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그 과거와 미래와의 조우에 대하여
-『이덕일의 역사사랑』 작가의 말 中
사람은 살아가면서 한번쯤 자신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존재하고 있으며 또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 우리는 어릴 때부터 단군 신화로부터 시작하는 우리의 역사에 대해 배운다. 역사는 우리의 과거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마치 단어장을 암기하듯, 수학공식을 암기하듯 그렇게 역사를 외운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 어른들에게 들었던 우리의 역사는 무척이나 재미있었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너무나 재미없고 지루하며 딱딱하다. 온통 외워야 할 것 투성이다.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그렇게나 강조를 하면서, 왜 역사서들은 그렇게 어렵고 재미없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역사평론가 이덕일.『사도세자의 고백』,『조선왕 독살사건』등으로 유명한 그는 우리에게 역사가 결코 어렵지도, 또 지루하지도 않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다.
역사란 무엇인가
작가 이덕일은 “역사평론가라는 직업은 내가 직접 만든 것이다. 역사학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낯간지럽다”라며 스스로를 역사평론가라고 칭한다. 그의 책은 출간하는 족족 인문분야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그는『사도세자의 고백』,『우리 역사의 수수께끼』,『운부』등으로 역사서는 어렵고 재미없고 고리타분하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독특한 시각으로 독자들을 역사의 세계로 끌어 당겼다.

역사의 대중화에 대하여
이덕일은 “내가 쓰는 책이 인기 있는 이유가 역사의 대중화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을 알아야 한다. 흔히 역사를 쉽게 쓰면 역사의 대중화라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라며 “역사의 대중화라는 것은 방향성과 관점이 뚜렷해야 한다. 내가 쓰는 책은 우리 인간사회에 대한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책이다. 그 관점에 동의하는 독자가 있어 성공을 거두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1차 사료를 바탕으로 ‘사건의 실제 내막은 이러한 것이다’라고 독자들을 같은 방향성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 때 그것이 진정한 역사의 대중화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과거에도 역사서를 쉽게 쓴 사람들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덕일처럼 독자들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지 못하고 기억의 저 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에 대해 이덕일은 “역사를 쉽게 이야기 식으로만 쓰면 그것이 역사의 대중화인줄 착각했던 한 조류가 지나가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역사의 대중화에 대한 인식도 나아지지 않았나 싶다”고 답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역사와 현실과의 괴리감이 많이 남아 있다. 우리네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여전히 역사가 어렵고 딱딱하다고 느끼고 있다. 작가는 “기존 역사학문 권력이라는 것과 현실과의 괴리가 상당히 있다. 국사교과서 같은 경우는 서로 상반된 이야기를 같이 서술해놓는다. 고조선에 대하여 ‘일연의『삼국유사』에 따르면 단군이 고조선을 건국했다고 한다.(B.C 2333년)’라고 서술하고 조금 뒤에 가서는 ‘국가는 청동기 시대부터 시작한다. 청동기 시대는 만주에서는 B.C 15세기, 한반도에서는 B.C 10세기에 시작된다’고 서술해놓았다”며 “이런 식으로 상반된 이야기를 같이 서술해 놓아 교사나 학생에게 있어 국사는 암기과목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비판한다.
동북공정에 대하여
“고조선 역사의 핵심은 단군이다. 학계에서는 단군을 실존적 인물로 보지 않고 단순히 신화적 인물로 파악하고 있다. 고조선은 단군조선, 기자조선, 위만조선으로 나누어지는데 단군조선을 부정한다면 기자조선과 위만조선이 고조선이 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즉 기자와 위만은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므로 우리나라는 이민족으로부터 시작된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는 의미다. 작가는 동북공정에 대하여 “대부분 우리가 동북공정을 이야기 할 때 고구려를 핵심으로 두고 이야기를 하는데, 진짜 핵심은 고조선이다”라며 “족보로 따지면 고구려는 중시조, 고조선은 원시조에 해당된다. 원시조를 제대로 밝혀야 중시조를 밝힐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민들은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고조선에 대하여 소홀하다”고 전한다.
국사 교과서 경우 고조선처럼 물원이 부족한 시대는 고고유물로 판정을 해야 한다. 작가는 “고조선의 표지유물은 고인돌과 비파형 동검 등이다. 고인돌과 비파형 동검이 출토되는 지역은 고조선의 강역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고인돌의 경우 만주에서부터 흑산도까지 출토가 되고 있으며 비파형 동검의 경우 한반도와 만주, 내몽고 일대까지 출토가 된다. 특히 내몽고에서는 비파형동검의 용검, 거푸집까지 출토가 된다”고 한다. 이어 그는 “거푸집이 나온다는 것은 비파형 동검의 생산지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고조선의 강역이 광대하다는 것을 유물로 입증이 됨에도 불구하고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는 그 뿌리에 일제 식민사관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공, 그러나 결코 평탄치 않았던 길
이덕일은 역사학자로서도, 작가로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마치 인생에서 굴곡이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이덕일은 “나는 누구보다도 험한 길을 걸어왔다. 1997년 시간 강사를 그만두겠다고 나왔다. 아무 것도 없이 허허벌판에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 역사에 대한 지식 하나만 가지고 박차고 나와서 뭘 해먹고 살았겠는가”라고 답한다. 아무도 걸으려 하지 않았던 그 길을 이덕일은 자신이 하고 싶었던 역사, 오로지 그것 하나만을 위해 인생 최대의 도전을 했던 것이다. 아무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역사의 길을, 이전에는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그 길을 이덕일은 자신만의 길로 만들어 걸어왔다.
작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굳이 더 힘들다, 어렵다 이런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하루에 라면 세 개와 소주 한 병만 있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한 적도 있었다. 그런 정신을 가지고 대학 강단을 박차고 나왔다”며 “개인적인 측면에서는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지는 몰라도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개인적인 성취나 성공이 아닌 우리 역사의 인식이 올바로 잡히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사극은 잘 보지 않는다는 그는 “역사 드라마는 역사에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던 인물과 시대를 전 국민적 화제로 만든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그 내용을 보면 역사를 빙자한 상상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나는 역사 드라마나 소설에 상상력을 제한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상상력은 충분히 발휘를 하되, 기본적인 사료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역사 속의 인물들은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고 그 시대에 실제로 있었던 사건들이기 때문에, 사료에 의해 일정 정도 제한을 받고 상상력을 발휘하더라도 개연성 있는 상상력 정도여야 한다”고 말한다. 여가시간이라고 할 정도의 시간이 현재는 거의 없다는 그. 낮에는 사람을 잘 만나지 않고 저녁에 술 한 잔 하는 게 낙이란다. 이덕일은 “역사는 우리가 어떻게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었는가 하는 과정을 알려준다. 또 그러한 것을 통해 우리의 미래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 한다”며 “역사는 재밌다. 그리고 그 재미 속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현재의 우리에게, 우리의 내일에게 삶을 살아가는 도움이 되므로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전한다. 역사는 우리의 과거이자 현실이며 동시에 미래다. 이것이 작가 이덕일이 우리에게 하려는 말이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 우리의 역사는 더욱 넓어지고, 우리의 가능 성 또한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에게 역사의 또 하나의 가능성을 보여준 이덕일에게 찬사를 보낸다. NP
장정미 기자
haiyap@inewspeopl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