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세계 대회에서 상위권을 유지해야

Sports News - 스피드스케이팅 이강석 선수

우리나라 빙상스포츠는 기존까지 쇼트트랙이 독무대를 차지해왔다.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차지하는 것도 대부분 쇼트트랙이어서, 다른 빙상스포츠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과 인지도가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가 유래 없는 기량을 발휘하고,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강석 선수가 2007년 세계종목별선수권 대회 남자 500m에서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면서, 우리나라 빙상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다각화되고 있다.


3월 10일(한국시간) 미국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의 올림픽 오벌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한국의 한 젊은 선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기존의 세계신기록 34초40을 깨고, 이강석 선수는 34초25라는 기록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도 이강석 선수는 14년 만에 쇼트트랙이 아닌 종목에서 동메달 획득으로 많은 주목을 받아온 터였다. 이후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냈지만, 우리나라에서 빙상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늘 쇼트트랙으로 몰렸던 터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선수가 우리나라에서 나올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쇼트트랙을 제외하고 많은 빙상스포츠들은 메달에 굶주려 있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까지도 배고파해 왔다. 이강석 선수는“다른 나라와 비교해봤을 때, 우리나라만 유독 쇼트트랙 선수들이 잘 해왔으니까, 다른 빙상스포츠들이 없지 않아 피해보는 부분이 있었다”며,“운동을 하러 가면, 쇼트트랙 선수냐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서운함을 나타낸다.

쇼트트랙보다 200% 더 단합이 잘 된다

단거리에서 세계 최고의 금빛신화를 이뤘던 이강석 선수의 힘은 우리나라 스피드스케이팅의 원동력과 같다. 작년 토리노올림픽을 전후로 하여,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 사이에서 쇼트트랙만큼의 성적을 내고, 인지도를 올려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그 만큼 비인기 종목에 대한 설움으로 뭉친 선수들의 단합된 힘이 우리나라 스피드스케이팅이 세계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이강석 선수는“일단 여기저기서 생기나는 구설수나 루머가 없으니까 선배와 후배가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부분이 남달랐다. 우리(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가 느끼기에는 쇼트트랙보다는 200배 더 단합이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쇼트트랙을 포함해 빙상스포츠는 아직도 비인기종목으로 분류된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의 활성화에 대해“야구나 농구처럼 생활체육화 되어, 일반 사람들이 쉽게 즐길 수 있으면 저절로 인기종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재미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그는“경기 관전 포인트를 알게 되면, 등수 경기보다 더 짜릿하고 박진감 넘친다. 신사 대 신사로 시합을 하고 졌으면, 당당히 승부를 인정하는 남자다운 경기인 것 같다”고 말한다.

쫓기는 자가 되었으니, 꾸준한 연습만이 살 길

▲ 이강석 선수는 매년 3월 중순부터 4월 초, 중순까지 꿀맛 같은 휴식 시간을 보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명예홍보대사, 경기도 의정부시 홍보대사로 위촉되는 등 각종 행사에 참여하기 바빴다. 그는 4월 중순에 태릉선수촌으로 다시 훈련에 들어갔다.
그는 경기뿐 아니라, 다른 것에서도 지면 억울해서 잠을 못 잘 정도로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한 번은 스타그래프트 게임을 친구에게 진 적이 있는데, 억울해서 그 친구를 2시간 동안 집에 못 가게 붙잡아 놓고, 이길 때까지 한 적도 있다. 선수로서의 장, 단점에 대해 그는“장점은 시합 때만큼 집중력을 200% 발휘하는 것 같다. 테크닉 면에서는 100%가 완벽하다면, 7~80%가 맞아 들어가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약간 소심한 편이어서 시합 첫 날 경기를 못하면, 둘째 날까지 그 여파가 남아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고 말한다. 그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전 시합에서 아쉬웠던 점을 잊고, 다음 시합을 준비할 때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그러나 그는 다양한 경기 경험을 쌓으면서 이런 부분을 극복해 가고 있다.
이강석 선수는 현재 스피드스케이팅의 세계 정상에 서 있다. 그러나 그는“쫓기는 자가 되었다”고 표현한다. 그가 세운 세계신기록을 깨기 위해 일본, 미국, 캐나다, 러시아 선수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차고 들어온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매년 세계선수권 대회가 있고, 올림픽이 있다. 그의 목표는 계속해서 이런 대회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2010년의 밴쿠버 올림픽에서 메달 도전이 가능하다. 물론 2014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유치되면, 그 또한 도전 대상이다. 그는“2014년까지는 어떻게든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2014년이면, 이강석 선수는 31살이다.

대부분의 방상스포츠 선수들은 발을 조여 주는 스케이트 때문에 복사뼈가 튀어나오는 등 발 모양이 매끄럽지 못한 편이다. 그러나 이강석 선수는 자신의 발이 하얗고 예쁘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는 스케이트를 꽉 조이게 신어서 예전에는 발이 못생겼지만, 지금 그는 스케이트를 아플 정도로 조여신지 않는다. 스케이트를 강하게 조여 신는다고 해서 잘 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스피드스케이팅에 너무 뜨거운 관심도 필요 없다. 그냥 은은한 군불만큼의 꾸준한 관심과 성원이 스피드스케이팅을 비롯해 우리나라 빙상스포츠를 발전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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