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의 물결
한미자유무역협정(KORUS-FTA)이 지난 4월 2일 마침내 타결되었다. 극심한 여론 분열 속에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 팽팽하게 대립한 가운데, 한미 FTA 타결 무효를 주장하는 반대론자들의 움직임이 거세다. 그들은 촛불 집회를 열고 무효화를 외치고 있으며, 일부 국회의원은 협상안을 비준하지 않겠다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해 분신했던 허세욱 氏가 4월 15일 안타깝게 숨을 거뒀다. 그가 한미 FTA 중단을 외치며 지난 1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 호텔 앞에서 분신한 지 15일 만이다. 또한 천정배 민생정치모임 의원은 지난 달 26일부터 벌여왔던 한미FTA 반대 단식 농성을 4.19혁명 47주년 묘지참배를 끝으로 25일 만에 마무리했다. 이 외에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각계각층에서는 FTA 반대에 대한 투쟁의 물결이 끊이지 않고 일고 있다.
FTA타결, 그리고 일파만파(一波萬波)

반 FTA vs 친 FTA
반대론자들은 한·미 FTA는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와 같은 다자주의 체제하에서 자국의 이익 관철이 어렵게 되자 시도한 것으로 미국의 일방주의에 반대해 FTA를 거부한 나라가 40여 개에 달한다고 전한다. 또, 한.미 FTA 타결로 한국 사회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에 따른 공동체적 협력 체제를 포기하고 시장의 강제 동원에 따른 무한경쟁 체제로 내몰리게 됐다고 진단했다. 반면에, 찬성론자들은 FTA가 WTO 체제하에서의 다자간 협정이 실패한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여기에 세계 무역의 50% 이상이 FTA 국가 간에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한·미 FTA는 오히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FTA는 우리에게 탄탄한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할 것인가, 아니면 주주의 이익 극대화가 지상과제인 초국적 금융자본의 예속된 국가로 만들게 될 것인가? 두 주장 모두 나름대로의 시각에서 타당한 논리를 가지고 있지만, 결과가 불투명한 미래의 대가인 리스크 프리미엄에 비해 불확실성을 대신해서 얻게 되는 섬유와 자동차 시장에서의 이득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이미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다고 여겨지는 농업, 의약 및 서비스(금융, 지적재산권, 고급 자동차, 방송 통신) 분야에서 예상되는 손해의 크기도 막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패한 시나리오 멕시코
한국과 멕시코는 경제 규모와 경제구조 등 모든 조건이 다르다. 그러나 미국과 먼저 FTA를 맺은 멕시코를 통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에 대해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다. 1994년 멕시코 정부는 북미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하게 되면 얻을 수 있는 장점으로 수출 증대, 투자 증대, 고용 인상, 실질 소득 인상 등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12년 후, 멕시코의 현실은 그 때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났다. 국내 산업은 붕괴되었고, 전기, 상수도 등의 민영화 유치로 인해 물가는 비약적으로 상승하였으며, 빈부 간 소득 격차는 더욱 심해졌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 노동자와 빈민층은 갈수록 확대되었고, 멕시코 전체 인구 1억 명 중에 극빈층이 2500만, 빈곤층이 4000만이 넘었다. 특히, 농업 부분에서는 비료 농약 등의 농업 보조금을 철폐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은 농업 보조금을 증가시키며 멕시코의 농업 시장을 잠식해가기 시작했고, 200만 명 이상의 농민이 이농하게 된 멕시코의 식량정책은 파탄지경까지 갔다. 이로써 멕시코의 주식인 옥수수를 미국의 수입에 의존하게 되었다. 한국 대표단은 우리의 주식인 쌀 문제만은 어떻게든 막았다면서 신문 등에서 보도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애초에 논제에 포함되지도 않은 문제였다. 왜냐하면 이미 2004년 WTO협정을 통해 2015년부터는 쌀 시장은 완전 개방되기로 한 상태에서 굳이 FTA에서 따로 의논할 성격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공공성 복원과 자본에 대한 규제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에서 오히려 멕시코형 개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NP
신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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