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세계 대회에서 상위권을 유지해야
우리나라 빙상스포츠는 기존까지 쇼트트랙이 독무대를 차지해왔다.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차지하는 것도 대부분 쇼트트랙이어서, 다른 빙상스포츠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과 인지도가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가 유래 없는 기량을 발휘하고,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강석 선수가 2007년 세계종목별선수권 대회 남자 500m에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우리나라 빙상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다각화되고 있다.

쇼트트랙보다 200% 더 단합이 잘 된다
단거리에서 세계 최고의 금빛신화를 이뤘던 이강석 선수의 힘은 우리나라 스피드스케이팅의 원동력과 같다. 작년 토리노올림픽을 전후로 하여,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 사이에서 쇼트트랙만큼의 성적을 내고, 인지도를 올려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 만큼 비인기 종목에 대한 설움으로 뭉친 선수들의 단합된 힘이 우리나라 스피드스케이팅이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이강석 선수는“일단 여기저기서 생기나는 구설수나 루머가 없으니까 선배와 후배가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부분이 남달랐다. 우리(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가 느끼기에는 쇼트트랙보다는 200배 더 단합이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쇼트트랙을 포함해 빙상스포츠는 아직도 비인기종목으로 분류된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의 활성화에 대해“야구나 농구처럼 생활체육화 되어, 일반 사람들이 쉽게 즐길 수 있으면 저절로 인기종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재미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경기 관전 포인트를 알게 되면, 등수 경기보다 더 짜릿하고 박진감 넘친다. 신사 대 신사로 시합을 하고 졌으면, 당당히 승부를 인정하는 남자다운 경기인 것 같다”고 말한다.
쫓기는 자가 되었으니, 꾸준한 연습만이 살 길

이강석 선수는 현재 스피드스케이팅의 세계 정상에 서 있다. 그러나 그는“쫓기는 자가 되었다”고 표현한다. 그가 세운 세계신기록을 깨기 위해 일본, 미국, 캐나다, 러시아 선수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차고 들어온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매년 세계선수권 대회가 있고, 올림픽이 있다. 그의 목표는 계속해서 이런 대회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2010년의 밴쿠버 올림픽에서 메달 도전이 가능하다. 물론 2014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유치되면, 그 또한 도전 대상이다. 그는“2014년까지는 어떻게든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2014년이면, 이강석 선수는 31살이다.
대부분의 방상스포츠 선수들은 발을 조여 주는 스케이트 때문에 복사뼈가 튀어나오는 등 발 모양이 매끄럽지 못한 편이다. 그러나 이강석 선수는 자신의 발이 하얗고 예쁘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는 스케이트를 꽉 조이게 신어서 예전에는 발이 못생겼지만, 지금 그는 스케이트를 아플 정도로 조여신지 않는다. 스케이트를 강하게 조여 신는다고 해서 잘 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스피드스케이팅에 너무 뜨거운 관심도 필요 없다. 그냥 은은한 군불만큼의 꾸준한 관심과 성원이 스피드스케이팅을 비롯해 우리나라 빙상스포츠를 발전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NP
최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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