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GEND, 전설에 빠져 환상을 꿈꾸다
절제와 절차를 중시하는 부킹문화

네델란드의 문화사학자 J, 호이징거는 인간의 본질을 ‘Homo Ludens(유희하는 인간)’ 라 했다. 인간은 생래적으로 유희를 추구한다는 것인데 우리 민족도 엄숙한 유교가 도입되기 전만해도 가무음곡(歌舞音曲)을 즐기는 민족이라고 중국의 사서가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노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민족임에는 틀림이 없는가 보다.

윤양래 기자/사진 양호운 기자

Wild On ‘Regend’
미국의 'Wild On' 이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면 세계적 여행지 소개와 아울러 세계적으로 유명한 밤 문화를 소개하는데 ‘밤 문화소개’ 라는 것이 ‘노는 것’ 그것도 ‘완전히 망가져서 이성(理性)은 잠시 저당 잡히고 감각으로만 노는’ 것으로 유명한 나이트클럽을 소개한다. 이 프로를 통해서 본 이들 서양인들의 나이트 문화는 우리보다 아주 솔직했다. 선남선녀가 모인만큼 자연스레 서로들 눈을 맞추고 눈이 맞은 커플끼리 술을 나누고 음악에 맞추어 서로 몸을 접하다 흥이 최고조에 이르면 남녀 할 것 없이 옷을 벗어 제치며 신나게 몸을 흔든다. 카메라 앞에서도 이토록 대담하니 카메라가 없을 때는 어떨까 하는 핑크빛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든다. 그곳에는 나비넥타이를 한 웨이터도 또 이들이 여자 손님의 손목을 부여잡고 부킹을 강요하는 정경도 볼 수가 없었다. 그들의 자연스러움이 부럽기 짝이 없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 요즈음 젊은이들의 해방구랄 수 있는 홍대 앞 클럽 역시 이에 못지않다고 하는데 우리의 30대 중반이후의 남녀들에게는 과연 어떠한 ‘밤 문화’ 가 있을까? 중년의 ‘밤 문화’ 하면 우선 불륜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는 정비석의 ‘자유부인’ 이후로 좀처럼 깨지지 않는 등식과도 같은 것이다. 즉 ‘중년의 밤 문화는 부도덕하다’는 인식이 너무도 짙은 우리나라에서 ‘우리의 중년’은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어떤 식으로 삶을 즐기는가’ 가 화두로 떠올랐다.

전설 속으로 빠지다
90년대에 강남을 주름잡은 전설적인 나이트클럽의 명소를 든다면 삼정과 리버사이드 호텔의 나이트클럽을 들 수 있다. 그러다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돈텔마마의 아성에 함몰되어 그야말로 전설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2005년 9월 도하 일간지의 전면광고로 ‘Regend’ 라는 나이트클럽이 나이트클럽답지 않은 로맨틱한 상호로 대대적인 광고를 밀물처럼 쏟아 내기 시작했다. 당연히 기자의 관심을 끌었다. 자세히 읽어 보니 변신한 삼정나이트클럽이었다. 화두에 빠져 좀처럼 해법을 못찾던 기자에게 벼락처럼 순간적으로 앞이 훤해 보이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진용을 구성했다. 남기자 2명에 여기자 2명으로 총 4명, 다 30대 중반을 넘은 자로서만 구성되었고 남자 둘과 여자 둘은 순차적으로 서로 다른 팀인 양 입장하기로 했다. 그리고 직업은 전문직에서 주부까지 다양하게 하여 남자팀은 파트너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포인트를 맞추고 여자팀은 남자 손님들의 직업 및 매너 등을 파악하기 위해 무제한으로 부킹만 거듭하기로 작전을 짰다.

남자의 세계
막상 도착하여 입구에 다다르니 한 청년이 뛰어 와 “나이트 오신 거죠.” 했다. ‘그렇다.’ 했더니 호텔의 도어맨과도 같은 정중한 태도로 대신 주차해 주겠노라고 했다. 차가 좋지 않은 탓도 있지만 청년의 잘 교육받은 듯한 언행이 키를 맡기기에 충분했다. 차에서 내려 주차장을 둘러보니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넓이였다. 우선 그 크기에 놀랐는데 그 넓은 주차장의 약 70%정도가 이미 승용차로 차 있었고 차종이 외제차가 많은 것에 또 한번 놀랐다. 입구를 지나 내려가는데 통로는 검은색 대리석이고 벽은 아이보리색 대리석으로 되어 있어 마치 고급 룸싸롱을 방불케 하는 인테리어가 돋보였다. 데스크 쪽으로 다가 가는데 멀찍이서 회색 정장을 단정히 입은 청년이 정중하게 허리를 90˚ 각도로 굽히더니 아는 웨이터가 있느냐고 물었다. 미리 업소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것도 아니었고 또 이번의 취재 목적과도 상치되는 것이었기에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제일 잘 나가는 사람으로 소개해 달라고 했다. 청년은 씩 웃더니 이어마이크에 대고 뭐라고 했다. 클럽으로 들어가니 8시 30분 정도인데도 홀의 70%정도가 차 있었다. 곧 한 웨이터가 다가왔고 우리는 작업의 기밀성과 안정성을 기하기 위해 룸을 달라고 했더니 룸이 없다고 했다. 초저녁인데 벌써 룸이 다 찼냐며 웃돈이라도 줄 테니 구해 달라고 했더니 웨이터가 사정조로 돈이 문제가 아니라 8시면 룸이 다 차버린다고 했다. 표정과 태도에 진정성이 묻어 있는 것 같아 그러면 조용한 데로 안내해 달라고 했다. 만일 예약한 룸이 펑크가 나면 꼭 바꿔 달라는 당부를 하며 안내 된 곳이 스테이지 쪽을 제외한 삼면이 칸막이가 쳐져 있는 곳이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살피기에 좋은 곳이다 싶어 우리는 자리를 잡고 양주를 시켰다. 술이 날라져 왔고 웨이터에게 술을 한 잔 권하면서 우리가 이곳이 처음이라 궁금한 것이 많다며 이것저것을 물어 보았다.
“ 당신이 여기서 제일 잘나가는 웨이턴가? ”
“ 아닙니다. 우리 업소에 웨이터가 70명인데 이분들 모두가 새 단장을 하며 스카웃된 분들입니다, 전국에서 최고의 영업력을 갖춘 사람들이죠. 저는 그저 70명 중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 최고의 영업력이라면? ”
“ 관리하고 있는 단골명단을 3000명 정도는 확보하고 있는 웨이터를 말합니다. ”
“ 스카웃이라고 했는데 얼마를 받고 왔다는 것인가? ”
“ 그건 밝히기 곤란한데요, 그냥 차 한 대 값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 뭘로... 에쿠스정도인가? ”
“ 에이 그만 물으세요.”
우린 웨이터와 말을 나누는 중간 중간 ‘ K변호사 한잔해’ 라거나 ‘ L사장의 대박을 위하여 ’하며 일부러 신분을 과시했다.
“ 이곳에 오는 여자들의 수준은? ”
“ 주부에서 사장까지 다양하죠, 그러나 다른 곳과는 수준이 다르죠. 일단 매너가 다른 곳에서와는 다른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
그는 말하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이어마이크에 대고 뭐라 뭐라 하며 분주했다. 물어 보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우리의 신분이 탄로날 것 같아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 바쁜 것 같으니까 그만 일보시고 우리 수준에 맞는 멋진 여자들로 부탁해. ”
잠시 화장실을 가며 홀을 둘러보았다. 여자 손님들의 미모가 만만치 않았다.

남자의 세계-부킹 속으로
1. 첫번째 여자
가수 ‘MC몽’ 같이 생긴 보조가 다가오더니
“ 사장님, 강남에서 제일 잘나가는 분입니다. 곧 모시고 올 테니 잘 하셔야 합니다.”
날씬했다. 웃으며 들어 왔다. 다른 업소에서와 같은 마지못해 끌려오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부킹을 즐기는 듯한 태도였다. 당당함이 좋았다.
“ 반갑습니다, ”
부킹을 망치는 4가지 질문을 속으로 되뇌었다. ‘ 여기 왜 왔냐? ’, ‘결혼했냐? ’ , ‘ 이런 데 자주 오냐? ’ , ‘ 가족은 어떻게 되냐? ’
얼굴이 발갛게 달아 있길래 ‘술이 한잔 되셨습니다’ 했더니 거래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여직원들끼리만 와인을 한잔하고 왔다고 했다. 말하는 품새를 보니 전문직 여성인 것 같았다.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았고 유리창을 튕기는 듯한 경쾌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서로 간에 소위 ‘필’이 꽂히는 듯했다. 이어서 우리 팀의 동료에게도 파트너가 모셔져 왔다. 그녀는 옷차림부터 남달랐다. 거의 명품으로만 치장을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잠시 동료의 파트너와 수인사를 끝내고 내 파트너와 대화를 속개했다. 얘기가 한결 진전되어 대학시절얘기부터 그녀의 남편 얘기까지 진행이 되었다. 너무 순조로운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분위기를 탔다 싶어서 슬그머니 그녀의 어깨에 내 팔을 얹었다. 놀라는 것 같지 않았다. 술을 마시며 ‘우리들의 이야기’는 탄력있게 이어졌다. 갑자기 요의가 느껴졌다. ‘잠시만’ 하며 화장실에 갔다 왔다. 그녀가 없었다. 동료에게 물었다. 내가 나가니 바로 가버리더란다. 못내 아쉬웠다. 웨이터를 불렀다. 자초지종을 말하자 ‘화장실 간다’는 것이 파트너에 대한 완곡한 거절이라는 것이었다. 자기들은 마구잡이로 부킹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단골손님이기 때문에 손님의 취향을 신중히 고려하여 파트너를 물색하고 맞는다 싶을 때 부킹을 권하며. 이렇게 하기 때문에 부킹의 성공율이 높다고 했다. 내가 법조인이라 말이 통할 듯싶은 손님을 겨우 물색하여 모시고 왔었는데 성공을 못하다니 답답하다고 했다. 아뿔싸!

2. 두번째, 세번째 그리고 네번째
첫번째 파트너를 보내고 속절없이 기다리는 동안 동료는 순조로운 진행을 하고 있었다. 음악소리에 묻혀 그들의 대화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동료가 파트너의 볼에 키스를 하는 것이 보였다. 쓴웃음이 나왔다. 하릴없이 술잔만 비워 나갔다. 그때 동료와 파트너가 귀엣말을 나누더니 같이 나갔다. 곧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 왔다. 잘 되는 것 같았는데 웬일이냐고 물었다. 일행이 자기를 너무 오래 기다리고 있어서 잠시 가 봐야겠다고 했단다. 진짜인지 확인해야겠다고 같이 나가니 그녀가 동료의 품에 살짝 안기더니 등을 쓰다듬으며 곧 오겠다고 했단다. 그러나 동료의 예감은 완곡한 거부를 당한 것 같다고 했다. 신기했다. 이곳에서는 거부의 표현이나 행동마저도 품격과 배려가 있는 듯했다. 잠시 만났을지라도 상대방을 불쾌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세 번 모두 완곡한 거부를 당했다. 그러나 불쾌하거나 짜증이 나지 않았다. 파트너가 나가면 어찌 알았는지 웨이터가 바로 달려와 왜 성공 못했냐고 캐물으며 내 언행에 대해 한마디 씩 코치를 했다. 네 번째 파트너까지 나가자 웨이터가 오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변호사 맞느냐고 했다. 변호사시면 말 잘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만은 아닌가 보다며 이번에는 자기가 관리하고 있는 손님 중 최고의 손님을 모셔 오겠다며 이번에도 실패하면 자기의 책임이 아니라고 했다. 홀에서는 파도가 들고 나는 것처럼 여자 손님들이 웨이터에게 이끌려 분주히 이동하고 있었다.

3. FINAL ROUND
우린 룸으로 옮겨졌다. 마지막 일격을 날리기에 최상의 조건을 구비한 것이다. 룸은 크지는 않았지만 노래방 기기와 집기가 품위가 있었다. 쾌적했다. ‘그녀’가 왔다. 기자는 거듭된 술잔 비우기로 인해 알콜이 온몸에 적당히 퍼져 현란한 말솜씨를 뽐내기에 최상의 조건이었다. 적당히 살집이 있었으나 보기에 싫지 않았고 얼굴은 여유 만만해 보였다. 매너 역시 굿이었다. 이젠 ‘술잔비우기’가 아니라 ‘술잔마주치기’를 거듭했다.  그녀가 그녀와 삼정의 인연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2년 전에 처음으로 들려 봤는데 그때 만났던 웨이터가 너무 인상이 깊었다고 했다.
“ 꼭 촌놈같이 생긴 녀석이 얼마나 극진히 접대를 하던지 최초로 녀석에게 명함을 줬어요.그랬더니 그날 이후 근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연락이 왔는데 그게 물이 어쩌니 저쩌니 하며 찾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알았던 사이처럼 곰살궂게 구는 것이 귀찮치가 않더라구요. 그렇다고 일이 바빠서 자주 갈 입장도 아니었는데 업소에 가거나 말거나 꾸준히 전화를 하며 얼마나 살뜰하게 굴던지... 그래서 이제는 회식이 있거나 할 때면 꼭 찾을려고 하는 편이죠. 글쎄 녀석이 날 빚쟁이로 만들었다니까요. 꼭 의무감으로 오는 것 같다니까요”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잘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대화 중에 그녀의 핸드폰이 울려 잠시 대화가 끊겼는데 예의가 아니라며 무척이나 미안해했다. 대화 내용 중에 ‘선적’ 이니 ‘납기’니 하는 것으로 봐서 제조업을 하는 것 같았다. 미안해하는 표정이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그녀의 볼에 키스를 했다. 의외로 그녀가 가만히 있었다. 대학시절 얘기를 하다가 80년대의 시위 얘기가 나왔고 그녀가 대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으로 보아 비슷한 연배인 것 같았다. 비슷한 연배임을 확인하자 대화는 더욱 더 순풍에 돛단 듯 했다. 같이 80년대에 유행했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마침 동료와 파트너가 스테이지로 나가 우리 둘만 남게 되었고 나는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담담히 그녀가 받아 들였다. 그녀에게 귓속말로 2차 가자고 했더니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만 듣던 ‘애프터’에 성공한 것이었다.

여자의 세계
기자 일행이 도착하여 안전벨트를 풀고 있는데 갑자기 차문이 열렸다. 잘생긴 청년이 밑도 끝도 없이 90° 각도로 정중히 인사를 하며
“ 나이트 오셨죠? 제가 주차시켜 드리겠습니다.”
황당하기도 했지만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매너였다. 처음에 출발하며 약간은 긴장도 하고 두려움 역시 조금은 있었지만 대접받는다는 느낌이 들면서 오만하게 행동해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우리 여기자 일행의 미모가 빠지는 데가 없으니까 무리는 없을 거였다. 클럽 안으로 들어가자 젊잖게 생긴 웨이터가 우리를 맞았다.
“ 사모님, 오늘은 특별히 남자 손님들이 멋진 분들만 오신 것 같은데 부킹은?... ”
예전에 동창들과 일산 쪽의 나이트에 갔을 때 다짜고짜로 손목을 잡아끄는 무자비함이 아니라 맘에 들었다.
“ 좋지요. ”
“ 취향이 어떠신지? ”
아니 취향이라니? 시끄러운 와중에도 너무 또렷이 들렸다. 마치 커플매니저처럼 손님의 취향을 물어서 어찌 하겠다는 것인지 자신의 취향을 말한다 해서 그 취향대로 해 줄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쨌거나 믿져야 본전 아닌가?
“ 전 품위 있는 신사 풍으로 그리고 내 친구는 꽃 미남 풍으로 부탁해요. ”
잠시 홀 내부를 둘러보았다. 통로가 좁을 정도로 손님들의 이동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한마디로 ‘바글바글’ 하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것 같았다. 술이 날라져 왔고 곧이어 웨이터가 와서는
“ 마침 원하는 스타일의 남자분이 계신데 어찌하시겠습니까? ”
그의 인도로 가는 도중 팔려가는 듯한 기분이 없지 않았지만 냉정과 객관을 모토로 하는 기자답게 당당해 지려 애썼다.
“ 사장님, 이분이 아까 제가 말씀드린 오늘의 퀸카이십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
잠시 파트너를 바라보았다. 유인촌 풍의 젊잖게 생긴 중년의 남자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기자를 맞이하며 자리를 권했다. 그들도 2명이었는데 그의 일행은 이미 파트너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와도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 반갑습니다. 저는 ○○○라고 합니다. 술 하시죠? ”
마치 접대받는 자리에 와 있는 듯한 품격을 느꼈다. 여자한테 점수를 따기 위해 억지 웃음을 짓는다거나 허장성세를 부리는 것 같지 않았다. 모든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 ‘선수’인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의 직관으로 미루어 보면 전체적인 풍모에서 순조로운 인생을 살아 온 사람의 체취가 느껴질 만큼 자연스러운 품위가 있었다. 한 10여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기자의 파트너가 제법 괜찮은 사람이었으나 오늘 계획된 10여명과의 부킹을 달성하고 보고를 하려면 미련을 떨쳐야만 했다. 일행에게서 문자메세지가 온 것처럼 꾸미고 룸에서 나와 우리 자리로 돌아왔다.

왜 Regend 인가
동행한 기자는 이미 와 있었다. 잠시 둘이서 총평을 했다. 그녀 역시 썩 괜찮은 사람을 만났다고 하면서 파트너의 옷에서 그들의 1차 시 안주 내음을 맡을 수가 없었다는 말을 듣고 나 역시 아까 그 사람을 떠 올려 보니 그 역시 그랬다. 불과 두 사람을 만나고 전체를 평하기에는 부족하다 싶어 냄새에 관한 논의는 끝내기로 했다. 이후에도 웨이터는 잠시도 우리 둘만의 시간을 허락치 않겠다는 결심을 한 사람처럼 파트너와 정리하고 돌아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곧 다른 사람을 소개해 주곤 했다. 홀과 룸을 네댓 번 씩 드나든 것 같았는데 한결 같은 것은 그들이 모두 양주를 마시고 있었다는 점이고 그들 중 약 반 정도는 국산 양주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 모두 치근덕거리는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고 마치 대학시절 미팅에 나온 듯한 착각을 할 정도로 절제와 격식을 차리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클럽은 1차에서 이미 술이 얼큰히 취해서들 찾는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예의와 절제는 찾을 수가 없다고 하는데 이곳의 남자 손님들은 그렇지 않았다. 따라서 동행한 기자와 나눴던 ‘냄새’에 관한 의문 역시 풀린 것이다. 기자가 만나 본 모든 남자 손님들에게서 ‘삼겹살’이나 ‘막창’의 냄새가 없었다. 즉 이들 모두가 이곳이 1차인 것 같았다. 기자가 만나 본 10명의 파트너 중에서 약 3명 정도는 한번쯤은 사귀어도 무방하겠다 싶을 정도로 제법 마음에 들었다. 첫 번째 만났던 사람을 포함하여 3명은 한결 같이 언행이 자연스러웠고 품위가 있었다. 그들은 쉽사리 본색을 드러내지 않았고 어찌 보면 단순한 말동무를 찾아서 온 사람처럼 대화가 무척이나 청량했다.  본능에 목말라 끈적거리는 중년이 아니었다. 이런 곳을 찾는 많은 여성들 중 대부분이 가정까지 파괴되는 것을 각오하고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여성들이 바라는 것은 우발적이고 파괴적인 인연이 아닌 명예롭고 검증된 절차를 통해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싶은 것 일 테고  교양있고 절제된 대화를 통해서 하루를 즐겨 보자는데 있다면 이곳만큼 적당한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손님들의 품위가 ‘Regend’ 를 ‘Regend Of Noblesse'로 거듭나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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