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이 제작자의 길로 전진하다

사랑으로 넘치는 계절 봄, 5월이 되면 불현듯 꽃밭에 코를 킁킁거리며 그 내음에 취해보고 싶어진다. 발밑으로 전해지는 찌릿찌릿한 생명력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대지가 뿜어내는 달착지근한 공기는 또 얼마나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할까. 이 모든 것이 바로 5월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리고 5월의 햇살처럼 밝고 따뜻한 미소를 지닌 탤런트 김지영. 연기자의 모습이 아닌, 제작자의 길로 들어 선 그녀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탤런트 김지영 하면 제일 먼저 회자되는 것이 드라마 <전원일기>의 복길이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에게 복길이라고 불리어진다. 그만큼 국민적인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다는 것일 게다. 그러다 지난 해 드라마 <내 사랑 못난이>의 여주인공 전차연 역을 맡으며 트로트 가수로서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공연 제작자로서 또 하나의 출발을 선언하며 우리 곁에 섰다. 지난 해 공연 제작사 유니호스(UNIHOS)를 설립한 그녀가 지금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창작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 것이다. 짜릿한 이별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달콤한 안녕>의 공연 오픈을 며칠 앞두고, 달라진 김지영의 면모를 볼 수 있었다.

Q . 드라마 < 내 사랑 못난이> 이후 어떻게 지냈나?
A :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남편과 여행을 갔어요. 또, 드라마 팀들과 극 중 배경이었던 사이판에도 갔고요. 상대 배우이었던 박상민 씨와도 남편과 함께 발리에 다녀왔고, 가족들과는 태국에 갔다 왔어요. 여행을 정말 좋아해요. 어렸을 때 몸이 약해서 어디를 돌아다닐 수 없었는데, 영화 <인디애나 존스>를 보면서 막연히 여행에 대해 동경했었죠. 지금은 그때의 보상심리인지 몰라도 여행을 즐기고 있어요. 새로운 것을 보고,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요.

Q . 뮤지컬 제작자로 나선 이유가 궁금하다.
A : 간단하게 말하면 재미있어서요. 갑자기 제작자로 나선다니까 주위에서 “힘든 일을 왜 하느냐, 성공할 확률도 적다”는 등 염려를 많이 해주시는데. 궁극적으로는 연기자의 영역을 넓히는 거라고 생각해요. TV나 영화는 그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연극 무대는 제가 93년 연극으로 데뷔했던 15년 전과 다름없이 열악해요. 지금 뮤지컬 시장이 호황을 이룬다고들 말씀하시지만, 상대적으로 창작뮤지컬이나 소극장 무대는 아쉬운 상황이에요. 연극배우 출신이기 때문에 더 무대를 갈망했는데, 마침 좋은 창작품이 있어서 하게 됐죠.

Q . 동생의 영향이 컸다고 들었다. 또 직접 출연해도 좋을 것 같은데.
A : 사실은, 제 동생이 김태한이라는 뮤지컬 배우에요. 그런데 동생이 젊은 동료들과 기획한 창작뮤지컬이 제작하기 힘든 난관에 부딪혔고, 그 과정을 지켜보던 제가 제작해 보겠다고 한 거죠. 동생이 처음에는 말렸어요. 힘들고, 결과가 좋지 않을까 봐요. 현재 뮤지컬 시장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많은 반면에, 사장된 우리 작품은 너무 많아요. 그래서 좋은 창작극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뮤지컬 배우로서 무대에 서보고 싶은 욕심은 너무 났죠. 근데, 노래를 했을 때 잘 부른다는 것과 뮤지컬 무대에서 서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거든요.

Q . 뮤지컬 <달콤한 안녕>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A :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이별에 대한 이야기인데. 작품이 와 닿았던 건 얻는 것보다 잃어가는 게 더 많은 요즘, 우리가 이별을 해도 그게 끝이 아니라, 오히려 추억과 희망을 남긴다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어요. 별똥별처럼 가슴에 여운이 남기는 이별이에요. 솔직히, 이별을 한다고 해도 가슴에는 사랑의 잔상들이 남잖아요. 그래서 이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수도 있는 거죠. 작품이 로맨틱 코미디인데, 가볍고 경쾌한 터치 속에 감동이 있어요. 리딩이나 런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Q . 제작자로서의 애로사항이 있다면?
A : 일단은 돈 문제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제작자로서 배우들을 위해 더 뒷받침해 줄 수 있었으면 하죠. 다행이 처음 시작하지만, 의외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자신 있어요. 게다가 동생에게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요. 아무래도 동생이 이쪽 분야에 대해 더 자세히 알다보니, 배우 역할 외에도 기획적인 부분에서 많은 조언을 해주고 있어요. 오히려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누나가 제작하기 때문에 자신을 더 낮추고, 손해 보는 것 같거든요.

Q . 연극 <친정엄마>의 딸 역할 제의가 들어왔는데 거절했다고.
A : 드라마 <내 사랑 못난이> 촬영 때 작품 섭외가 들어왔어요. 고두심 선생님과 한 무대에 서는 게 꿈이었는데, 당시 육체적, 정신적으로 무척 힘들었을 때라 아쉽게 거절했죠. 하지만 무대에 서는 계획은 항상 있어요. 1년에 실험극과 같은 연극을 한 편씩은 했던 것 같아요. 연기자로서 메커니즘의 차이일 뿐, TV나 영화, 연극, 길거리에서 마임을 하든지 다 같은 연기의 장이라고 생각해요.

▲ 제작을 하면서 느낀 건, 사람과의 조화가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호흡 하나, 눈빛 하나, 그리고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덧 입혀져서 더 큰 아우라를 생성하니까요.”
Q . 얼마 전 보여 준 코믹연기가 인상적이었다.
A : 평소 술 한 잔 마실 때 보이는 과장된 제 행동이에요. 어떤 역을 하든 그 안에 내가 없지 않거든요. 변신이라고 말하지만, 저에게는 전혀 어색하지 않고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오락프로그램에서 보여 준 고릴라 춤 역시 남편에게 장난치면서 하는 행동이에요. 남편도 처음에는 싫어하면서 나중에는 따라해 보기도 하죠.

Q .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캐스팅 됐는데.
A : 한국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에요.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핸드볼 선수 역할을 하려니 두렵고 무섭기도 해요. 혼자 하면 절대 못했을 텐데, 여러 배우들과 함께 하다 보니 서로 동료애가 쌓이면서 지금은 역할을 충분히 해낼 성취감으로 가득 차 있어요. 온 몸의 근육을 다 써야하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요. 다행히 제가 운동신경이 없는 편은 아니거든요. 멍이 여기 저기 들고, 밥 먹을 때는 손이 떨리기까지 해요.

Q .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리고 2세 계획은?
A : 공교롭게도 어버이날이 결혼기념일이에요. 한 번도 남편과 둘이 보낸 적이 없어요. 대신에 양가 부모님들과 조촐한 파티를 열거나 가족여행을 떠나죠. 의미를 가지고 이벤트를 열 수 있다는 것에 해가 거듭될수록 더 감사하게 돼요. 2세 계획은 결혼 전부터 계속 받아 왔던 질문인데, 그때마다 매번 있다고 대답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진짜 계획 있어요. 영화를 끝내고, 올해 말부터 내년 사이에 노력하려고요. 남편과 저는 딸을 더 좋아해서 만약 아기가 생긴다면 딸이었으면 좋겠어요. 첫 딸은 재산이라고 하잖아요.

Q .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A : 작품을 만든 모든 사람들이 다 자신 있어 해요. 열정을 다한 만큼 애착이 있고, 우리 스스로를 믿고 있는 거죠. 지금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어요. 후회 없는 작품으로 관객들은 가슴 뻐근한 소중한 마음을 가져가실 수 있을 거에요. 이번 공연을 1회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2, 3차 공연을 통해 좋은 작품으로 발전시킬 계획이에요. 보시는 관객들이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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