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임보연 기자
그림 제공/ 학고재 화랑 유지현 팀장

꽃은 항상 새롭다.
하나로 규정짓기에는 인간이 알 수 없는 심연에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이 신비롭다. 보드라워 쉽게 부서져버릴 듯 연약해보이지만 여느 강철보다도 강하다. 온갖 시련 속에서도 그리 아름다울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순수한 듯 도발한다. 도발... 이것은 향기다. 꽃잎 살짝 다물고 속내를 감추고 있지만 살짝 입을 벌리는 순간 이미 그 향기의 퍼짐은 꽃의 몫이 아니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최영미는 또 이렇게 쓰지 않았던가.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선운사에서>중에서-
이처럼 꽃은 순간이지만 마음에 남은 꽃은 영원하기도 하다.

임윤아가 그리는 꽃에 현란한 기교는 없다. 오로지 캔버스 위에 정성스러운 손길로 그려내는 희망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임윤아의 그림에서 꽃은 항상 꿈을 꾸는 듯하다. 아직은 이루지 못한 꿈일지라도 언젠가는 이루어질 꿈일지라도 혹여 이루어지지 못한 채 가슴 속에서 져버릴 꿈일지도 모르겠지만, 모두의 꿈이 임윤아의 꽃을 보면서 존재를 확인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NP

about 임윤아
학고재 화랑에서 전시한 ‘윤아의 그림일기’. 윤아씨는 선천성 대사효소결핍증을 앓고 있는 희귀병 환자이다. 밥은 안 먹어도 약은 먹어야 일상생활이 가능한 삶이지만 그래서 선 하나를 긋는데 두 세 시간이 걸리지만 밤을 꼬박 세우면서 그림을 그린다.‘윤아의 그림일기’라는 전시를 통해서 페닐케톤뇨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윤아씨가 질환으로 인한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