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랑스 관계 개선 전망

지난 5월 6일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에서 최종 개표 결과 우파 정당 대중운동연합(UMP)의 개혁성향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가 53.06%의 득표율로 좌파 정당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53)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사르코지는 “프랑스인은 변화를 선택했다. 모든 프랑스인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우리 모두 역사의 새 페이지를 쓸 것이다. 새 페이지는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친미주의자로 통하는 니콜라 사르코지는 선거운동 기간 미국과의 긴밀한 파트너십 강화를 반복 강조해 왔다. 이 같이 미국에 대하여 우호적인 자세를 취해왔던 니콜라 사르코지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2차 대전 이후 불편한 관계를 지속해온 미국과 프랑스의 관계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당선 후 “미국은 프랑스의 우정을 기대해도 좋다. 그러나 우정은 친구가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음을 수용하는 것이다”라고 밝힌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라크 전 등을 놓고 경색된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이지만 프랑스가 취해온 미국식 일방주의 외교 노선에 대한 견제 역할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부시 미 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그동안 이라크 사태와 지구 온난화, 이란 문제를 둘러싼 힘겨루기를 계속해왔다.

니콜라 사르코지, 그는 누구인가
▲ 프랑스 제 18대 대통령에 당선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는 톨레랑스(tolerance·프랑스적 관용)와 사회복지주의 대신 ‘강한 프랑스’와 미국식 자유시장경제 개혁을 선택했다. 2차 대전 후 공산 정권을 피해 프랑스로 이주한 헝가리인 아버지와 그리스계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니콜라 사르코지는 프랑스 정치사상 처음으로 프랑스 피가 섞이지 않은 헝가리 이민자 2세 출신 대통령이 되었다. “현재의 나를 형성한 것은 어린 시절 겪은 수치심의 총체”라고 밝히기도 했던 사르코지 대통령은 경제적인 어려움과 170cm가 채 되지 않는 키 등으로 열등감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오히려 이를 성공에 대한 열망과 강력한 추진력의 바탕으로 삼았다. 파리 10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한 뒤 변호사의 길을 택했던 사르코지 대통령은 22세의 젊은 나이에 파리 서부 뇌이 쉬르 센의 시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진출했다. 1974년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이끄는 UDR(공화국을 위한 민주연합)에 가입했던 그는 1983년 시라크의 물밑 지원에 힘입어 뇌이 쉬르 센 시장으로 당선되어 프랑스 사상 최연소 시장이 되었다. 1993년 관내 유치원에 폭탄을 들고 침입한 인질범을 직접 설득하는 용기를 보여주기도 했던 그는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 내각에서 예산장관에 기용되며 중앙정치에 입문하였다. 당초 시라크 계파에서 출발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1995년 대선에서 발라뒤르를 지지함으로써 시라크 계파를 벗어났으며 이후 시라크 계파의 지속적인 견제를 받으며 정치적인 시련을 겪었다. 2002년 시라크 재선운동을 지원함으로써 사르코지 대통령은 시라크 진영에 합류하여 다시 한 번 주류 정치무대에 복귀하였다. 시라크 정부 하에서 내무장관, 경제장관 등을 역임했던 그는 지난 1월 대선 후보로 지명됨으로써 시라크 대통령을 이은 엘리제 궁의 새 주인이 되었다.

대미견제의 기조 유지하며 관계 개선
▲ 사르코지 대통령과 새로운 내각.
분배보다는 성장을 강조하는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침체에 빠진 프랑스 경제는 변화와 개혁으로 활력을 되찾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프랑스의 도덕적 위기는 바로 노동의 위기다”라고 노동정책의 개혁을 예고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주 35시간 근로제의 맹점을 비난하며 35시간 초과 근무를 허용하는 동시에 초과근로소득에 대한 면세 혜택을 도입키로 하는 등 미국식 자유경제주의의 도입을 꾀하고 있다. 선거기간 중 ‘미국인, 사르코지’라는 조롱을 받기도 했던 니콜라 사라코지 대통령은 대선 승리 직후 연설에서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미국-프랑스 간의 긴장관계를 해소하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지난 2006년 9월 백악관에 초청되어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면담하기도 했던 그가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미국과 프랑스의 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한 화해무드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사르코지는 고용보장과 사회보장에 주력하는 전통 프랑스식 사회 모델로는 저성장·고실업이라는 ‘프랑스병’을 치유할 수 없고, 미국식 자유경쟁 시장 모델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르코지 체제가 미국에 일방적으로 다가서는 외교정책을 펴지는 않을 것이다. 사르코지의 전반적인 친미 색체는 대미 거부감이 강한 좌파에게 미국의 패권주의에 굴복하는 모습으로 비춰져 사회당 측에서는 ‘지나친 대서양주의자’, ‘미국식 공화주의자’란 표현으로 비판되기도 했다. 노동계와 좌파 진영은 이미 사르코지 대통령의 경제·외교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으며 사르코지가 지나치게 우파적인 정책만 고집할 경우 대대적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사르코지 대통령 역시 시라크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상당부분 계승하고 있어 맹목적인 추종과는 거리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사르코지 체제는 미국과의 협력은 강화하되 프랑스가 견지해 온 전통적인 대미 견제의 기조는 유지할 전망이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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