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시사뉴스피플=진태유 논설위원] 12월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기민당(기독교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렸다. 이날 당 대표선거는 여성인 크람프-카렌바워(56)가 프리드리히 메르츠(63) 전 원내대표를 접전 끝에 25표 차로 누르고 기민당 새 대표가 됐다.

크람프-카렌바워는 메르켈 후계자로 기민당 대표 자리를 물려받게 되었지만 앞으로 많은 난간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정치지도자’라는 위치는 그 시대에 좋은 평판만을 받기란 쉽지 않다. 안젤라 메르켈 총리 역시 예외는 아니다. 현재 18년 재임 중에 있는 메르켈 총리는 집권 초기보다 더 복잡한 정치 환경 속에서 악전고투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능력은 평가받기에 충분했다.

2000년 4월 이후로 기민당을 이끌어왔던 메르켈 총리는 2018년 12월 7일에 크람프-카렌바워에게 당대표를 물려주고 남은 총리 임기에만 전념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메르켈 총리가 애초부터 상상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녀로서는 총리와 당대표의 동시적 역할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월 28일 헤센(Hessen) 지방 선거에서 기민당이 쇠퇴하자 메르켈 총리는 자신의 계획을 재검토하고 당의 대표직을 그녀가 원했던 것보다 빨리 내려놓았다. 그것은 지극히 현명한 결정이었다.

그동안 독일 기민당은 한 달 반 동안 열띤 민주적 정치토론을 해 왔다. 메르켈 총리의 승계에 대한 8개의 서로 다른 도시에서 당의 투사로 활동해 온 3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냈고 매번 3시간마다 토론을 진행하며 수십 가지 질문에 답하는 강행군의 토론장이었다.

최근 선거에서 기민당이 패배 한 후, 당내 파벌들은 거의 난투극을 연상할 정도로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토론은 거칠고 고성이 오갔지만 공정하게 진행되었다. 메르켈 파는 최근 몇 년 동안 매우 잠잠해 있었지만 자신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포퓰리즘이 대세인 시대에서 집권연합 내 우파는 오히려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3명의 후보들은 한두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는 국민 선동적 제안들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10월 14일 독일 남부지방 바바리아 지방선거의 교훈을 잊지 않았다. 현 집권 기독교사회연합(CSU)은 그동안 너무 지나친 우파적 정책 때문에 중도성향 지지층를 급속하게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 중이었다.

이것은 크람프-카렌바워 새 대표가 앞으로 짊어질 과제들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과반수를 겨우 넘긴 51.7%의 득표율로 당선된 크람프-카렌바워 새 대표는 우선 흩어진 기민당 내부를 다시 결집해야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기독교사회연합(CSU)에 앞으로의 정책프로그램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당을 현대화하는 작업도 추진해야 한다. 즉, 정책 캠페인을 통해 수렴된 요구사항들을 풀어야 할 뿐만 아니라 당을 더욱 젊어지게 하고 많은 여성들이 참여하는 정당으로 발전해나가야 한다. 메르켈 총리의 성공적 여성리더십의 모델은 있지만 여전히 독일에서도 여성 정치지도자의 성공은 쉽지가 않다는 게 상식이다. 그 예로 보수당 의원 가운데 여성이 20%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무튼 크람프-카렌바워 기민당 새 대표는 메르켈의 온건한 중도 우파 노선을 계승하면서 이민정책에는 수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난민문제는 강경노선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중도우파가 가까스로 다수파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경 보수파의 욕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조치일 것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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