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이 넘는 학비, 서민층 부담스러워!

한 달에 사교육비를 3만원을 쓰는 집단, 30만원을 쓰는 집단, 300만원을 쓰는 집단이 함께 경쟁을 벌이는 나라에서 어떻게 승자가 대접받고 공정경쟁을 말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가난한 집에 태어난 자신을 탓해야 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 종양의 원인과 치료법은 간단하다. 그 실체를 감추고 있는 괴물의 정체는 이 나라 교육철학의 부재에 있다.

신성아 기자

사법시험을 대체할 새로운 법조인 양성제도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오는 2008년부터 각 대학별로 설치된다. 기존의 사법시험은 로스쿨 시행 후 5년간 병행 실시되다가 2013년부터 완전히 폐지된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전체회의를 통해 이 같은 로스쿨 도입 안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로스쿨 도입에 따른 양상
로스쿨 제도 도입 논의의 출발점은 현행 사법시험을 통한 법조인 양성 시스템이 낳는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들은 대학법학교육과 동떨어져 있고, 대학 전체를 고시 학원화하는 사시 제도로는 더 이상 제대로 된 법조인을 배출할 수 없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로스쿨 도입이 처음 제기된 것은 1995년 문민정부 당시 세계화추진위원회에서였다. 그러나 행정부 내 이견과 학계의 반대 등에 부딪혀 현행 사법시험 방식에 거의 손을 대보지도 못한 채 사시합격자 수만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것으로 얼버무렸다. 그러나 10년가량 지난 현재 로스쿨을 바라보는 법조계와 각계의 분위기는 상당히 달라졌다는 것이 사법개혁위원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로스쿨은 논리력 등 법학 수업에 필요한 기초적인 소양테스트를 통해 학생들을 선발한 후 3년간 실무 위주의 내실화된 법학 교육을 실시하고, 수료자 대부분에게 변호사 자격증을 쉽게 취득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로스쿨이 도입되면 단 한 차례의 사법시험으로 평생 법조인으로 살아가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크게 개선할 수 있고,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가진 법률가를 충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런 미국식 로스쿨이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막대한 사회적, 개인적 비용과 법률가 선발의 객관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반대여론이 만만치 않다. 특히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 단체들은“지금의 제도로도 변호사가 과잉 배출되는 형편에 로스쿨이 현실화되면 과잉경쟁으로 법률서비스 질이 더 떨어진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다. 검찰도“공적인 직역인 법조인을 사적인 영역인 대학에서 배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로스쿨은 귀족 양성소?
법률 서비스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지만 학비 등 입학생의 경제적 부담이 너무 커 자칫, 부유층의 전유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사법시험은 가난한 수재들의 등용문으로 빈곤층에 직업 선택의 자유와 경제적 신분 도약의 기회로 통했다. 대검의 한 부장검사는 “로스쿨 도입은 가난 때문에 대학을 나오지 못한 사람들의 법조계 진출을 막는 셈인데, 이에 대한 국민적 의식이 형성돼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또 다른 고위 법조인도“로스쿨 제도는 분배 정의 실현이라는 참여정부의 지향점과도 동떨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과 미국의 사립대 로스쿨 등록금이 학기당 2000만~3000만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도 최소한 1000만 원대를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과 미국의 수준에는 이르진 않지만, 대학 4년간의 학비와 생활비 외에 3년간의 로스쿨 비용이 추가돼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획기적 장학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한 로스쿨을 나올 수 있는 사람은 경제적 혜택을 받은 사람 외에는 힘들 것이다. 서민층 자녀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로스쿨은 더욱이 일반 서민도 아닌 법조인들이 먼저 이를 염려할 정도라면 예상되는 로스쿨의 폐단에 대해 사회 전체가 주시하고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사법개혁위원회의 건의안에서도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하도록 학교의 재정 상태와 장학금 제도 등을 인가심사대상에 포함시키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 기부금이 많은 외국의 로스쿨과 달리 학교 전체의 운영비에서 학생들의 수업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우리나라의 대학 현실에서 가난한 학생을 배려해 주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경제적 혜택을 받지 않은 사람이 로스쿨을 나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 대한 제도적 배려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법조인이란 직업이 특권층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L씨는“로스쿨 3년 과정에 1억 원 정도 돈이 들어갈 것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덜컹 내려앉는다. 사법시험은 어쨌든 실력으로 신분상승을 꿈꿀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였는데 로스쿨이 도입되면 돈 없는 사람들은 그 기회마저도 포기하라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문대학원 제도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대입경쟁 완화와 고급전문 인력의 양성을 목적으로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2002년 시행 안을 통과시켰고, 올해 2005년 처음으로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신입생을 모집했다. 하지만 등록금이 의대나 치대보다 훨씬 비싸다는 큰 문제점이 있다. 사립대의 경우 국립대보다 2배 이상이어서, 2005년도 의학전문대학원 신입생을 뽑은 가천의대의 경우 입학금을 포함해 한 학기에 913만 원이나 되는 등 사립대의 대부분은 900만 원 안팎이다. 교육부에서는 의학전문대학원제를 도입하면서 누구나 의사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하지만, 부유층 아이들이 아니라면 이런 큰돈을 들여 전문대학원을 가려는 학생이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대학원 제도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제도로서 국가의 축을 이루는 법과 경영, 의료 분야에 성숙한 인재양성을 위해 만들어진 선진교육 틀의 하나이다. 시험의 변별력을 인정하지 않고 한해 5~10%의 학생을 성적을 무시하고 2년에 걸쳐 인터뷰로 뽑는 옥스퍼드 로스쿨, 하버드 메디컬스쿨을 말하는 것은 사치일까? 1년 이상 인터뷰 기간이 상식인 미국의 메디컬스쿨과 미트시험을 자격고사로만 활용하는 방식은 우리나라에서 적용될 수 없는 것일까?
다양성과 전문성, 공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흐름에서 탄생한 로스쿨 제도의 그 뿌리는 미국식 제도에 두고 있다. 앞으로 우리는 미국의 제도를 카피하여 등록금과 같은 표피적인 것만 가져오지 않아야 하며, 로스쿨이 경제적 약자들에게도 꿈과 희망의 도약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NP

※ 로스쿨에 대한 대한변협의 입장 (河昌佑 변호사·대한변협 공보이사)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도입은 사법개혁의 핵심과제이다.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2004년 12월 31일‘로스쿨제도’를 도입하는 건의를 하였는데, 그 취지는 양질의 법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법학교육을 정상화하며, 국제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현재 로스쿨 도입에 관한 법학계의 입장은 양극화되어 있다. 금년 3월 법학교육정상화추진교수협의회(법추협) 소속 전국 법학교수 597명은‘로스쿨 도입 결정은 우리나라 법치주의의 정체성마저 흔들고 법학교육과 대학교육의 기본 틀을 바꾸게 되는 지나치게 모험적인 것이어서 위험하다’며 로스쿨 도입 반대 결의를 하였고, 반면 일부 교수들은 로스쿨 입학정원 3000명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기는 하나, 대한변협의 기본 입장은 로스쿨 도입반대이다. 그것은 변호사 양성이 대학 4년과 로스쿨 3년이라는 엄청난 고비용(로스쿨 3년 비용 5000만원 내지 1억 원 정도 예상)이 소요되면서도 로스쿨을 졸업하더라도 끝내 변호사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는 자가 상당수 있게 되는 저효율의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양질의 법적 서비스 제공을 기대하기 어렵고, 국제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멀며, 대학의 학원화 현상으로 법학교육의 정상화도 달성할 수 없다. 로스쿨의 로드맵은 금년 9월까지 설립인가기준(시행령)을 마련하고, 12월에는 전체 정원을 확정한 다음, 2006년 10월까지 인가를 마치고, 2008년 개교하도록 되어 있으나, 일정이 너무 촉박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졸속이 우려된다. 2004년 4월에 개교한 일본에서는 교수들의 능력부족, 질문과 응답의 단순한 강의방식, 판례분석 정도에 불과한 강의내용, 지원자수 급감 등으로 기존 법과대학과 별다른 게 없다고 하여“실패했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을 세운 후 시행해야 한다. 앞으로 2~3년간 일본의 실험을 신중하게 관찰하고 분석한 후 시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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