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 그 후

지난 달 16일 아침(현지시각) 미국 버지니아주에 위치한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한국인 조승희(23)씨로 밝혀졌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기록된 이번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으로 밝혀진 것에 대해 미국 내 한인사회와 우리나라에서는 충격과 혼란의 며칠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조승희씨가 사건 당일 미 NBC 방송에 서부영화 총잡이를 연상케 하는 끔찍한 모습을 담은 사진과 비디오, 기록 등의 우편물을 발송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의 강도는 더해졌다.


지난 달 한미FTA 협상이 체결된 지 채 보름이 지나지 않아 발생한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은 한미FTA 체결 이후 진전되고 있는 양국 관계에 이번 사건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은 미국 문화의 문제점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어 이것이 국가 차원의 문제로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큰 문제점은 없지만 이번 사건이 미국 역사에 남을만한 큰 사건이기 때문에‘반미’또는‘반한’감정이 잠재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사건 직후 권태면 워싱턴 총영사는“미국 사회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분별력이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한 청년이 저지른 개별적인 범행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면서“오히려 대사관과 영사관에 미국인들의 격려와 위로의 이메일이 전달되고 있으며 미국인들은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을 동료고, 우방으로 여긴다는 격려의 메시지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버지니아 공대에 재학 중인 한국 유학생들은 500여명이고, 전체 버지니아주에는 10만여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범인이 한국인으로 밝혀짐에 따라 타인종에 의한 우발적 범행의 대상이 될 수 있음에 큰 두려움을 가졌지만 실제 떠돌았던 소문들은 모두 사실 무근으로 밝혀지면서 현지의 한인 피해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버지니아 공대 한인학생회 이승우씨는“사건 직후 학교 내의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 잠시 동요가 있었긴 했다. 많은 학부생들이 사건이 일어났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었는데 심리적인 불안감 때문에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대부분의 한인 학생들이 기숙사를 잠시 떠났다. 근교에 거처를 마련해 통학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이 이들에게 음식도 해주는 등 한인학생회와 단체들에서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이 일어난 후 미국내 중고등학교에서는 범인인 조씨와 같은 한인이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은 사례들이 있었고, 밝혀지진 않았지만 당분간 이 같은 크고 작은 피해들이 있을 것으로 한인단체들은 내다봤다. 미국 현지에서 유학하고 있는 이모씨는“세탁을 하러 갔는데 미국인이 아닌 스폐인계 외국인이 한국사람이 범인인 것 아느냐고 따지기도 했다.”고 밝히며 상당 기간 동안 한국인의 실추된 이미지가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사실 한국인인 이유로 비난을 받는 상황에 어른보다는 어린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상처가 더욱 커 현지에 어린 자식을 두고 있는 부모들은 더욱 걱정이 크다.

반한 감정 부추기는 미 언론

뉴욕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 유모씨는“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심층적 보도가 있어야 하는데 미국 언론은 왜 한국인이 총기를 난사했는가에 집중이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 언론은 이번 참사의 범인이 한국인이라고 밝혀지기 전까지는 사태를 개인적인 문제를 지니고 있는 범인의 엽기적인 행동으로 사태를 분석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범인이 한국인임이 밝혀진 후 언론의 태도가 달라졌다. 일부 언론들은 범인이 한국인임을 반복적으로 밝히는가 하면, 또 일부 언론들은 조씨의 그런 잔인성은 한국인임에서 비롯됐다는 추측성 보도를 내보기도 했으며, 우리나라 신문을 직접 들어 보여주며 국내 분위기를 파악해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미 언론의 태도는 오히려 미국 내 반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 이민 100년을 맞이하는 올해 이번 사건이 터져 한인 사회는 더욱 큰 충격에 휩싸여 있다. 또한 무심코 던진 농담 한마디에도 교민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대학진학이나 직장을 구하는데 있어 행여 이번 사건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총기 관리 체제 변화 일으키나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본질은 분명 미국 내 총기 자율화 문제와 학교와 경찰의 초기대응 실패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것에 있다. 따라서 97년 이후 주요 총기 난사 사건만 17건에 달해 한 해 한건 이상의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미국은 총기 관리에 대한 재고(再考)가 촉구되어야 할 것이다. 총기 규제를 공약으로 내건 대선 후보는 엄청난 로비력을 가진 전미총기협회(NRA)로부터 반감을 사 대선에 실패했다는 것이 미국 내의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실에서 올 해 대선을 치르게 될 후보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 번 신중한 검토 중이다. 총기 옹호론자인 공화당 후보들은“이번 사건으로 총기 소지에 대한 지지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고,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비극적인 사건이 수정헌법 2조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새로 판매되는 모든 총기는 등록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완벽한 총기 소유 지지 의견에서는 한 발 물러섰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자신의 자서전에서“정치 지도자들이 총기 생산자들의 로비에 맞서 총기를 도시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버지니아주는 총기소유가 가장 자유로운 지역이었다. 전과만 없으면 누구나 총기 소유가 가능했던 지역에서 일어난 이번 사건은 미국 내 총기 규제 관련 논쟁이 다시 한 번 일어나야 마땅한 빌미를 제공했다. 총기회사와 미국 정치권과의 관계가 미국의 총기 규제에 장애가 되고 있다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그 무기는 33명의 남을 지키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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