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의 통행 금지법이 남긴 것

이륜차 운전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10년 넘게 조심스럽게 이륜자동차의 고속도로 통행 금지 해제를 요구해오던 이륜차 운전자들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35년간 시행되어 온 이륜차 고속도로 통행금지 제도가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소형 오토바이인 일명‘스쿠터’의 유행이 점차 확산되고 있고, 레저용 수입 대형 이륜차 마니아도 늘고 있고, 생계형 이륜차 이용자가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이들을 위한 혜택, 법, 배려는 어디에도 없다.


지난 4월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는 고속도로에서 이륜차 타는 것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한 이륜차들의 고속도로 불법 주행 시위가 있었다. 이 장면은 TV화면으로 포착돼 방송이 되었고, 당시 시위에 참가했던 현직 경찰관 박모(47) 경사는 파면되었다. 고속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몰아 도로교통법을 위반했고, 이 장면이 TV에 보도돼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사유로 박 경사는 15년 경찰 생활을 마감해야 했다. 박 경사는 자신이 물의를 빚은 점은 인정하지만 징계 수위가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을 내렸고 소청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그가 TV에 나온 것이 잘못인 것인지, TV를 통해 경찰 신분임이 드러난 것이 잘못인 것인지에 대한 주변 의견의 분분한 가운데 현재 그의 온라인 닉네임인‘뭉치아빠’를 따서‘뭉치아빠후원회’가 결성됐다. 이 후원회 소속 라이더에 따르면 평소 박 경사는 경찰 신분으로는 금지조항인 콧수염을 기르고 다녔고, 복장에 명찰을 달지 않고 다니는 등의 행동으로 평소 경찰 관계자들이 못마땅해 하던 차에 이번 사건이 터져서 결국 파면을 당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멋스럽게 콧수염 기르는 것이 경찰 업무에 왜 방해가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으며, 평소 박 경사는 이름 전체가 공개되는 명찰 달기 의무 사항의 위험성을 몇 차례 제시한 바 있었다.”박 경사의 이 같은 조치는 TV보도 화면의 파장이 매우 커진 것과 관련해 다수의 네티즌들이 박 경사의 경찰 신분과 불법행위를 비난하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진행된 결과다. 한 네티즌은“경찰 신분으로 법을 수호해야 하는 사람이 오히려 법 질서를 운운하며 불법 행위를 자행한 것은 경찰로서의 자격 박탈이다.”라고 비난하는 등 인터넷에서 박 경사를 질책하는 댓글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의 행동 자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단편적 TV 보도 내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불이익을 당할 것을 알고도 실행에 옮긴 그의 진정성에 대한 이해를 표시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이륜자동차, 즉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통행 금지 해제 요구는 이렇게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 정도의 파장이 있고 난 후에야 여론은 비로소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륜차는 지극히 위험한 존재인가
1972년 4월 내무부 장관 고시에 의거, 배기량에 관계없이 이륜차 고속도로 통행 금지. 1991년 12월 도로교통법 제 58조 개정으로 배기량에 관계없이 이륜차 고속도로 등(자동차전용도로 포함) 통행금지. 현재 우리나라 이륜자동차에 대한 도로교통법의 내용이다. 이륜자동차는 배기량에 상관없이 오로지 국도와 시내도로를 통해서만 주행이 가능하고, 수도권 주요 간선도로와 순환도로, 자동차전용도로의 통행은 금지되어 있다. 정부가 이륜자동차의 통행을 법으로 금지하는 이유는 높은 치사율과 다른 차량에 위험을 초례한 우려가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이륜차 운전자들은 조모조목 근거를 들어가며 반기를 들고 있다. 먼저 이륜차의 사고 위험성에 관해 이륜차 운전자들은 오히려 사고의 위험률은 고속도로와 같은 뻥 뚫린 도로보다 교차로와 신호등이 많은 시내 도로가 더 높다고 주장한다. 전국이륜문화개선운동본부(이하 전이문)의 자료에 따르면 2003년도 교통사고 통계자료를 기준으로 볼 때 이륜차의 사고율이 2.9%로 매년 최하치를 기록하고 있고, 사망자 수 역시 매년 줄어 오토바이 10대가 넘어지면 0.5명이 사망하는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사륜차에 비해 결코 치사율이 높은 것이 아니며, 따라서 위험성을 기준으로는 고속도로 통행금지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이륜차 운전자들의 입장이다. 또한 사고 장소를 따져 봐도 대부분의 이륜차 교통사고를 분석해 보면 교통 흐름이 복잡하고 신호체계가 많은 도심지 우측도로에서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속도로 통행을 허용하면 사고와 사망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경찰측의 주장은 고속도로 보다 4~16배 많은 사고와 사망자수를 내고 있는 일반도로 사용만을 허락하는 기존 법 조항에 모순된다는 것이다. 전국이륜문화개선운동본부 김지석 대표는“어느 교통수단이나 모두 사고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통계적으로도 이륜차가 사륜차에 비해 그 위험성이 적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륜차와 이륜차의 차별 이유를 사고 위험성에 가져다 붙이는 것은 오류입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의 이륜차 교통사고 특성 분석 보고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이륜차 교통사고는 2003년과 2004년도에 소폭 증가에 그쳤으나 2005년에는 18.4%, 2006년도 12.1%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대부분의 이륜차 교통사고는 배달용 소형 이륜차와 폭주족들로 비롯되는 난폭운전이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어 대형 이륜차 운전자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이에 대형 이륜차 운전자들은 상대적으로 교통사고가 적고 안전성과 보험가입률이 높은 600cc 이상의 대형 이륜자동차의‘고속도로등의 통행’을 우선 허용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점차 확대해 나가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같은 이륜차를 이용한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소형 이륜차 문화가 그저 남의 일 이라고 무시하는 것도 무책임한 처사다.
정부가 이륜차 고속도로 통행금지를 해제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생계형 이륜차들의 위험성 때문이다. 퀵서비스 특송업 사용자는 정확한 통계가 추산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 규모를 약 70억으로 추산하고, 서울시 1일 평균 잠재소화물 물동량을 43,428건으로 추정하고 있어 퀵서비스 운송업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잠정적 조사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이륜특송협의회의 정식회원으로 등록되어 영업을 하고 있는 업체는 총 94개 업체지만 실제로 영업을 하는 업체는 1/3에 불과하고 나머지 미등록 업체 수가 등록업체의 약 2/3 수준인 약 300여개 업체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퀵서비스 운송업은 덩치가 계속 불어나고 있는데 비해 이들에 대한 법적, 제도적 규제가 없을뿐더러 대부분 촌각을 다투는 속도로 수익이 좌우되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불법, 폭주 운전자들은 점차 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생계형 오토바이 운전자들인 배달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배달 음식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 이들의 존재는 더욱 부각되고 있는 데 반해 이들을 통제할 만한 규제는 고작 교통신호 위반을 적발하는 도로교통법이 전부다. 따라서 퀵서비스 이륜문화와 오토바이 배달 서비스 문화 개선이 뒤따르지 않고서는 이륜차의 고속도로등의 통행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낳을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전이문의 김지석 대표는“처음부터 이들을 위한 법적 규제와 제도를 마련했어야 했다. 정해진 테두리 안에서 올바로 사업을 하고, 그 안에서 직업적인 노하우를 영위할 수 있게 사회적, 법적 틀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우리 사회는 그 절차가 없이 기형적으로 이륜차를 이용한 운송업과 배달업 문화가 형성되어버린 것이다.”라고 전했다. 폭주족의 난폭운전에 대해서도 경찰측은 매해 특별단속기간을 정해놓고 단속을 하고 있지만 그 수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폭주족들의 대규모 모임 지정일이 공개적으로 드러낼 만큼 경찰의 폭주족에 대한 무장해제는 뚜렷한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다. 이륜차를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이륜차의 종류에 따라, 이륜차를 다루는 사람에 따라 이륜차는 취미가 되고, 생계수단이 되며, 무기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렇게 제 각각 나름의 영역으로 시장만 확대되었지 이륜차라는 공통의 주제로 이들을 아우를 수 있을 만한 법적 장치나 혜택, 규제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퀵서비스인권운동본부 유정인씨 인터뷰

Q. 이륜차 고속도로등 통행 금지 해제 주장에 동의하나.
- 물론 동의한다. 퀵서비스 또한 오토바이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서울시내 자동차전용도로가 자율화 된다면 업무 효율성 면에서도 단연 환영이다. 하지만 우리는 생계형 이륜차 이용자로서 레저형 대형 이륜차 운전자들과 입장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다. 퀵서비스업에 대한 관계 법률 자체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도로 통행을 먼저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퀵서비스 운송업에 대한 법적, 제도적인 기틀이 마련되어야 그에 따라 퀵서비스 종사자들에 대한 안전 교육, 직업 교육 들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겠나. 그렇게 직업적인 전문성이 보장된다면 현재 일반인들이 걱정하는 퀵서비스 이륜차들의 난폭운행과 교통법규위반 사항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조건이 없이 퀵서비스 종사자 입장에서 무조건 도로 통행을 주장한다면 오히려 여론은 역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퀵서비스업 종사자로서 서울 시내 주요 간선도로와 순환도로의 통행이 게재되면 어떤 이익들이 있나.
- 현재 자동차 전용도로와 고가차도 금지 때문에 가까운 길을 눈앞에 두고도 빙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다. 시간이 곧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도로에서 겪는 스트레스 때문에 겪는 고충은 정말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전면적인 고속도로 허용보다는 우선적으로 생계가 달린 생계형 이륜차의 자동차 전용도로와 버스 전용차로의 통행 허용을 주장하는 이유도 그런 측면에서다.


기형적인 이륜차 문화는 정부 정책 부재가 원인
오히려 이런 현실이 오늘날의 기형적 이륜차 문화를 양산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인들은 이륜차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불안함을 느낄 정도로 우리 사회의 이륜차 인식 형태는 엄청난 편견이 자리 잡혀 있다. 도로 주행 시 똑같이 끼어들기를 해도 사륜차는 용서가 되는데 대형 고급 이륜차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또한 같은 교통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사륜차 교통사고는 그 특이성을 인식하지 않지만 이륜차 교통사고는‘이륜차이기 때문’이라는 당위성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일반인들의 이륜차에 대한 이런 오해와 편견 의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전이문 김지석 대표는“이륜차에 대한 사회적 위치는 거의 바닥수준입니다. 이륜차 운전자들은 모두 난폭주행을 하고, 이륜차는 쓰러질 위험성이 크고, 이륜차는 정상적인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주 요인이라는 일반인들의 생각은 이륜차에 대해 너무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발상입니다. 자극적인 사고율만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난폭운전 처벌에만 급급한 정부와 경찰측도 이러한 이륜차의 편견 제조에 일만의 책임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운행되고 있는 이륜차는 350만대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이 중 미등록된 채 운행되고 있는 이륜차가 약 180만대다. 또한 등록된 이륜차 중 505,513대 만이 의무보험 가입상태로 가입률은 28.93%에 불과하다. 이러한 현상은 일반사륜자동차와 달리 이륜자동차는 등록제가 아닌 사용신고만으로 운행이 가능하므로 대다수의 이륜차 사용자들은 최초 사용신고 시에만 책임보험에 가입하고 계약 기간 만료 후 재가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가입률이 저조한 이유는 미흡한 관리 체계에 따른 적발 및 단속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전이문의 김 대표는“현재 우리 경찰력으로는 이륜차 전문 부서도 없고, 전문가도 없는 실정입니다. 그저 미미한 법에 단속을 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기형의 이륜차 문화 개선은 정작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라고 전했다. 녹색자동차문화교실 정강 대표는 지난 4월‘자동차관리법일부개정법률안’을 통해 교통사고를 야기한 이륜자동차의 운행자는 물론 이에 의한 피해자를 회복불능 상태로 몰아넣을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는 무등록, 무보험 이륜자동차의 운행실태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이륜자동차 번호판 유효기간’에 관한 법률을 신설하고, 중고이륜자동차를 비롯한 중국산 저가이륜자동차에 의해 심화돼 가고 있는 환경오염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이륜자동차정기검사제’도입을 위한 법률 개정을 촉구했다.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
▲ 경찰청은 지난 4월 이륜차의 불법행위의 위험성과 질서 문란에 대해 집중 홍보하고 5월부터 한달 간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갔다. 하지만 실제 단속으로 인한 효과는 매우 일시적이고, 부족한 경찰력으로 이륜차 불법 행위를 단속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125cc 미만의 소배기량을 위주로 이륜차 생산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이륜차의 통행규제로 인해 국내에서는 이륜차 생산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었고, 이는 근처 일본과 중국에 이륜차 판매 시장 제공과 판로를 제공해 줌으로써 국가 산업에 있어 일정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 일본산 고급 대형 이륜차를 찾는 국내 마니아들이 급증하고 있고, 중국산 저가형 스쿠터들이 우리나라에서 빠르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현실은 이륜차 통행 규제로 인해 수요가 지극히 한정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만의 특수 상황을 더욱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전이문의 김지석 대표는“이륜차는 사륜차와 똑같이 자동차 세금을 내고, 도로통행료를 지불합니다. 이륜차가 사륜차와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륜차 고속도로등의 통행금지가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륜차 고속도로 통행 금지 해제는 단순히 이륜차의 통행을 허락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건전하고 올바른 이륜차 문화가 정착되고, 이륜차 산업을 육성시키고, 더 나아가 교통혼잡과 대기오염의 심각한 피해 현실에서 탈피할 수 있는 첫걸음 이기 때문에 반드시 실천되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혹시 이륜차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이륜차 고속도로등 통행 규제법은 일반인과 이륜차 사용자 모두가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문제로 보여진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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