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마을 위기론

지난 해 4월 2일 화려하게 문을 연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가 1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과거 기대와 흥분 속에 지대한 관심을 받았던 때와는 달리 최근 불거진 적자 운영 상태로 인해 온 국민의 우려와 지탄 속에서 1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영어마을 건립에 한창이던 전국 30여곳의 지자체들은 이번 경기 영어마을의 적자 운영 실태에 주춤하고 있다.


지난 해 4월 초 문을 연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는 처음 한 달 유료입장객만 총 39,339명으로 엄청난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하루 평균 1,568명이 다녀간 셈이니 몇 주전부터 예약을 하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서야 겨우 입성하여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었다. 파주 캠프 이전에도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나 서울시 풍납영어마을 등이 있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못했던 반면, 파주캠프는 막대한 규모와 최신식 시설,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영어 사용 환경을 만들어 두어 개장 이전부터 전국적인 기대를 불러일으켰었다. 파주캠프의 성공적인 순항은 전국 각 지역 사람들에게 영어마을 건립 원성을 샀고, 지자체들은 저마다 시장조사와 사전조사를 벌이고, 부지를 확보하고 빠른 속도로 영어마을 건립 계획을 착수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지금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의 연간 200억 적자 운영 실태 보고는 전국 영어마을 건립 열풍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김문수 경기지사는“오는 6월말까지 파주영어마을이 흑자로 전환되지 못하면 내년 개원하는 양평캠프와 기존의 안산캠프를 민간에 위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00억원대 적자를 본 파주캠프에서 획기적인 영업성과가 나오지 않는 한 파주캠프만 도 직영으로 남고 양평과 안산캠프는 민간위탁 형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 일대 8만4천평에 연면적 1만1천평 규모로 건립된 파주영어마을은 연수생 550명과 원어민 강사 100명이 동시에 묵을 수 있는 기숙사와 교육동, 과학극장, 방송스튜디오, 어린이도서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을 갖추고 있다. 초기건립비용만 900억원이 소요된 대규모 영어 교육 시설이다.

이 정도 적자는 예상했던 것 아닌가

▲ 지난 달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의 적자 운영 실태를 발표하고 향후 양평과 안산캠프의 민간 위탁 운영 계획 가능성을 밝혔다.
파주캠프의 이 같은 적자 실태에 대해 숭실대학교 영어교육과 박준언 교수는“파주캠프의 경우 그만큼의 대규모 시설을 계획했을 때부터 이러한 문제점들은 예견되어 있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영어마을은 사설기관과 같이 비싼 등록비나 참가비를 받을 수가 없고, 공공시설의 특수성상 참가 학생들의 저렴한 비용으로는 기본적 경비를 충당하기도 힘들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파주영어마을을 비롯해 제주시에 건립될 예정인‘제주영어전용타운’도 마찬가지로 대규모 사업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게 마련이다. 뚜렷한 사업목적과 방향성, 정밀 분석, 예측 효과, 예상 부작용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 고민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파주영어마을의 후광에 자극받은 지자체들의 영어마을 건립 열풍은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등한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제 겨우 1년 된 파주영어마을에서 흑자를 기록한다는 것 자체에 무리가 있고, 당초 영어마을 건립 이념이‘공공의 영어교육 질적 향상’이었던 만큼 사업적 성과만을 가지고 영어마을 존재의 의미 자체를 논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양대학교 영어교육학과 한문섭 교수는“영어마을은 재정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대단한 적자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견해는 영어마을의 설립 취지 및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어마을은 건립 당시 분명히‘대체 교육시설’의 개념으로 추진되었던 것이고, 경기도내 학생들의 영어구사력을 향상시키고, 해외 연수를 대체할 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처음 기획 당시부터‘수익사업’을 염두에 두고 설립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쟁점의 핵심은 경기영어마을을‘교육시설’로 볼 것인가, 아니면‘수익사업’으로 볼 것인가 하는 견해의 차이입니다.”라고 말했다.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 건립 당시 일조를 가했던 한 교수는 당시의 영어마을 기획 의도를“단기 해외어학연수를 대체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리기 위해”였다고 설명했다.“짧은 기간이나마 영어마을에서 생활을 경험한 학생들은 학교현장에서 배운 영어를 실제 체험을 통해 익힐 수 있고, 이것은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 때 영어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실제 영어마을을 경험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80%이 만족을 나타냈고, 한 번 쯤은 경험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인식되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상당수가 영어마을 방문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영어마을 내에서의 각기 다른 학생들의 수준차이로 인한 수업의 비효율성과 원어민 교사와의 소통의 문제에 한계가 있으므로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나 교육적 효과에는 부정적인 의견도 많이 있다. 단지 경험에 가치를 두기에는 기초 비용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숭실대 박준언 교수는“우리나라와 같이 부족한 영어사용환경을 인위적으로나마 확장시켜준다는 점에서는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영어마을이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문제점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민간 위탁이 최선인가

내년 4월 개원예정인 경기영어마을 양평캠프는 양평군 용문면 다문리 일대 3만평 부지에 도비 625억원이 투입된다.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6,300평 규모로 건립되는 양평캠프는 현재 상황으로는 민간 유치가 될 전망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서울시의 영어마을은 시의 지원금이 전혀 없이 운영되고 있다”며“경기영어마을이 질은 높지만 적자가 계속된다면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 공공성의 측면에서 볼 때 정의롭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서울시영어마을은 수유캠프와 풍납캠프 두 곳이 운영 중인데 두 곳 모두 영어교육전문기관이 위탁받아 경영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영어마을 역시 위탁운영을 하고 있는데 민간 위탁 운영을 하는 영어마을과 경기도영어마을 파주캠프의 프로그램 이용료를 비교해본 결과 서울영어마을은 5박6일 정규프로그램 16만원, 주말프로그램 10만원이고, 경기도영어마을 파주와 안산캠프는 4박5일 정규프로그램 12만원, 주말프로그램 10만원이다. 민간위탁 운영 체제인 성남영어마을은 5박6일 정규프로그램이 12만원으로 정규프로그램에서는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기영어마을의 경우 타도민이 이용 시에는 가격상승폭이 크기 때문에 타도민들의 이용이 활발하지 못하다. 영어마을이 민간 위탁 경영 체제로 돌아설 경우 이용요금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현재 민간 위탁과 지자체 직접 경영이 공존하는 상황을 보면 오히려 민간 위탁 운영 체제가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영어마을의 민간 위탁 경영 체제에 돌입하게 되면 영어마을끼리의 가격 경쟁이 일어나 오히려 저렴한 가격으로 영어마을 이용이 가능해질 수 있으나, 영어마을은 기존 취지와 프로그램의 질적 보장을 저버리고 고객 유치에만 급급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양대 영어교육과 한문섭 교수는“민간 위탁을 하게 되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일단 목표입니다. 모든 경비에 업자의 이익금이 포함될 것이고 이것은 적자를 면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영어마을이 비싼 경비를 지불해야 이용할 수 있는 또 다른 고급 사설 학원 형태로 전락하게 될 위험성이 있습니다.”라며“적자가 문제가 된다면 민간 위탁 경영을 돌파구로 삼을 것이 아니라 현재 경기영어마을의 경비를 현실적인 수준으로 인상하고,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개발하여 적자의 폭을 줄여가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숭실대 영어교육과 박준언 교수는“파주영어마을을 민간 위탁 운영으로 돌리기에 앞서, 치밀한 사전 계획 없이 영어마을을 건립한 담당자들에게 아까운 국민들의 혈세를 낭비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차후 민간 위탁 경영 체제로 돌아선 이후에는 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영어마을이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변질될 위험성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인제대학교 외국어교육원 홍진옥 교수

Q. 온 나라가 영어마을 열풍에 휩싸였다 할 정도로 전국에 영어마을 건립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경기 영어마을 적자 사태는 모두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회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영어를 잘해야 잘 살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도 영어 광풍이 가장 거센 나라가 한국이다. 국민들의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영어 마을을 증설해 보았자 계속 문을 닫는 사태가 속출하지 않는 다는 보장은 없다. 요즘 어린이들이 영어에는 익숙하나 한국어 사용이 서투른 아이들이 점차로 늘어나고 있고 심지어 어린 청소년들은 외국의 문화인 밸런타인데이에는 익숙하지만 한글날이나 개천절 날은 무슨 날인지도 모르고 그냥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나라의 정체성을 살린 영어 교육 정책 수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Q. 기존의 영어마을이 민간 위탁 운영 체제로 전환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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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지역에서 민간 유치로 운영을 한 경우 민간인이 각종 좋은 시설을 갖추고 턱없이 비싼 수업료를 받는다면 서민들의 자녀들이 이용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므로 귀족학교가 되기 쉽다. 시중에 과외비도 비싸게 받아야 잘 가르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일부러 수업료를 비싸게 받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옷도 비싸게 불러야 잘 팔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Q. 영어마을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보다는 앞으로의 영어마을의 방향성에 대한 대안이 더 시급한 것 같다. 영어마을은 어떤 형태로 성장해야 하는가.
- 영어 마을이 영어 공교육을 실행 하는 데는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으나 사교육을 잠재우는 데는 다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영어 공교육을 올바르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실용 영어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데 영어 마을은 실용 영어 보다는 실용 영어 교육의 일부분인 영어 회화 교육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영어 마을 운영도 시정해야 할 점이 많을 것이다. 외국 문화를 체험하는 학습은 있어도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수업은 수업 시간 속에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는 점이라든가 실용 영어 교육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영작문 수업은 영어 회화 수업에 밀려서 소홀히 취급되고 있는 점 등은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중장기 영어 마을 연수 프로그램의 신설을 촉구한다. 영어 학습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상황에 노출될 수 있도록 학습 시설을 확충해야 할 것이다.

전국에 영어마을 열풍

▲ 영어마을은 학생들로 하여금 영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시켜 강한 동기부여를 해 준다.
현재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기존에 영어마을을 운영 중인 광역 자치단체 이외에도 부산, 대구, 대전시 등이 영어마을을 만드는 계획을 추진 중이거나 계획에 착수했다. 일선 시·군·구까지 지역주민의 요구와 자치단체장의 선거공약 등의 이유로 앞다퉈 외국어마을 설립, 외국어특구 지정 등 현재 외국어마을 조성 계획을 발표했거나 검토 중인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는 전국적으로 30 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화성시는 2010년 개원을 목표로 300억원을 들여 영어, 중국어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외국어마을을 세울 계획이며, 용인시도 유사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광주, 성남, 수원, 이천시 등도 현재 영어마을을 운영하고 있거나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 의정부시는 영어마을 건립을 위해 다방면으로 사전조사를 펼치고 있는 와중에 파주캠프의 적자 소식을 듣고 대규모 영어마을 건립에 대한 필요성과 실효성을 판단한 결과 막대한 건립비, 기초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영어마을로 계획을 수정했으나 현재 상황으로는 그것조차 구체적인 건립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의정부시 관계자에 따르면“주민들의 기대치가 있어서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함부로 뛰어들 수도 없다. 가장 적정한 예산과 규모를 한번 잡아보려고 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부산지역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금정구청이 2006년 3월 개장을 목표로 금정구 남산동 옛 예비군훈련장 3만9천여 평에 조성할 예정이었던 영어마을은 아직 착공조차 못했다. 당초 부산 영어마을 조성이 처음 가시화 된 것은 지난 2004년 6월이다. 부산시는 개성중학교 이전에 따른 부지활용 계획으로 이곳에 영어마을을 조성키로 하고 서울, 경기도에 뒤질세라 예상 사업비 350억원을 책정했고, 늦어도 2007년 말 개교한다는 목표아래 공모를 통해 설계까지 끝냈다. 민간 자본을 활용할 예정이었으나 현재까지 민간 사업자를 찾지 못했고, 예산 문제로 모든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또한 경상남도는 지난 해 8월 영어마을 조성과 관련한 경남발전연구원의 용역결과를 발표하고 도내 시군을 대상으로 후보지를 공모했다. 그 결과 창원시, 진주시, 거제시 등 도내 11개 시·군에서 사업유치를 신청했다. 경발연의 타당성조사 용역에서는 부지 1만평, 연면적 3천평 규모의 영어마을을 새로 조성할 경우 시설비 283억원, 운영비 26억원이 소요되며 기존의 건물을 리모델링 할 경우 시설비 138억원, 운영비 25억원이 들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연간 이용학생수는 8천8백명으로 예측됐고 이는 도내 중학생 12만7440명의 6.9%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남도의회 최진덕 의원은“영어마을이 돈먹는 하마가 되고 있는데 지자체들이 수요조사와 재원조달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도 않고 경쟁적으로 사업을 벌여 중복투자와 예산낭비의 우려가 있다.”며 도내 재정사정이 열악한 만큼 사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발표된 제주도 서부지역에 들어서게 될 영어전용타운의 사업규모는 애초 계획보다 늘어났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제주도 영어전용타운은 면적 129만평, 사업비 1조 5천억원, 9천여명이 동시에 수업을 받을 규모의 초·중·고등학교는 교육특례를 적용해 영어전용타운에서 1년 동안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모든 교과목을 영어로 수업 받은 학생들한테 정규학력을 인정하는 등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신개념 교육기관이다. 올해 하반기에 영어전용타운 개발방법 및 사업시행자를 선정하고, 각종 영향평가 및 지구단위계획 등 개발계획을 수립해 2008년 하반기에 공사에 들어가 2010년께는 영어전용타운 사업이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이 같은 발표 이후 학계에서는 과연 실현가능한 제도인가를 두고 논란이 있을 정도로 제2의 파주영어마을이 되는 것은 아닌지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수요조사와 재원조달 방안 등 구체적인 사전검토 작업 없이 경쟁적으로 외국어마을, 영어마을을 조성하려는데 대해 중복투자와 예산낭비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소 수십억원에서 최대 수백억원의 예산이 들어가지만 정작 수용인원이나 이용 가능한 수요를 따져봤을 때 터무니없이 비효율적인 경우도 많아 철저한 수요예측 및 투자효과 분석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마다 영어 교육을 위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만 해도 수 조원이고, 조기유학생 수는 매년 상승하고 있으며, 각종 영어평가와 사교육에 들이는 비용만 수십 조원이다.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질 높은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실용적인 영어 구사 능력을 추구하는 학부모들의 염원에 따라 정부는 영어마을이다 외국어마을이다 하는 여러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그 실질 운영과 관리에 있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 매번 기대에 못 미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양대 한문섭 교수는“영어마을은 비록 최선의 대안은 아닐지라도 분명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문제점 중 중요한 부분을 해결해 주고 있는 돌파구는 되고 있습니다. 향후 영어마을이 추가로 건립된다면, 외관상 돋보이는 멋진 시설보다는 프로그램 개발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영어교육학계에서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무의미한 원어민 강사 늘이기에 힘쓰지 말고 그 예산과 계획을 현직 교사의 실력 향상에 쏟아 보다 양질의 교육을 우리 스스로가 담당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숭실대 박준언 교수는“현직 영어교사들에 대한 지속적인 강도 높은 영어연수프로그램의 제공, 자격 있는 영어 원어민 보조교사들의 영입 및 이들과의 효과적인 공동수업 등이 병행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영어는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분명한 능력임에 틀림없다. 그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충분하면서 그에 대한 적절한 대안과 방법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지속적으로 예산과 자원은 낭비될 것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이 방법, 저 방법을 시도해보고 돌아가는 정부의 현 상황이 아닐 것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갈 최고의효율성을 지닌 영어 교육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NP


유일하게 흑자 경영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서울시영어마을 풍납캠프는 민간 위탁 경영 형태로 효율적인 운영과 영어 교육의 공익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하에 운영되고 있다. 강인원 풍납영어마을 사업본부장과의 일문일답.

Q. 영어마을 적자 운영 사태에서 비롯된 영어마을 존재 자체에 대한 우려의 시선들이 있다
- 한국사람으로서 가지는 영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영어마을에 접근하면 안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영어마을은 아시아 근접 국가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우수한 교육 형태를 인정받고 있다. 교육 품질 위주의 목표를 달성하는 체제로 더 가까이 가야 하긴 하지만 재무적인 문제가 해결 된다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은 시간문제다.

Q. 서울시의 지원이 전혀 없다고 하던데,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 기초 건립은 서울시가 했고, 위탁 운영을 하는 것이다. 순이익이 2~3% 정도인데 이것은 물가상승률(5% 정도)에도 못 미치는 정도다. 이것을 가지고 흑자 경영이라고 할 정도로 영어마을 사업 자체가 수익 사업이 아니다. 공익의 목적이 없다면 절대 아무도 위탁 운영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다.

Q. 풍납캠프만의 차별화 전략이 있나.

- 교재위주의 학습 형태가 아닌 실체험 위주로 수업이 진행된다. 교재 자체가 없고 체험학습으로 주도하고 있다. 원어민 강사가 각 학교당 있다고 하지만 많아야 2명 안팎이고 원어민 강사 한 명당 배치되는 학생 수는 최하 200여명 이다. 따라서 원어민과 직접적인 교류가 이루어지고 그 안에서 효과를 창출하는 것 자체가 공교육에서는 무리다. 영어마을은 바로 그런 취약점을 해소해 줄 수 있다. 일주일동안 원어민 강사와 지내면서 학생 개인에게 할당된 원어민 대면 시간은 영어교육 프로그램 사상 최대다.

Q. 원어민 강사를 유치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은 없나
- 국내에 영어 교육을 할 수 있는 원어민이 만 여명 정도 있다. 이들을 상대로 선별하는 과정에서 동종업계의 터무니없는 우대 정책은 전체 원어민 강사들의 몸값을 동반 상승시킨 결과를 낳고 있다. 원어민 강사 매니지먼트도 중요하다. 이들이 조금이라도 불편을 느끼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영어마을 운영 자체가 흔들린다. 따라서 원어민 강사에 대한 철저한 대우와 보호가 중요하다.

Q. 영어마을을 체험하는 학생들은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

- 일단 영어를 공부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은 확실하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잘 적응을 하고 효율적으로 영어마을을 이용하는 한 친구는 매주 주말마다 총 24번을 방문했다. 그것이 몇 달이 흐르고 몇 년이 흐르니까 조기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 만한 효과를 보게 되더라. 사실 어악연수에 비하면 아주 저렴한 비용 아닌가. 아이들에게는 영어마을에서의 영어 교육이 학습의 개념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놀이나 서바이벌의 개념으로 다가온다. 말을 해야 상황이 전개가 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하루 이틀이 지나면 원어민 앞에서 말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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