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의 물결

한미 FTA 반대는 계속된다!

한미자유무역협정(KORUS-FTA)이 지난 4월 2일 마침내 타결되었다. 극심한 여론 분열 속에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 팽팽하게 대립한 가운데, 한미 FTA 타결 무효를 주장하는 반대론자들의 움직임이 거세다. 그들은 촛불 집회를 열고 무효화를 외치고 있으며, 일부 국회의원은 협상안을 비준하지 않겠다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해 분신했던 허세욱 氏가 4월 15일 안타깝게 숨을 거뒀다. 그가 한미 FTA 중단을 외치며 지난 1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 호텔 앞에서 분신한 지 15일 만이다. 또한 천정배 민생정치모임 의원은 지난 달 26일부터 벌여왔던 한미FTA 반대 단식 농성을 4.19혁명 47주년 묘지참배를 끝으로 25일 만에 마무리했다. 이 외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각계각층에서는 FTA 반대에 대한 투쟁의 물결이 끊이지 않고 일고 있다.

FTA타결, 그리고 일파만파(一波萬波)

▲ 지난 4월17일 오전 광화문 정부조합청사 후문에서 한미FTA반대 환경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FTA 타결 무효를 선언했다.
지난 4월 17일 ‘한미FTA저지 환경대책위원회’는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국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한미 FTA 타결 무효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FTA 협상이 많은 논란과 숙고 끝에 국민적 합의로 이룬 국내 환경정책들을 후퇴시키고, 검증되지 않은 식품의 무분별한 수입으로 국민의 건강을 악화시키며 종국적으로 환경과 삶의 질 하락을 초래할 것” 이라며 “한미FTA 협상 체결 반대운동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4월 20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오는 6월 20일 13시, 서울에서 12만 명의 농민과 시민이 결집하는 ‘한-미 FTA 저지를 위한 한농연 제2차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의하였다. 한미 FTA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는 경우 이른바 레버리지효과에 의한 경영파탄은 그동안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 기계, 설비투자와 농지구입 등으로 농가부채가 가장 많이 누적되어 있는 국내 농업 경영인들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한농연은 농업 및 국민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되는 한미 FTA 협상이 원천 무효임을 분명히 하고, 12만 한농연과 400만 농축수산인들의 더욱 단결된 힘으로 반드시 한·미 FTA 저지를 위해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선포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의회와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한미FTA가 타결된 이후 현재까지 미국 내의 반대 목소리는 자동차와 축산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욱이 협정 비준 여부를 직접 심의할 하원 세출위원회와 상원 재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상당수 반대 입장이어서 미 의회 비준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의회 일각에서는 합의내용에 수정을 가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반 FTA vs 친 FTA

반대론자들은 한·미 FTA는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다자주의 체제하에서 자국의 이익 관철이 어렵게 되자 시도한 것으로 미국의 일방주의에 반대해 FTA를 거부한 나라가 40여 개에 달한다고 전한다. 또, 한.미 FTA 타결로 한국 사회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따른 공동체적 협력 체제를 포기하고 시장의 강제 동원에 따른 무한경쟁 체제로 내몰리게 됐다고 진단했다. 반면에, 찬성론자들은 FTA가 WTO 체제하에서의 다자간 협정이 실패한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세계 무역의 50% 이상이 FTA 국가 간에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한·미 FTA는 오히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FTA는 우리에게 탄탄한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인가, 아니면 주주의 이익 극대화가 지상과제인 초국적 금융자본의 예속된 국가로 만들게 될 것인가? 두 주장 모두 나름대로의 시각에서 타당한 논리를 가지고 있지만, 결과가 불투명한 미래의 대가인 리스크 프리미엄에 비해 불확실성을 대신해서 얻게 되는 섬유와 자동차 시장에서의 이득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미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다고 여겨지는 농업, 의약 및 서비스(금융, 지적재산권, 고급 자동차, 방송 통신) 분야에서 예상되는 손해의 크기도 막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패한 시나리오 멕시코

한국과 멕시코는 경제 규모와 경제구조 등 모든 조건이 다르다. 그러나 미국과 먼저 FTA를 맺은 멕시코를 통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다. 1994년 멕시코 정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장점으로 수출 증대, 투자 증대, 고용 인상, 실질 소득 인상 등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12년 후, 멕시코의 현실은 그 때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국내 산업은 붕괴되었고, 전기, 상수도 등의 민영화 유치로 인해 물가는 비약적으로 상승하였으며, 빈부 간 소득 격차는 더욱 심해졌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 노동자와 빈민층은 갈수록 확대되었고, 멕시코 전체 인구 1억 명 중에 극빈층이 2500만, 빈곤층이 4000만이 넘었다. 특히, 농업 부분에서는 비료 농약 등의 농업 보조금을 철폐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은 농업 보조금을 증가시키며 멕시코의 농업 시장을 잠식해가기 시작했고, 200만 명 이상의 농민이 이농하게 된 멕시코의 식량정책은 파탄지경까지 갔다. 이로써 멕시코의 주식인 옥수수를 미국의 수입에 의존하게 되었다. 한국 대표단은 우리의 주식인 쌀 문제만은 어떻게든 막았다면서 신문 등에서 보도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애초에 논제에 포함되지도 않은 문제였다. 왜냐하면 이미 2004년 WTO협정을 통해 2015년부터는 쌀 시장은 완전 개방되기로 한 상태에서 굳이 FTA에서 따로 의논할 성격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공공성 복원과 자본에 대한 규제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에서 오히려 멕시코형 개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NP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