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 작가일 수밖에 없는 작가, 조정래

언제 어느 때나 문학은 인간에 대한 탐구다.
역사는 그 안에 포함된다.
인간을 응시할수록 거듭하며 인간에 대한 질문과 마주 서게 된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오 하느님』작가의 말 中



대한민국 국민 중『태백산맥』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아리랑』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중, 그 이름만으로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있다. 감히 그 누구도 그 이름 앞에 함부로 고개를 들지 못할 영향력을 가진 사람. 여기 작가 조정래가 있다. 많은 이들의 사랑과 존경을 동시에 받고 있는 그는 우리나라 문학의 최고봉에 오른 사람이다. 1970년 현대문학에 <누명>으로 등단한 그는 이후 이제는 온 국민의 필독서가 된『태백산맥』,『아리랑』등 굵직굵직한 대하소설을 발표하며 대국민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단순한 소설에만 그치지 않는 작품을 통해 조정래는 우리에게 우리 민족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희망을 보여준다.

재능, 그리고 노력에 대하여

“모든 예술 분야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예술을 하는 첫 번째 조건이다. 그러나 재능만으로는 예술을 길게 할 수 없다. 재능 뒤에는 끊임없는 인간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정래는 말한다.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재능이란 곧 녹이 슬게 마련이다. 작가는 “에디슨이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한 것처럼, 그 99%의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좋은 작품, 남을 감동시키는 작품을 쓸 수 없다. 그 기초 위에서 나는 철저하게 나를 관리하고 나에게 채찍질을 가하며,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또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일까. ‘조정래’라는 그의 이름 자체가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모든 예술 분야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
재능 뒤에는 끊임없는 인간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작품 활동을 할 때 일체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는 조정래. 그는 “『한강』을 쓰면서 담배를 끊었고,『태백산맥』을 쓰면서 술을 끊었다. 술 마실 시간조차 없다. 술을 마시면 다시 글을 쓰기까지 사흘이 걸린다. 사흘이면 원고지 90매 분량이 날아간다. 작품 활동을 할 때는 세상과 나를 완전히 단절시킨다”라고 말한다. 그러한 각고의 노력 끝에, 그는 지난 20년간 대하소설을 세 편이나 완성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글을 쓴다는 조정래는 “집중적인 노력, 몰입하는 긴장감이 없었다면『태백산맥』이나『아리랑』과 같은 대하소설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글을 쓰는 작업을 빗대어 ‘글감옥’, ‘즐거운 지옥’이라 표현하는 작가는 “글을 쓰는 일은‘감옥살이 하는 죄수, 면벽&#8228;참살 수도한다는 승려들이 글을 쓰는 것만큼 힘들까’싶을 정도로 힘이 든다”며 “그 힘듦 속에서 ‘남이 모르는 것 중, 내가 아는 것을 내가 쓰고, 내가 쓰는 것을 남들이 읽고 감동하며 의식을 바꿀 수 있다면 내가 힘든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하는 소명의식과 성취감이 있기 때문에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즐거운 지옥이다”라고 덧붙인다.

작가로서의 소임에 대하여

작가 조정래는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을 얻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이에 대하여 그는 “당연한 것이다. 내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사람이 이러한 역사의 땅에 태어났다면 또 다른 작가도 이러한 것을 쓸 것이다”라며 “사르트르라던가 빅토르 위고, 에밀 졸라 같은 작가들은 다 그 시대 상황 속에서 비인간적인 부분에 대해서 정면으로 도전한다. 그러한 것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의 작가에게나 정의를 지켜야 하고 인간적인 것을 지켜야 한다고 하는 기본적 소임이다”라고 대답한다.

“작가에게는 올바른 정의, 진실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소임이요, 책무다.”


이 시대의 작가들이 모두 그러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터, 작가 조정래는 “정치가에게 정직해야 한다는 소임이 있듯이 작가에게 올바른 정의, 진실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소임이요, 책무다. 작가들은 정치를 감시&#8228;감독하는, 진실만을 말하는 역할이 주어져 있다. 따라서 작가들은 감시?감독하는 정치발언을 해야 한다”며 “그러나 작가가 정치에 직접 가담해서는 안 된다. 정치가들은 끝없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다. 작가가 그러한 정치인들과 합류를 해서 함께 거짓말을 한다면 그것은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작가로서의 소임을 저버리는 행위다”라며 작가로서의 소임을 말한다. 이어 그는 “작가는 어느 시대든지 정치세력과 불허하는 존재다. 정치세력과 함께 가는 것은 야합이다. 이는 곧 자기 파멸이며, 문학에 대한 배신이다”라고 덧붙였다.

애정, 그리고 믿음에 대하여

조정래는 “역사정신이라는 것은 면면히 흘러 가다가 필요할 때 분출해 올라오는 것이다.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소멸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월드컵 때 보여준 역동성과 응집력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지만 한국엔 있다”며 “그래서 나는 이 시대를 바라보면서도 괜찮다는 거지. 항상 우리는 괜찮다”라고 말한다. 작가는 그렇게 우리나라의 민족성을 굳게 믿고 있으며 또 사랑하고 있다.

“나는 이 시대를 바라보면서도 괜찮다는 거지.
항상 우리는 괜찮다”

“봐라, 이 나라가 얼마나 웃기는 나라인지. 개판인 것 같으면서도 개판이 아닌 것이 대구의 세계 육상선수권 대회 유치해서 얼마나 난리가 났나. 동계올림픽? 또 한국에 온다. 한국은 그런 나라다”라며“응집하는 힘은 엄청난 요소다. 세계에서 3대 강인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무서운 존재인 세 민족이 있다. 바로 이스라엘, 베트남, 한국이다”라고 단언한다. “오늘의 부(富), 경제발전. 이것을 단 40년 동안 이뤄낸 것이다, 전쟁의 초토화 속에서. 이것은 세계에 없는 기록이다. 그래서 세계가 놀라는 것이다. 지금 수출이 세계 10위권이다. 이것이 누구의 힘이냐. 이것이 다 우리들이 모은 것이 아니냐. 우리의 힘이 아니냐. 우리 모두의 힘이다”라고 말하는 조정래. 그는 이렇듯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에 그리고 이 나라 사람들에 대한 한없는 애정과 확고한 믿음, 그리고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 칸, 한 칸 원고지를 채워 나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하여

한 문장 한 문장을 원고지에 직접 쓰는 조정래. 그는 작품을 완성하면 가장 먼저 부인인 김초혜 선생에게 보여 준단다. “집사람이 가장 최초의 독자이자, 감독자이며 교정자다. 작품을 읽고 나면 메모지에 교정해야 할 부분을 적어서 준다”며 “함께 문학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안보면 불안하다. 작품은 완벽을 기하는 것이다. 가장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애정을 가지고 원고를 봐주면 처음엔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다시 보면 그 지적이 맞다”고 말한다.

“오늘을 새롭게 올곧게 작가생활을 하려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계획이 없는 인생은 항상 허우적거리고 비틀리게 되어 있다”


며느리에게 태백산맥을 원고지에 베껴 오라 했던 일화로도 유명한 작가. “우리 집에는『태백산맥』원고가 3질이 있다. 내가 쓴 것, 아들이 쓴 것, 며느리가 쓴 것. 금년 9-10월에 벌교에 태백산맥 문학관이 개관하면 전부 진열될 것이다”라며“독자들이 써준 또 한 질의『태백산맥』이 있다. ‘조사모(조정래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한 파트씩 써서 백 몇 십 명이 써서 완성한 것이다. 그것 역시 태백산맥 문학관에 회원들의 이름을 적어서 전시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미 향후 15년의 계획을 세워 놓았다는 조정래는 “오늘을 새롭게 올곧게 작가생활을 하려면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계획이 없는 인생은 항상 허우적거리고 비틀리게 되어 있다”며 계획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내가 똑바로 살기 위해서 계획을 세워서 추진해야 한다”라며 그는 “내 손자가 둘이다. 내 손자들, 손자 세대에게 읽힐 위인전 시리즈를 국내 위인 15명, 세계 위인 15명, 전래동화 20권을 집필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타고난 재능과 더불어 각고의 노력을 한시도 게을리 하지 않는 작가 조정래. 뼈 속 깊이까지 작가인 그가 그토록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이치일 수밖에 없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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