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교육은 대립이 아닌 상호보완의 관계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3월, 사교육 실태 및 대책을 발표하면서 사교육 의존도 완화 방안의 일환으로 ‘방과후 학교’ 활성화를 제시하였다. 2008년 까지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토록 지원하고, 바우처 지급 확대 및 지역별 방과후활동지원센터 설치, 학교별 ’방과후학교 코디네이터’ 도입, 저소득층 학생에 대해 EBS 수능교재 무료 제공 등을 그 골자로 하고 있다.


방과후 학교는 저소득층 자녀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여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교육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표면적 목표를 가지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사교육을 억제하여 부실화된 공교육을 부양해 보겠다는 국정책임자의 의지가 반영된 제도로서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사교육을 교내로 끌어들여 사교육을 공교육으로 흡수하려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저 출산, 고령화 등과 같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다양한 교육서비스를 학교에서 제공하고,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 속에서 사교육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줄여주려는 원래 취지대로 운영된다면 매우 바람직한 제도겠지만, 원래의 취지에서 벗어난 운영방법과 시행과정에 있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학교 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방과후 학교

공교육이 담당하여야 할 교육은 단순히 입시경쟁이 아님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너진 공교육을 살리겠다는 처방이, 입시위주의 교육을 하는 사교육을 흡수하는 것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실제 시범학교나 우선시행학교에서는 방과후 학교 취지와 정반대로 교육격차를 더욱 벌리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수많은 파행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일례로 대전지역 고등학교에서는 우수학생을 학원식으로 가르치는 황제 보충수업 형태로 방과후학교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대구에서는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에서도 소수 정예 우열반식 보충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방과후 학교를 시행할 당시, 교육부는 방과후학교의 수강료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르기는 하나, 수강료를 학원비의 70-80%로 책정하고 도시 저소득층에 대한 무료교육 기회도 확대할 것으로 강조하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에서 방과후 학교의 수강료가 학원 경비보다 더욱 높게 책정되어 있으며, 그러면서도 엄청난 혈세가 지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만 회장은 “일주일에 1회 내지 2회하는 수업료를 학원과 같이 매일 수업하는 시수로 환산해보면 오히려 사교육비보다 더 비싼 결과가 나온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방과후 학교가 학원이나 사교육 기업의 참여를 불허한 상태에서 비영리법인에 의해 위탁 운영되는 것이 원칙이나, 제도 운영의 편의성과 보고를 위한 성과 부풀리기 등이 맞물려, 일부 학교장이 이면계약을 통해 학원과 사교육을 끌어들이고 있는 때문이기도 하다.

사교육 기관의 역할을 인정하고 양성해야

우리의 왜곡된 교육현실이 규제를 통하여 바로 잡힐 것인가?
방과후 학교에서 사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고 학원을 교내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적어도 사교육의 ‘교육기술’은 인정한다는 결론이다. 그러한 ‘교육기술’의 도입으로 인하여 교육이 파행되고 학교현장이 입시장화되는 문제도 심각하지만, 역으로 그동안 학원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사교육비 지출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어 학부모의 가계비 부담이 심각한 상태임은 모두가 공감하는 바이다. 이를 경감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연구되어야 하지만, 방과후 학교는 그 해답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공교육을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임이 자명하다.
이상만 회장은“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공교육과 사교육은 상호 보완관계로 공생하고 있다. 학원들은 공교육기관에서 책임질 수 없는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학습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의 뛰어난 점을 더욱 강화시키는 본래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사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비판한다.
우리나라 사교육은 국가교육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음은 물론이고, 지금도 학부모의 대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경제의 일터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노동자 자녀들의 보육기능도 담당하며, 학습의 보조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또한, 세계 유수의 인재들이 모이는 올림피아드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들인 것이 오로지 ‘교과서에 충실’ 해서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이상만 회장은 사교육비가 늘어난 이유도 “과외금지 위헌 판결 이후 급속하게 증가된 개인과외와, 대형 학습지 업체들, 학원보다 그 수가 세배정도 많은 공부방 및 교습소, 그리고 일부 불법적으로 고액을 받는 학원들 때문”이며, 대부분의 학원들은 관련법을 준수하며 성실히 학원을 운영한다고 강조하고, “각 학원들은 저소득층 자녀 지원금, 저 출산 대책 장학금, 성적 우수 장학금, 봉사활동 등의 방법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으며 지부별로도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며 학원인들을 보는 시각의 변화를 주문하였다.


전국보습학원연합회 이상만 회장은 공교육과 사교육이 우리나라 교육의 양축임을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서로의 빈 공간을 채워주는 공교육과 사교육은 두 가닥의 철길같이 서로에게 든든한 동반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공교육은 평준화에 안주해왔고 사교육은 철저한 경쟁을 해 오는 동안 사교육의 영향력이 너무 커져버린 것이다. 이렇듯 주객전도된 현재의 우리교육을 공교육자이던, 사교육자이던, 학부모의 한 사람으로써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평준화에 안주해 온 공교육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여 교육의 수요자들에게 외면을 당하게 된 상황을, 사교육으로 인해 학교수업이 무너졌다고 역설하며 사교육을 규제하려는 것은 누가보아도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더욱 큰 문제점은 책임전가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끌어들이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실화된 공교육을 되살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국민의 호응을 얻기 위하여 사교육 억압책만을 강도 높게 내놓다가, 급기야는 교육격차 해소를 주장하며 학원을 학교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공교육을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몰고 갈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NP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