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한 경협보험 수정 보완 돼야

 

사진=청와대

[시사뉴스피플=박용준 기자]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진전되면서 개성공단 재가동이 곧 현실화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존 입주기업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4월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96%가 재입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들의 발목을 잡는 북한의 불확실성과 함께 떠난 바이어를 다시 잡을 수 있는 방안, 남북경제협력사업보험금 반납이 사업의 존폐를 가늠하고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입주기업의 시름도 커져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우수한 노동력과 자원이 합쳐지면 민족경제의 균형발전과 대도약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말로, 개성공단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처음은 말 그대로 국익 창출에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입주기업들의 피해는 커져만 갔다.
개성공단 재가동 후 다시 한 번 이같은 일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은 당연한 것이다. 때문에 갑작스런 폐쇄에 따른 재발방지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바이어다. 개성공단이 잘 가동될 시 확보한 바이어가 갑작스런 폐쇄로 거래가 끊긴 상황이다. 해외 바이어는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정치적인 논리로 위태한 길을 걷고 있는데, 다시 거래를 이어간다는 보장이 없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A 대표이사 “공단을 재가동하더라도 그동안 거래해온 바이어가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며 “정상 가동을 위해서는 수주가 원활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당장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아 재입주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인 B 대표이사는 “13년 1차 폐쇄의 손실을 겨우 극복한 상황에서 16년 연달은 폐쇄는 고객의 신뢰에 치명적인 타격을 줘 현재까지 각고의 노력을 거듭하고 있지만 향후 어떻게 될지 장담하지 못한다”고 역설했다.

경협보험 환수...반납 여력 없어
재입주를 희망하는 기업들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자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조사한 자료에서도 ‘재입주를 위한 재원 마련’을 1위(66%)로 꼽혔다.
개성공단 폐쇄로 자금사정이 무척이나 나쁘기에 사실상 재투자하기에 여력이 부족하다. 특히 한국수출입은행이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게 지급했던 3000억원 규모의 경제교류협력보험금을 환수하기로 결정하면서, 고충은 더 커져만 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16년 이후 지난 5월까지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집행된 경제교류협력보험 규모가 3027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경제교류협력보험 약관에도 ‘개성공단 사업재개 시 재개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보험금을 반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반납할 여력이 사실상 어렵다. 설문조사에서 입주기업의 60.4%가 ‘사업 재기를 위해 노력 중’이고 13.9%는 ‘사실상 폐업’이라고 조사됐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개성공단 중단이 장기화 됐고, 발버둥치기 위해 베트남 등 해외로 눈을 돌린 업체의 경우 여유 자금이 사실상 바닥이다. 2016년 폐쇄 당시 도산 업체만 10여 곳이 넘었고, 협력업체들로부터 줄 소송을 당하는 등 심각한 경영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다.
특히 장치산업의 경우는 특성상 설비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다시 고쳐서 사용할 수 있으면 다행이지만, 신규로 도입할 경우 부담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는 실정이다. 
실제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 내에 원부자재 등 유동자산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  2년 동안 영업하지 못한 손실 문제와 손상 규모를 가늠할 수가 없는 만큼 정부의 적절한 안배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도 몰랐던 경협보험 제27조
경제교류협력보험금의 부당함에 관한 소도 이어지고 있다. 모 업체의 경우는 2009년 보험 약관에 의문점을 제기했다.
제27조는 “비상위험에 의한 사업정지 후 사업이 재개된 경우 직전년도 순자평가액과 사고 후 순자산평가액을 비교하여 감소분을 손실액으로 간주한다. 단, 직전회계년도 순자산 평가액에 대한 기회비용(전원평균 6월물 국고채 유통수익률을 말함)을 한도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 기업은 2013년 긴급폐쇄 당시 6개월 동안 복구비용 및 재고자산 폐기로 40억원 이상의 손실을 발생했지만, 보험금은 2천만원에 불과했다.
이 업체는 “2009년 어느 날 갑자기 조항이 추가됐다”며 “보험료는 기존 그대로 빠져나가니 인지 하지도 못했다. 최소한 추가 된 보험약관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어야 했다”고 한탄했다. 특히 “‘자본 기회비용의 이자’라는 한도 개념이 실효성 없는 제도로 변질됐다”며 이 점을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2009년 새롭게 조항이 추가되면서 설명회가 있었지만, 120여개 입주업체 중 한 곳이라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최소한 보험료라도 낮아져야 인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설명회 당시 녹취록도 있지만 판결문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업체 측은 “경협보험을 산정하는 근거도 없었다”며 “약관이 변경되지 않는 한 개성공단이 다시 가동된다고 하더라도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돌아갈 업체는 없을 것”이라며 불공정함을 바로 잡아야 함을 강조했다. 
경제교류협력보험은 그동안 초기 투자자산만을 보상하고, 영업손실을 보상하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이 없고, 바이어와 계약파기 등 무형적 손실에도 업체 측에 아무런 혜택이 없다. 분명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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