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악플을 권하는가, 올바른 댓글문화 절실

과거 우리나라는 스승의 훈계에 말대답하는 제자, 부모님의 잔소리에 말대답하는 자식은 반드시 혼쭐이 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발전한 것이 화장실 낙서문화, 일명 ‘리플문화’이다. 그리고 오늘날 화장실 음지 리플문화에서 범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양지의 인터넷 리플문화로 거듭났다. 그러나 최근 연예인의 잇따른 사망소식에도 일부 몰지각한 네티즌들이 악플을 올리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크게 대두되고 있다.

인터넷은 현대사회에서 총체적인 문화가 집약되어 빠르게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을 구축하고 있는 인터넷은 보이지 않는 정보로 만들어진 세계를 사이버 공간이라고 하며, 사람들은 그 세계 속에서 고도의 정보를 주고받거나 상호교류를 하고, 다양한 즐거움을 누리기도 한다. 때로는 타인과 함께 의사소통을 하면서 친목을 다지기도 하고, 때로는 갈등을 일으켜 심한 충돌을 보인다. 이러한 의사소통의 수단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메일과 게시물 작성, 채팅, 쪽지 그리고 리플 등이 있다. 특히, 오늘날의 리플은 무분별한 욕설의 남용과 누군가를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왜 사람들은 그러한 리플을 다는 것일까?’하는 의문을 남긴다. 이처럼 악플(악성 댓글)을 다는 인터넷 공간의 무법자 악플러들. 올해 7월부터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앞두고 있지만, 좀처럼 그들의 활동은 사그라질지 모르고, 음지를 타고 독버섯처럼 점점 퍼지고 있다.

악플,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

댓글은 ‘대답하다, 응수하다’를 뜻하는 영어단어 ‘리플라이(reply)’를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흔히 ‘리플’이라는 약어로 표현되고 있다. 올바른 댓글과 악플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포털사이트 규정에 따르면 타인에 대한 욕설과 비방,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유출, 저작권 침해, 폭력이나 사행성 조장, 성매매 알선, 음담패설, 광고, 도배글 등을 악플로 보고 있다. 현재 악플의 폐해는 갈수록 심각한 실정이다. 악플에 시달리던 연예인들이 자살하고, 그 연예인 관련 기사에 다시 악플을 다는 행위가 그들을 두 번
<전문가가 본 악플러의 심리상태>

- 악플을 다는 사람들의 특징은
늘 자심감이 없고 열등감에 시달리며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소심한 패배자형’이 있으며,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나 어떤 브랜드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집착을 보여 대상과 라이벌 관계에 놓인 스타 혹은 제품을 자신의 적으로 여기는 ‘자아혼란형’이 있다. 여기에 ‘전투적 독선가형’은 자신의 생각과 가치만이 옳다고 믿고, 상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심하게 헐뜯는다.

- 계속되는 악플은 일종의 병인가
모든 중독은 즉각적 만족을 주기 때문에 악플을 중단하면 금단현상과 같은 반응이 나타난다. 더 강한 반응을 얻기 위해 훨씬 자극적이고 비방하는 악플을 남기는데, 그 속에서 악플러들은 묘한 쾌감을 느끼게 된다. 상대가 이성을 잃고 감정적으로 나올수록 그들은 더 큰 쾌감을 느끼는 것 같다.

- 악플에 대응하는 방법은
한 마디로 무반응이 필요하다. 범인이 범죄현장의 주변을 떠도는 것처럼 악플러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악플을 수시로 확인하는데, 이들은 자신에 대한 공격보다 무반응을 참지 못한다.

죽이고 있는 등 악플러(악플을 올리는 사람)들의 만행은 끝이 없어 보인다. 어떤 정치인은 어느 날 자신에 대한 온갖 악플을 보고는 심장마비로 죽을 것 같아 이후에는 자신의 기사에 대한 댓글을 전혀 읽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연예인을 대상으로 하는 악플 피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군 입대를 앞두고 각종 악플에 시달렸던 가수 문희준은 대표적인 악플러들을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해 30여명을 고소한 바 있으며, 김태희 또한 악성 루머를 퍼뜨렸던 네티즌들을 고소했다. 이렇게 악플러들은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들은 물론 일반인까지 무차별적인 공격을 감행한다. 이로 인해 인터넷에서 상습적으로 악플을 생산해 내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키보드 워리어(keyboard warrior)’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것은 이런 행위가 일상화하고 있음을 증명해 준다. 경찰청이 발표한 <유형별 사이버범죄 발생 및 검거현황>에 따르면, 명예훼손과 성폭력 등 악성댓글로 인한 사이버 범죄는 지난 2002년 3155건에서 올해 7881건으로 불과 5년 사이에 약 2.5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악플은 우리나라만 존재한다? NO!

▲ 악플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일본의 경우 ‘2채널(www.2ch.net)’사이트를 악플러의 온상으로 지목할 수 있는데, 1999년 개설된 이 사이트는 독특한 은어 표현과 문자를 일정하게 배열해 그림을 그리는 식의 댓글문화가 발달했다. 2채널은 뉴스, 세계정보 등 주제별 게시판 내에 누리꾼이 ‘스레(Thread의 일본식 줄임말, 의견개진 게시판)’를 개설해 토론을 유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익명게시판이라는 특성상 악플이 많으며, 공격의 대상은 주로 한국과 중국인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인의 비칭으로 ‘촌(チョン)’이란 은어를 쓰며 ‘한국인은 죽어야 해(チョンは 死ぬべき)’따위의 글이 도배를 하고 있다. 극우 성향 탓에 일본 내에서도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포털사이트‘바이두’에 누리꾼이 유머글을 올리자 다른 누리꾼들이‘쓰레기’등의 욕설을 담아 댓글을 올리며, 한자 외에 알파벳 약어로 욕설을 표현하고 있다. 그들은 바이두, 시나닷컴 등을 통해 민족우월주의자들의 배타적인 용어인 쏘우르번(小日本, 일본인 비하), 양궈의즈(洋鬼子, 서양인 비하) 등이 등장하며, 한자표현 외에 MD(젠장), SB(바보) 등 알파벳을 사용한 발음기호인 병음으로 욕설을 쏟아내기도 한다. 한편, 최근 고도 비만 때문에 출산 이틀 전에야 임심사실을 알게 된 미국인 여성이 인터넷 악플로 심한 고통을 받은 사건이 있었다. 캘리포니아주 가든브로브에 살고 있는 체중 180kg의 39세 에이프릴 브로눔은 3월 초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 그녀는 출산 이틀 전에 임신사실을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언론의 화제가 됐는데, 사건의 발단은 출산 소식을 전한 인터넷 웹사이트에 인신공격성의 내용이 가득한 댓글이 수백 개 달려있던 것이 문제가 되었다. 익명의 네티즌들은 브로눔의 외모를 비방할 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울 자격이 없다는 댓글을 남겨 그녀에게 심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번의 ‘비만 임산부 악플 사건’은 미국 역시 일부 네티즌들의 악플 문화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셈이다.

<댓글의 유형>

- 낚시형 : 네티즌의 재기발랄함이 드러나는 유형. 선정적인 제목 등으로 조회 수를 유도한 것을 두고 일명 낚시질이라고도 한다.
- 등수놀이형 : 전통적인 댓글형. 이들에게는 ‘1등으로’댓글을 달았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개인홈피 PR형 : 미니홈피나 블로그가 유행하면서 자신의 홈피의 클릭수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등장한 유형.
- 악플형 : 댓글의 폐해로 지목되는 내용 없이 그저 악의 가득 찬, 바로 안하무인격의 비판으로 일관하는 악플이다. 대부분 관련 글과 전혀 관계없는 인물을 근거 없이 비방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 폭로형 : 연예인 스캔들 기사에 가장 많이 등장. 기사에는 연예인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채, 이니셜로만 스캔들 기사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댓글을 보면 예리한 추리력으로 그 이니셜의 주인공을 찾아내기도 한다.
- 특정인 거론형 : 최근 1년 사이 가장 많이 등장한 댓글형으로 세태를 풍자하는 대표적인 유형.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형태가 ‘000가 이러는 동안 노무현 대통령은 뭘 했나’같은 경우.
- 기자훈계형 :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통해 기사를 보는 경우가 많아지고, 댓글과 같이 네티즌과의 의사소통 창구가 다양해지면서 기자의 실수를 짚어내는 댓글이 많아졌다. 작게는 오타를 지적하기도 한다.
- 무플방지위원회형 :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수많은 기사 중 어떤 것들은 네티즌들의 높은 관심을 받지만 혹은 그렇지 못한 것들도 많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네티즌들이 댓글 하나라도 올려주기 위해 ‘무플방지위원회’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다.


독배의 향연에 칼을 들어라

▲ 인터넷 예절을 다룬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공익광고 장면
오는 2007년 7월부터 포털을 비롯한 각종 대형 사이트에서는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된다. 정보통신부는 제한적 본인확인제 관련 법안이 2006년 12월 정기국회를 통과해 지난 1월 공포, 2월에 공청회를 가진 뒤 7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인터넷 실명제’는 2004년 3월 12일 개정 공포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에 규정된 개념으로, 인터넷 언론사의 게시판에 선거에 관한 의견을 게시할 때 의견 게시자가 기입하는 성명과 주민등록번호의 일치 여부를 확인한 후 일치하는 경우에 한하여 의견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통부는 본인확인제 대상 사이트는 법안에 일일 방문자수를 10만 명 이상으로 규정하고, 구체적 규모는 대통령령에서 정하기로 해 10만 명은 최소 기준이며, 10만 명 이상 사이트가 모두 적용대상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현재 10만 명 이상인 사이트는 포털사이트 27개를 포함해 212개다. 하지만 인터넷 실명제에는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가명 악플러의 추적에 한계가 있고, 악플의 범주를 어디까지 규정할지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함으로써 악플을 사전에 막고, 특히 주민등록번호 도용과 같은 범죄는 엄중하게 다스려져야 한다. 이제는 악의적이고 인신공격적인 댓글에 대해서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너그럽게 용서해서는 안 된다.

악플러 제보 받습니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3%가 “악플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라고 응답했다. 이를 볼 때, 현재 악플의 폐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건전한 인터넷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악플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 제61조 제2항>에 의하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한다. 또한 정보로 인해 법률상 이익이 침해된 자는 해당 정보를 취급한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를 요구하거나 반박의 글을 게재할 권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악플 피해자는 해당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악플을 삭제하고 추가적인 악플로 시달리지 않도록 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에 정보통신부 윤리위원회 신고상담실(02-3415-0113)에 신고하거나 악플을 다운받아 경찰청 사이버테러 대응센터(02-393-9112)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더구나 포털사이트를 중심의 네티즌들은 자발적으로 카페를 만들어 악플러를 적발하거나 건전한 댓글을 촉구하는 등 자정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악의적 댓글은 분명 범죄행위이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악플러의 댓글 하나에 공격을 받은 당사자는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악플을 규제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네티즌 의식이다. 그들은 스스로 인터넷 예절 ‘네티켓’을 지키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야 하며, 다양성 넘치는 토론의 장으로 진화하는 건강한 댓글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리하여 인터넷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건전한 사이버 문화를 선동해 나가길 기대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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