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부동층 최고치

< 뉴스포커스 - 프랑스 대선 주목 >


4월 22일 프랑스는 대통령 선거 1차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1차 결선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 2위 후보를 선발하고 다음 달 6일 2차 결선투표를 통해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이을 프랑스 대통령이 선출된다. 프랑스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냐, 집권당이냐, 막판에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중도성향 후보냐를 놓고 현재 프랑스 현지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프랑스는 대선 투표의 형태가 좌우의 치열한 대립각으로 진행되어 왔다.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인 1, 2위를 다투는 후보들이 집권 우파와 사회당 좌파로 유권자들이 양자택일의 성향이 강했다. 하지만 올해 프랑스 대선은 조금 다른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존의 좌우 정치에 실증을 느낀 것일까. 아니면 투표를 앞두고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기존 박빙들의 검증 결과에 타격을 받은 것일까. 중도성향 정책으로 폭 넓은 이념성향을 나타내는 프랑스민주동맹(UDF) 프랑수아 바이루(56) 후보의 지지율은 결선 투표 한 달여를 남겨두고 엄청난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다. 프랑스 언론은 유권자들이 대선 후보의 사회 계층, 정당에 초점을 두지 않고 정책의 중요성을 가지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표를 한 달 여 앞두고 이번 대선에서 찍을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비율이 45%로 나타나 1981년 대선 이후 26년 만에 대다수의 프랑스 국민들이 정치적 노선에 혼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성 만점 프랑스 대선 후보들

프랑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보는 총 12명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총재 겸 내무장관,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후보, 프랑수아 바이루 중도파 정당 프랑스민주동맹(UDF) 총재, 극우당 국민전선(FN) 장-마리 르펜 당수, 트로츠키주의자인 아틀레트 라이계, 마리-조르주 뷔페 공산당 당수, 도미니크 부아네 녹색당 후보, 올리비에 브장스노 혁명공산주의자동맹 후보, 극우 민족주의자인 필립 드 빌리에, 프레데릭 니우스 사냥·낚시·자연·전통당(CPNT) 후보, 반세계화 농민 운동가 조제 보베, 제라르 쉬바르디 극좌 노동자당 후보가 2007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 대선 출마를 원하는 후보들은 1차 검증절차에 해당하는 선출직 공무원 5백명 이상의 추천 서명을 제출해야 한다. 상원과 하원 의원을 비롯해 유럽의회 의원, 지방의회 의원, 시장 등 전국의 선출직 공무원 500인 이상으로부터 지지서명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국 4만 7289명에 달하는 선출직 공무원들의 지지서명을 받기 위해 프랑스 대선 후보자들은 웃지못할 헤프닝을 벌이기도 한다. 군소정당들은 전국을 돌며 지지서명을 받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작은 도시나 지방 도시들은 지지서명을 미끼로 수익금을 벌어들이기도 하며, 경매에 부쳐진 지지서명을 1550유로에 사들인 한 후보는‘정당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지지서명을 받자마자 현장에서 찢어버리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한 이번 프랑스 대선 출마 후보들 중에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이들도 있어 눈길을 끈다. 극좌파인 공산주의혁명동맹의 올리비에 브장스노는 33세의 우체국 집배원으로‘대통령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가 보조금 주택에 살고 있는 극좌파 노동자투쟁당의 아를레트 라기예는‘영구 혁명론’을 주창한 트로츠키주의자로 1974년 여성으로는 처음 대선에 출마한 뒤 이번 출마로 6번째 출마를 기록해 화제가 되고 있다. 극우 민족주의자인 필립 드 빌리에는 유럽연합(EU) 등 유럽 통합 움직임에 반대하고 강한 반(反)이슬람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프레데릭 니우스는 전통적인 프랑스 농촌생활의 가치를 수호하자는 수렵인 정당인 사냥·낚시·자연·전통당(CPNT) 을 이끌고 있다.

프랑스 대선 3파전

현재 지지율 선두 그룹에 해당하는 4명의 후보로는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26%),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 후보(25%), 중도파인 프랑스민주동맹(UDF) 프랑수아 바이루 후보(24%), 극우당 국민전선(FN) 장-마리 르펜 후보(15%) 순인데 르펜 후보의 경우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와 루아얄에 이어 줄곧 3위를 지켜왔었는데 한 달 여만에 지지도 14%P를 끌어올린 바이루 효과 때문에 4위로 밀려났다. 바이루는 국가부채 축소, 연금구조 개편, 소기업 지원 등 중도성향 정책으로 좌우파 후보에 질린 표심을 움직이고 있다. 폭넓은 이념세력을 껴안는 신당창당 및 내각구성을 약속하고 있는 바이루는 2002년 대선 출마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을 하고 있다. 바이루는 교사출신으로 헨리4세의 전기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86년부터 하원의원을 하고 있고, 93~97년 교육장관을 지냈다. 프랑스 첫 여성대통령을 꿈꾸는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은 가족장관과 환경장관을 거치며 얻은 전문성과 폭발적인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유독 여성에 보수적인 프랑스 정치의 벽을 넘고 사회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했다.‘결혼은 브루주아의 산물’이라며 거부하고는 현 사회당 당수와 25년 째 동거하고 있는 루아얄은 최근 재산 가치를 시세보다 낮게 신고해 탈세했다는 의혹 제기를 받고 지지율의 소폭 하락을 하고 있다. 집권 대중운동연합(UNP)의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는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역시 권력을 이용해 부동산 매매 차익을 챙긴 의혹이 보도된 이후로 2위인 루아얄과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바이루는 1차 투표를 통과할 경우, 2차 결선 투표에서 누구와 경합을 벌이던 간에 선점을 할 수 있는 유력한 위치에 있다고 프랑스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정치 이념에서 좌우의 개념을 최초로 만들어낸 나라인 프랑스는 지금 중도(中道)의 물결로 일렁이고 있다. NP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