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 호 시범사업도 구체화된 거 없어

정부는 1.31대책에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올해부터 2017년까지 총 250만 가구의 장기임대주택을 추가로 공급하고, 이 가운데 50만 가구를 30평형의 비축용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그러나 비축용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서는 임대주택법 개정이 필수적이지만, 올 하반기에 국회통과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정부는 5월 초 임대주택법 개정안 의 국회통과와 관계없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이유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를 통해서라도 5천호를 시범 공급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 정부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공급되는 5천 호를 좋은 수원 호매실 지구와 고양 삼송 지구 등에 공급할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시범사업이 구체화되지 않아 어느 지역에 공급된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사진은 고양 삼송지구 모습.
비축용 임대주택 공급은 2017년 총 주택에서 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을 20%로 늘리겠다는 정부의 의지 하에 계획되었다. 현재 2006년 기준으로 임대주택 비율은 6%에 불과하다. 정부는 20~30%의 선진국 수준으로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을 늘리려는 것이다. 특히 비축용 임대주택은 30평형대로 공급해 기존의 11~24평형의 국민임대주택과 차별화를 두어, 주택 수요를 다양하게 충족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비축용 임대주택을 매년 5만 호씩 2017년까지 총 50만 호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올해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7조원에 달하는 임대주택 펀드를 설립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와 공기업의 부채 증가 없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공동으로 임대주택 펀드를 조성하고, 국민연금, 우체국, 농협, 생명보험회사 등 장기투자자(재무투자자)의 여유재원을 차입해 활용하여, 운용 손실을 재정에서 보전해주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럴 경우 2008~2019년간 매년 5000억 원 정도의 재정지원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2019년 이후부터는 주택매각 차익이 발생해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도 소규모의 이익이 남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재무적 투자자에 대해‘국고채유통수익률 +а’의 수익률을 보장해주겠다고 한 상태다.

300억 들어가는 시범사업, 법 개정 없이 효과 없어
그러나 여기까지는 정부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비축용 임대주택이 매년 5만 호씩 공급되기 위해서는 임대주택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의 임대주택 펀드의 출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열린 우리당 문학진 의원이 2월 6일 임대주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지만, 4월 임시국회에서도 표류된 상태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과의 의견이 맞지 않아 국회통과를 위해서는 여, 야간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승우 경제정책비서관은 5월 8일 국정브리핑을 통해,“법안처리 지연으로 인해 비싼 돈(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빌려서 추진하게 되면, 이자 차입만도 300여 억 원에 달한다. 2008년부터 연간 5만 호 비축계획도 불투명해졌다. 국민들의 주거비용을 절감하려던 당초 계획이 무산될 처지다”며 정치권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임대주택법이 국회통과가 되었으면, 애당초 하지 않아도 될 5천 호 시범 사업으로 차입해야 할 이자만 늘게 생겼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비축용 임대주택 시범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잡고 있지 않은 상태다. 일부 언론에서 비축용 임대주택 시범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예산 및 택지지구, 사업 주체 등에 대한 내용이 보도되었지만,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 관계자 모두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고, 불확실하다는 반응이다. 재경부 정책조정국 부동산 정책과 관계자는“세상일은 불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너희 이거 확실하게 추진되는 거냐고 물으면 안 된다. 시범사업은 이 사업이 그만큼 신빙성 있는 사업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건교부 주거복지지원팀 관계자도 시범사업이 올해 추진되기는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반응만 보였다. 또 초기에 시범사업의 주체가 주택공사가 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지만, 이 내용 또한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토지공사 역시 사업 예산에 대해 전혀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이 단지 국민들에게 신빙성을 주기 위한 것이라면, 정부는 그로 인해 드는 300여억 원의 비용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5월 3일 김석동 재정경제부제 2차관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시범사업은 법 개정이 안 됐을 때 하는 대안 차원이고,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때에도 계속 강행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시각차를 좁혀야 국회통과 가능
국회 건교위 법안심사 소위 한나라당 윤두환 의원은 4월 임시국회 때 임대주택법이 통과되지 않은 것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가 보다 심도 있는 심의를 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윤 의원은“임대주택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여부는 토공과 주공의 역할 정리, 제도 자체의 실효성, 주택정책 우선순위 등 이 세 가지 중지를 어떻게 모으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 우리당 문학진 의원도“토지공사를 사업에 참여시키는 부분과 임대주택 정책 시행 시기, 펀드의 조성 방법, 공급의 효과에 대한 이견이 있지만, 이런 이견들은 정책의 취지와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동반되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학진 의원은 국회통과에 대해 부동산 시장 안정과 중산층의 주택 수요를 감안하면 시기는 다소 미뤄지더라도 국회통과가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정부의 비축용 임대아파트 계획
그러나 임대주택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는 비축용 임대주택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차로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두환 의원에 따르면, 4월 임시국회 당시 토지공사의 주택사업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과 비축용 임대주택 제도 자체에 대한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되었다. 비축용 임대주택 제도에 대해서는 년 7%의 펀드 수익률 보장해 줄 경우, 향후 매각 수익으로 재정회수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과 국채보다 높은 이자율을 보장으로 국채발행 등의 정부 재정운용의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 및 5만 호 중 4만 호를 공공이 수도권에 공급함으로써 민간 주택건설의 위축 우려도 나왔다. 또 현재 5만 5천 여 명의 영구 임대 입주대기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대책이 먼저 시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문제도 논의되었다.
토지공사의 주택사업 참여에 대해 건교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공기업의 비대화를 걱정하지만, 정부는 좋은 택지 확보를 위해서 토공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제 2차관은 5월 3일 정례 브리핑에서 토지공사가 주택사업에 참여하는 문제에 대해“비축용 임대주택 사업이 성공이냐, 실패냐는 수도권 내 시장성 있는 충분한 택지를 확보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래서 직주근접성이 높은 양질의 택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토지공사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중산층의 주택 공급보다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더 우선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비축용 임대주택 사업으로 저소득층 임대주택 사업이 밀리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부에 따르면, 총 주택 대비 공공주택 비중을 20%수준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2017년까지 340만 호가 공급되는데, 이 중 25.7평 미만의 공공임대주택이 280만 호 이상이어서, 50만 호를 중형급으로 공급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정부는 질 좋은 임대주택이 공급되면 서민층이 자가를 마련하기 전에 질 좋은 임대주택에 거주했다가 옮겨갈 수도 있고, 젊은 층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정치권의 폭넓은 이해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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