라 실패했다”며 “우리는 전자부품연구원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포항공대 박성진 교수와 함께 ‘고 가반하중, 저가 중소 제조업용 로봇제작을 위한 감속기 일체형 모터 기술개발’을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통한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결실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그간 상용화가 안된 주된 이유로 꼽히던 메커니즘 문제를 SMC(Soft Magnetic Composit)와 PIM 기술로 잡는 등 모든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기존대비 사이즈가 크게 작아졌다. 구리 코일 사용량도 40% 줄어들고, 내구성이 향상되는 등 로봇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적용분야도 제조로봇용 구동기로의 활용성 뿐만 아니라 자동화 장비와 전기차, 이동형 로봇, 근력증강로봇 등 다양한 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다.

로보트론은 하모닉감속기에 대해서도 혁신을 기했다. 기존의 초정밀 감속기인 하모닉감속기는 독일의 HD사가 수십년간 전세계 독점을 하고 있었으며, 국내에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만 했다. 하지만 로보트론에서는 기존의 하모닉드라이브 원리는 같으면서 전혀 다른 메커니즘으로 하모닉감속기 개발에 성공했다. 사이즈도 기존 대비 1/5로 줄였다.

(로봇용 엑추에이터)

국산화로, 가격에서 안전문제까지 잡았다
우리나라가 과연 인구나 땅 규모로 볼 때, 대국인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해답은 로봇에 있다. 로봇 1대당 노동력 5명의 규모로 유추해 볼 때 충분한 승산이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현실은 로봇 가격이 높아 중소업체에서는 쉽게 도입할 처지가 못된다. 여기에 로봇 티칭이 어렵고, 고장 발생 시 유지보수가 쉽지 않다. 안전사고에도 노출 돼 있다. 때문에 로봇은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로봇용 엑추에이터’ 개발로 중소업체에서도 로봇을 산업전반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먼저 가격을 잡았다. 고가의 원인이었던 주요 구동 부품 수입을 전부 국산화 했으며, 모터와 감속기, 엔코더, 토크센서의 일체화 및 공정단순화로 비용을 최소화했다. 현재 일본 ‘6축 다관절로봇’ 이 덤핑으로 3000~4000만원대에 팔리고 있지만, 이제 1/3 정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운용 문제에 대해서도 혁신을 기했다. 기존 제품은 point to point 티칭방식으로 인해 용접공정 등에서 복잡한 패스로 인해 티칭이 어려웠고, 다른 작업으로의 전환이 쉽지 않았다. 복잡한 작업의 경우 셋팅 시간만 2~3일 정도 걸렸다. 반면에 이 제품은 다이렉트 티칭 적용으로, 레코딩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직접 손으로 모션을 이동하면 자동 저장된다. 중요 포인트를 저장하고 최적화 버튼만 누르면 셋팅 된다. 비전문가도 금방 배울 수 있고, 다품종 적용이 용이하다.
유지보수에서도 실무자가 로봇을 이해하고 있으니 쉽게 대응할 수 있다. 또 비전문가라도 스페어 엑추에이터를 단순 교체하고 초기화 시키면 해결된다.
기업들의 고질병인 안전문제도 잡을 수 있다. 타 로봇은 가반하중이 커서 사람과 부딪히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로봇이 설치된 기업에서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있는 이유다. 반면 로보트론은 모터내부에 토크센서의 내장으로 각 구동 관절에서 외력에 대한 센싱을 수행하여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기초적인 안전관리만으로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했다.

중국 공략 본격화
‘로봇용 엑추에이터’ 개발은 로봇 산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국에서 먼저 알아봤다. 중국은 2016년 전 세계 로봇기술 1위 업체인 독일 쿠카로봇을 인수하는 등 로봇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에서 열린 전시회에 로보트론이 참여하게 됐는데, 모 현지 업체가 성능은 기존 해외 유명 메이커보다 우수하면서도 가격은 기존대비 1/5 저렴한 이 제품에 매료된 것. 사업은 결국 이익을 많이 남겨야 하는데, 엑추에이터 수입 비용을 지불하고 로봇을 만드니 사실상 남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로봇용 엑추에이터’가 선보이니, 너도 나도 계약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종희 대표는 “해외 박람회에 참석하게 되면서, 여러 국가에서 콜이 오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구체화되고 있으며, 800억을 투자받아 연간 1200만개를 생산하는 현지 공장 설립도 예정 돼 있다”며 “주요 부품은 국내에서 60%, 중국 현지인이 경영하는 공장에서 40%를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며, 모터 원천 기술을 통해 중국의 로봇 30조원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로보트론은 연구·개발 회사로 남을 것이며, 신제품이 상용화 되면 관계회사로 별도 법인을 둘 계획”이라면서 “궁극적으로 상장을 통해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로보트론은 가공 분야에도 뛰어들었다. 세계 최고의 가공기인 DMG MORI사 MCT와 CNC 투스핀들 턴밀선반 장비에 가공 작업 중 3차원 측정이 가능한 터치 PROBE를 장착해 1마이크로까지 가공하고 있는 것. 또한 기술연구소와 설계팀, 전기·전자팀, 제어팀, S/W팀을 구성해 개발에서부터 제작까지 하고 있다. <NP>

포항공대 박성진 교수는...
부산 출생으로, 포항공대 1기로 입학해 수석졸업했다.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미시시피주립대 연구교수를 거쳐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박 교수는 분말야금 분야 권위자로, 지난 2009년 미국 오리건주립대와 샌디에이고주립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이 분말야금 분야 국제학술지인 ‘파우더 메탈러지(Powder Metallurgy)’의 최고논문상을 받는 등 이 분야 최고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당시 논문에서 박 교수팀은 부품이 소형화됨에 따라 사출온도(melt temperature)와 금형온도(mold temperature control)가 미세분말사출성형공정 중 발생하는 열전달에 미치는 영향을 ‘PIMSolver’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정량화 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소형부품 생산 최적화에 활로를 열었다. ‘로봇용 엑추에이터’도 이 같은 기술을 토대로 상용화의 열쇠를 풀 수 있었다. 박성진 교수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초대장관으로 내정됐다.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