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운 재상승 위해 국토의 재편성 필요

대담 이 선 구 본부장

대전대 이창기교수는 충청권에서 행정수도하면 떠오르는 인물 중의 하나다. 작년 6월부터 행정수도이전범국민연대(이하 행범련) 상임공동대표를 맡게 되면서 개인의 인적 네트워크와 지적, 물적 자산을 총 동원해 행정수도이전을 실현하기 위해, 위헌판결 이후에는 행정수도를 되살리기 위해 열정을 다 쏟았던 그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3월 8일 행정도시특별법이 통과되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전광역시개발위원회로부터 대전개발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때 주변의 반응은 ‘받을 사람이 받았다’는 후문이다. 그는 대전개발대상 공적서에도 언급된 것처럼 일찍부터 지역사회발전을 위해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해왔다. 우선 1999년에 대전대 평생교육원장을 맡으면서 대전지역의 소외계층을 비롯한 어르신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평생학습 붐을 조성하고, 2001년 대전지역평생교육정보센터장으로 부임하여 대전에서 최초의 평생학습축제를 개최하는가 하면 2003년 제2회 전국평생학습축제를 유치하여 대전의 평생학습 잠재력을 전국에 과시하기도 했다. 또한 중구를 비롯한 도심의 공동화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중구포럼을 창립하고 세미나와 문화예술행사를 통해 쇠퇴한 지역의 재생을 도모하는데도 앞장 서왔다. 최근에는 산업자원부로부터 청소년문화포럼이 포럼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중구 상권의 활성화를 위한 청소년문화컨텐츠개발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마디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는 이창기 행범련 상임대표를 그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개인일도 바쁘실텐데 행범련 상임대표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개인적으로는 대학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인 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젊은 날 학생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인생의 선배로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눌 때 보람을 느꼈고, 연구실에서 밤 12시까지 논문을 쓰고 있을 때 희열을 느낍니다. 그런데 연구실에만 머물 수 없는 상황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우선 지방의 공동화와 인구의 감소로 대학이 어려움에 처해 개인적으로 직업상실의 위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의 지방공동화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입니다. 바로 노무현정부의 분권과 균형발전은 국가경쟁력향상을 위한 최선의 처방이고 행정수도건설이 그 선도사업이라는데 크게 공감했습니다. 또한 행정수도이전에 대한 수도권의 반발과 이기심을 보면서 더 이상 우리 후배들에게 불이익의 구조를 물려 줘서는 안 되겠다는 소명의식을 갖고서 매우 어려운 자리를 여러 번 고사하다가 받아 들이게 됐습니다.

- 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한 해법으로 수도이전 말고 다른 대안은 없습니까?

다른 대안이 없다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지난 60년대에 제한된 자원을 수도권에 집중투자한 불균형개발전략은 나름대로 국부를 증가시키는데 기여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난 40년동안 제한된 자원을 수도권에 집중 투자했던 불균형개발전략의 전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과실이 주변지역으로 넘쳐 흐를 거라는 극화반전의 효과를 기대했던 거지요. 그런데 과연 오늘날 그 전제가 맞았습니까? 오히려 수도권으로 모두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 현상이 발생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도 매년 30만명의 유능한 지방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몰려가고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10만명은 더 이상 서울에서 버틸 수 없는 귀향인력들에 불과합니다. 그러다보니 수도권은 인재의 유입으로 활력이 넘치고 지방은 희망의 상실 속에서 무력감만 더욱 커져 가고 있습니다. 더구나 지난 30년동안 정부가 수도권집중을 막기 위해 펼쳐온 500여 정책들이 전부 실패로 끝났습니다. 수도이전이라는 고강도의 처방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을 뿐 아니라 국운의 재상승을 위해서도 국토의 재편이 필요한 때인 것입니다.  

- 최근 수도분할반대국민운동본부에서 위헌소송을 제기했는데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아마 위헌여부가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젊은 헌법연구관들이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지금 충청권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불안감이 팽배해 있습니다. 저는 이번 판결이 위헌으로 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정부와 국회가 한번 위헌판결을 받은 사항을 면밀히 검토해서 위헌요소를 배제하고 제정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수도분할에 대해 동일입법으로 여겨야 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러면 과천에 존재하는 정부청사도 위헌이라는 논리이니 자가당착적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수도분할을 반대하는  서울시장은 최근에 청계천을 뜯어내고 물을 흐르게 만들어서 서울도심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고 해서 인기가 수직상승하고 있는데요. 서울시로서는 매우 중요한 사업을 펼치면서 언제 시민투표를 거친 적이 있습니까? 그 당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철학과 정책적 판단으로 밀어부친 것 아닙니까. 결과는 잘 뜯어냈다는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인 것처럼 지금 행정수도이전에 반대하는 여론이 있을 수 있으나 수도를 옮겨 놓고 보면 나중에는 잘 옮겼다고 칭찬이 넘쳐 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실 국토공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국토의 재조정에 관한 정책을 일일이 국민투표에 부친다면 대통령의 존재가 무슨 소용있겠습니까? 저는 행정수도이전은 대통령의 고유한 정책결정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위헌판결이 나온다면 국가는 총체적인 위기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우선 대통령은 국민신임투표를 받아야 하고, 법을 두 번이나 통과시킨 국회도 해산절차를 밟아야 할 것입니다. 충청권의 민심은 분노가 하늘에 닿을 테고 공공기관지방이전을 기대하던 경상도, 전라도 할 것 없이 지방은 정치사회경제적 공황상태에 빠지고 말 것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난국을 초래해서 이득을 볼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수도분할을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 어떤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까?

사람은 존재구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말하면 자신이 처한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방안도 찾게 마련이지요. 서울사람들은 서울의 땅값이나 아파트값이 비정상적으로 치솟아 고가를 형성해도 당연한 일일 뿐아니라 국부의 증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지방, 특히 충청권의 땅값이 뛰는 건 엄청난 문제이고 국가적 혼란이라고 바라보는 이중적 시각이 바로 그렇습니다.  그들에게 형평을 먼저 떠올리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처신할까를 생각해 보라는 것이지요. 형평은 각자의 몫을 각자에게 돌려주라는 메시지입니다.  이제라도 희생당해 온 지방에 그 몫을 돌려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사람들이 우리의 행복추구권을 돌려 달라고 헌법소원을 제기 할 수 있습니다. 이제라도 그 분들이 국가라는 비전의 차원에서 문제를 논의해 주시고 지방의 고통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방이 죽고서야 서울도 수도권도 대한민국도 의미가 없으니까 말입니다.  

-행범련의 그동안 활동성과와 앞으로의 방향은 어떤 것인지요?

2003년의 행범련 1기는 참으로 훌륭한 성과를 올렸습니다. 특별법제정과정에서 후보지를 충청권으로 명기하도록 의견을 제시하여 반영시켰고, 특별법 통과가 난관에 부닥쳤을 때 충청권 주민을 하나로 단결시켜 정치권을 압박해 통과시킨 일들은 충청인의 자랑거리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1기가 이전을 담보하기 위해 머리와 몸으로 부딪치는 행동위주의 활동기였다면 2004년 이후의 2기는 그 바탕 위에서 어떻게 하면 더 멋진 행정수도를 건설하고 충청권의 역사와 문화에 접목할 수 있는 가를 고뇌하는 사고 중심의 활동기라고 규정하고 출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위헌판결을 받은 이후 충청권은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고, 또 다시 충청권을 하나로 묶어 우리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더 나아가서는 국토의 균형발전을 담보하기 위해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충청권의 보수는 물론 진보적 시민단체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중앙정치권을 압박하고 국민여론을 환기시켜 지난 3월 2일 국회에서 행정도시건설특별법을 통과시키는데 일조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물론 여전히 수도권 일부 주민이나 정치권 일각의 반발에 대해서도 적절한 논리적 대응을 펼쳐 왔습니다. 이를 위해 충청권 이외의 다른 지역에 가서 그 지역의 유력한 학회나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행정수도이전이 가져 올 그 지역의 발전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세미나를 개최하고, 각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입지현장으로 초대해 신행정수도에 대한 긍지를 갖는 기회도 마련해 왔습니다. 앞으로의 활동은 당장 위헌을 저지하기 위해 충청권의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를 형성해 위헌의 부당성을 호소하고 다른 지방민들에게도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균형발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널리 홍보할 계획입니다. 행정도시가 위헌판결을 받으면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물거품이 되는 것입니다. 어쨌든 위헌고비를 넘긴 이후 행범련은 21세기에 대한민국을 대표할 멋진 행정도시를 건설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도 내고 감시활동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치단체 및 시민사회단체들과의 협력방안은 어떠한 것들을 갖고 계신지요.

행정수도이전과 이해가 걸려 있는 대전, 충청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는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행정수도건설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 예를 들면 원주민의 보상 및 이주대책이라든지 잔여지역의 개발규제에 따른 불이익 해소방안 등을 토론하고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할 계획입니다. 물론 행정수도이전이라는 국가적 대사 앞에서 충청 일부 주민의 약간의 불편이나 희생이 전혀 따르지 않을 수 없겠지만 그 희생이 최소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희 행범련에는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그 장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앞으로 다른 지역의 시민사회단체까지 더 늘려갈 계획이고, 뜻을 같이하는 지방분권운동본부 등과도 공동으로 활동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우리 국민들이 행정수도이전의 효과와 편익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행정수도이전은 충청도만 좋아 지는 게 아니라 수도권도 삶의 질이 높아지고, 영남, 호남 지역까지 골고루 잘사는 기회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의 공유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방문해 세미나를 갖고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할 멋진 행정수도건설에 관한 지혜를 모을 생각입니다. 또한 각 지역의 오피니언들을 초청해 후보지현장방문을 통해 자부심을 갖게 하고 싶습니다.  


- 이제 화제를 지역으로 돌려서 중구포럼을 창립하신 목적과 활동상을 소개해주시죠

중구는 대전의 뿌리였습니다. 대전이라는 신흥도시가 중구를 중심으로 형성되었고 지난 60년 가까이 대전의 번화가는 물론 시청, 도청, 금융기관 등 중추시설이 집중되어 있던 지역이 다름 아닌  증구였습니다. 그런데 80년대 후반부터 도시개발의 축이 서부지역으로 옮겨 가면서 중구가 서서히 쇠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90년대 후반에 시청마저 둔산지역으로 옮겨 가면서 중구는 장사도 되지 않고, 사람도 거의 살지 않는 공동화현상을 겪게 된거지요. 그래서 뜻을 같이하는 중구의 일부 인사들이 2002년 4월에 중구의 공동화를 극복하고 도심을 재생시키기 위한 시민모임을 만들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중구포럼이고 제가 초대 수석대표를 맡게 된거지요.

- 그동안 중구포럼의 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었습니까?

우선 중구공동화극복을 위한 정기세미나를 1년에 두차례 가져왔고 가을에는 중구의 상징인 뿌리공원에서 충효예전국학생문화예술대회를 개최하여 중구의 가치를 널리 알려 왔습니다. 매년 참가자수가 늘어 가는데 제일 많이 참여했던 2003년 대회에는 5천명의 학생들이 부모와 손을 잡고 충효를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기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명절에 쌀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중구포럼이 제안한 청소년문화포럼이 산자부 지원사업으로 선정되었다는데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산업자원부 지역혁신사업 중에는 포럼활동지원사업이 있는데요. 저희 중구포럼이 중구지역을 되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 청소년문화포럼을 제안했고, 이것이 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1년간 2,500만원의 예산 지원을 받게 된 것이지요.

- 청소년문화포럼의 설립목적은 무엇입니까?
비록 중구가 공동화되었다 해도 중구의 상권들이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청소년들이 찾아주고 그들이 이곳에서 소비를 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주고객인 청소년마저 중구를 떠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더 이상 매력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중구의 상권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은 청소년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컨텐츠를 개발해서 그들에게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포럼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청소년문화포럼의 구체적인 사업은 무엇입니까?

우선 청소년의 문화욕구를 파악해서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국내의 저명한 청소년 전문가를 초청해서 연수를 실시하고, 청소년의 입맛에 맞는 컨텐츠를 개발해서 중구에 산재해 있는 문화공간과 접목을 시켜 줄 계획입니다. 나아가서 중구의 상인과 공무원들에게 청소년문화컨텐츠개발방법과 이것을 실제에 적용하는 능력을 길러 주기 위해 연수과정을 개설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전국의 청소년이 대전 중구의 청소년거리로 몰려들게 할 생각입니다. 대전은 젊은 도시입니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도시가 될 조건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청소년문화포럼은 대전을 청소년의 메카로 만들어 가는 밀알이 되고자 합니다.

- 끝으로 지역발전을 위해 시민들이 갖추어야 할 자세에 대해 한마디 부탁합니다.

지역발전의 주체는 사람입니다. 특히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입니다. 따라서 그 지역주민들이 강력한 주인의식을 갖고 우리 지역을 발전시켜 보겠다는 적극적 의지가 앞서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시민의 의식이나 능력의 향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민의식이나 능력은 정규교과과정이 아닌 평생교육과정을 통해 습득되는 것이고 자치단체와 시민단체는 시민의 자질을 높이기 위한 사업에 긴밀한 협력이 있어야 합니다. 얼마전 우리나라를 다녀 간 영국 뉴케슬대학의 토마니교수는 낙후지역의 발전전략은 우선 중앙으로부터 권한을 넘겨받고 자생력을 키우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때 자생력은 하루아침에 키워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 지역 내에 산재해 있는 모든 자원들을 끌어 모아 지역거버넌스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을 해주더군요. 이제 독불장군은 불가능한 시대가 도래한만큼 모두가 마음의 문을 열고 협력하면서 경쟁하는 사회에 능동적으로 적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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