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플 김준현 대기자/칼럼니스트

[시사뉴스피플=김준현 기자] 매년 그랬듯이 12월이 되면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송년회(送年會)에 참석하게 된다. 과거엔 모두 잊어버리자는 뜻에서 망년회(忘年會)라고 했는데 그 뜻도 별로 좋지 않고 일본식 표현이라는 말도 있어서 요즘엔 잘 쓰이지 않는 것 같다. 이름만 바뀐 게 아니라 돌이켜 보면, 10여 년 전과는 회식 양상이 많이 달라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과거엔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었던 한해를 보내서인지 몰라도 사실 송년회보다는 망년회라는 표현이 더 적절했던 모임이었다.
 
회사마다 정도 차이는 있겠지만 망년회는 넓은 식당이나 연회장을 빌려 식사와 음주 그리고 부서별 장기자랑 등으로 구성되었었다. 이런 모임은 해가 거듭될수록 자연스럽게 선의의 경쟁이 일어나 깜짝 놀랄 분장과 율동으로 참석자들의 흥을 돋우어 주기도 했지만 좀 부담스럽고 지나친 면도 없지 않았었다. 결국, 일부에서 무리한 부서 간 장기자랑 준비로 인해 사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아닌 상사의 강요로 받아들여지기도 했고 이는 사회적 이슈로 여러 차례 지적되면서 요즘 송년회에선 점차 사라지고 있는 문화이다.
 
한편, 야근과 휴일 근무가 빈번했던 그 당시 회식은 저녁 식사로 시작하는 1차 그리고 노래방과 맥주 집으로 옮긴 2차까진 모두가 빠져선 안 되는 필수 코스였다. 이후에도 아직 집으로 돌아가기엔 열기가 식지 않은 일부는 다시 소주 집으로 향해 새벽까지 3차로 이어졌었다.
 
당시 직장 상사들 중에는 심술궂게도 모두가 고주망태가 되어 정신이 희미해진 회식의 끝에서야 마음 속 깊은 곳에 갖고 있던 중요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분들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랫사람들은 상사의 의중이 담긴 진솔한 말을 듣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회식이 끝날 때까지 남아 버터야 했던 시대였다. 결국, 회식 중간에 빠진다는 게 여간해서 쉽지 않았다.술에 취한 상태로 오래 있다 보면 가끔은 술기운에 동료간 실수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했었다.
 
술을 체질적으로 아예 못 마시거나 약한 사람들은 과거 직장 생활하는데 애로 사항이 많았다. 당시엔 일 뿐만 아니라 퇴근 후 회식자리에서 잘 놀고 술도 잘 마셔야 상사로부터 능력이 있다고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직장 상사는 직원들 중 누가 제일 잘 놀고 술도 잘 마시는 지 파악했고 회식 중간에 누가 집에 갔고 또, 누가 끝까지 남았는지 기억하는 게 상사로서 갖춰야 할 능력 중 하나였던 시절도 있었다.
 
이젠 시대가 바뀌어 잦은 회식은 옛말이 되었다. 회식도 뜸해졌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1차 저녁 식사로 마무리되는 추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저녁시간을 내는 것도 부담스러워 점심식사로 회식을 대체하기도 한다.
 
음주 문화도 전엔 서로 술잔도 주고받아야 좀 친해지는 것으로 알았고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으로 여겼는데 요즘엔 술잔을 돌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오히려, 술잔을 주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한편, 과거엔 양주 같은 독한 술도 간혹 마셨는데 요즘엔 어느 모임에서나 소주와 맥주로 통일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술 권유도 마시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할 뿐 원치 않거나 못하는 사람들에겐 음료수로 대신하고 있어 이젠 알아서 각자 먹고 싶은 정도만 마시는 분위기로 변해 있다. 과거처럼 술 못 마셔서 사회생활에 지장이 생길 우려는 안 해도 되는 시대가 되었다.
 
2차를 가더라도 이전과 달리 커피 전문점에서 마무리 대화를 하거나 간단히 맥주 한잔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전보다는 훨씬 술을 덜 마시는 분위기로 변해있다. 그렇다 보니 과한 음주로 인한 실수나 불미스러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다음 날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도 없다. 과거보다 회사 동료간 친밀감은 좀 떨어질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보면 이러한 회식 문화의 변화는 좋은 면이 더 많아 보인다.
 
올해가 다 가려면 아직 열흘이 지나야 한다. 한해를 잘 마무리하게 된 것에 격려하고 감사하며 절제된 송년회를 보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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