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피플=박정연 기자] 책 한권을 펼쳐 든다는 것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주로 청중이 되어 가만히 작가의 이야기를 듣게 되지만, 때로는 자신의 의견을 밝히며 작가와 내밀한 토론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그래서 책을 펼쳐보기 전, 표지를 어루만지는 그 짧은 순간이면 호기심과 기대감이 동시에 생겨난다. ‘이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까.’ 이번에 소개할 책은 당신의 지평을 넓혀줄 도서 2권이다.

(제공=웨일북) 

철학적 사유의 집합체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
◇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1만 9,800 원

<지대넓얕> 채사장이 돌아왔다 
한때 <지대넓얕>으로 팟캐스트를 호령했던 채사장이 무려 5년 만에 신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를 들고 왔다. 

신간 소개에 앞서 잠시 팟캐스트 <지대넓얕>을 이야기 해보자. 정치판도 위주였던 팟캐스트 시장에서 <지대넓얕>은 넓고 얕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다루며 지적 대화에 목말라있던 청취자들의 열띤 지지를 받았다. 2015년 아이튠즈 팟캐스트 1위를 기록, 현재까지 총 누적 다운로드가 2억 건을 넘어서는 등 방송이 끝난 지금까지도 청취자들의 무한 애정을 받고 있다. 

도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시리즈는 팟캐스트 방송 내용을 정리하여 담은 것으로, 총 3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1권 ‘현실’ 편에서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분야를 다루었다면, 2권 ‘현실 너머’ 편은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 분야를 다뤘다. 1권은 소수의 지배자와 다수의 피지배자로 세계를 양분했으며, 2권은 절대주의와 상대주의로 세계를 양분했다. 1권과 2권이 이원론적 관점에서 주제를 다루었다면, 3권 ‘제로’ 편은 이원론 이전에 존재했던 일원론의 관점에서 주제를 다룬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제로’ 편에는 이 세상의 방대한 지식과 정보가 담겨있다. 138억 년 우주의 탄생과 가장 최신의 물리학부터 시작하여 지구, 인류, 문명이 탄생하기까지의 역사를 신명나게 풀어낸다. 이후에는 인류 사상사를 기반으로 우리가 알아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지식을 들려주는데, 여기서 작가 채사장 특유의 ‘전체를 꿰뚫는 방식’이 유감없이 발휘된다. 서로 다른 동양의 사상, 철학, 종교와 서양의 사상, 철학, 종교를 하나의 기준 아래 재배열함으로써 복잡했던 지식이 머릿속에 유기적으로 자리 잡는다. 무엇보다 그 속에서 인류가 지금껏 매달려온 하나의 주제와 맞닥뜨리게 함으로써 인간의 지성에 놀라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무엇이 善이고 무엇이 惡인가, 무엇이 진정 중요한가
파잔(phajaan)은 코끼리의 영혼을 파괴하는 의식이다. 야생에서 잡은 아기 코끼리를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둔 뒤 저항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몇 날을 굶기고 구타하는 의식. 절반의 코끼리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지만, 강인한 코끼리는 살아남아 관광객을 등에 태우며 돈벌이의 수단이 된다. 코끼리는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없을 테지만, 그들의 영혼은 산산이 부서지고 본능의 심연에서 어렴풋하게 냉혹한 세계를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제 엄마를 찾아선 안 된다는 것과, 몽둥이의 고통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코끼리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단순하다. 자유를 향한 자기 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하고,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은 척하는 것이다. 

우리는 악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파잔 의식을 시행하는 몽둥이를 든 가난한 자들에게 분노가 솟구친다. 하지만 분노에서 멈추지 않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모든 문제가 그러하듯 이것이 단순히 선악의 문제를 넘어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파잔 의식을 시행하는 자들도 피해자일지 모른다. 그들의 영혼도 이미 산산이 부서진 것일지도 말이다. 그들이 처음 아기 코끼리를 구타하는 것을 주저할 때, 그의 가정과 사회는 그에게 친절하게 말했을 것이다. 질문을 멈추라. 그것은 먹고사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네가 지켜야 할 사랑하는 이들의 생존을 위해 어른스럽게 행동하라. 결국 그는 자기 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했을 것이고, 세상이 혼란스럽지 않은 척 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당신의 이야기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은 어느 곳에서는 매 맞는 코끼리였고, 다른 곳에서는 몽둥이를 든 자였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내가 피해자였는지 가해자였는지가 아니라, 우리의 영혼이 이미 파괴된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제공=차이정원)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드는 법 “에이트” 
◇ 이지성 지음 / 차이정원 / 1만 7,000 원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1997년 6월, 빌게이츠는 내한하여 “인류의 미래 문명은 인공지능이 될 것이다. 내가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다른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공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면 우리 중 누구도 빌 게이츠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세계 3대 경영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컬설팅그룹(BCG)은 2025년까지 로봇에 의해 일자리가 가장 많이 대체될 국가로 대한민국을 지목했다. 우리나라는 인간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수가 세계 평균 69대보다 무려 462대나 많은 531대였다.

이것은 다시 말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인공지능으로 인해 직업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게 될까.

이 책은 다시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들을 보고서로 엮은 책이 아니다. 아울러 꼭 필요한 최신 정보를 짚어 상식을 전달하는 트렌드서도 아니다.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단순히 경고하는 책은 더더욱 아니다. <에이트>는 사람 개개인에게 집중한다. 바로 당신이 그 무엇과도 대체되지 않은 삶을 살도록 이 시대 모든 사람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여덟 가지 
△첫 번째는 디지털을 차단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대체되지 않는 ‘공감능력’과 ‘창조적 상상력’을 길러주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부모들은 놀랍게도 IT기기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소비자가 아닌 창조자의 입장에서 IT기기를 대한다. △두 번째는 나만의 ‘평생 유치원’을 설립할 것. MIT 미디어랩 연구소에서는 유치원 시절 습득했던 놀이와 학습 방식을 성인에게 다시 경험하게 함으로써 인간 고유의 능력을 회복시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인공지능은 유년 시절이 없다. △세 번째는 ‘노잉’을 버려라, ‘비잉’하고 ‘두잉’하라는 것. 하버드처럼 교과서와 강의가 사라진 토론식 수업을 추구하라. 인공지능은 ‘천재’를 흉내 낼 수는 있지만 ‘천재의 창조’를 흉내 낼 수는 없다. 힘써 천재를 추구하라. △네 번째는 생각을 전환하여 디자인 씽킹하라는 것. 스탠퍼드대 ‘D스쿨’에서 주목하는 디자인 씽킹은 매일 매 순간 ‘인간답게’ 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의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일 중심적 삶에서 인간 중심 사고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 번째 인간 고유의 능력을 일깨우는 무기, 철학하라.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에게 ‘생각’은 영원히 변하는 일 없이 영원히 존재하는 진리의 세계를 인식하는 행위였다. ‘트리비움’하라. 자기 가치관이 담긴 글을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여섯 번째 바라보고, 나누고, 융합하라. 작가의 작품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새로운 눈으로 믿을 만한 사람들과 나누고, 윤리·도덕적 판단력을 키우기 위해 역사·문학·철학 등과 융합하라. 인공지능은 이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일곱 번째 문화인류학적 여행을 경험하라. 지금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진짜 문화를 온몸으로 경험하라. 세계적 대학 ‘미네르바 스쿨’은 인공지능이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으로 ‘문화 연결 능력’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여덟 번째는 ‘나’에서 ‘너’로, ‘우리’를 보는 것이다. 내 안의 인간성 자체에 집중하는 것.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은 이들을 위해 봉사하여, 나만 아는 인간에서 너와 우리를 아는 인간으로 성장할 때 비로소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는 나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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