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플 김준현 대기자/칼럼니스트 

20평 아파트 100만 가구, 1억원에 공급
월 10만원인 아동수당을 월 25만원 인상
재원 대책 없는 선심공약은 대(對)국민 사기극

이태리 통치술의 중요한 기제는 먹거리와 볼거리였다. 정권 유지를 위해 시민들에게 이를 충분히 제공하는 것이 중요했다. 시민이 배가 고프면 거칠게 항의하고 난리가 난다. 배가 부르면 볼거리, 즉 오락 거리가 있어야 불평불만이 줄어든다. 그래서 로마의 황제들은 시민에게 이른바 `빵과 서커스' 제공에 혈안이었다. 서커스는 검투사들의 혈투가 대표적이고 시민 휴식을 위한 공공욕장도 필요했다. 로마에 원형경기장과 목욕탕 유적이 많은 이유다. 이즈음 포퓰리즘(Populism·대중영합주의)이라는 용어가 생겼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즉, 각 당의 포퓰리즘이 우후죽순처럼 번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처럼 활개를 치고 있다. “만 20세 청년 전원에게 3,000만원씩, 아동양육시설 퇴소자 등 부모가 없는 청년에게는 최대 5,000만원씩 지급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에서부터 현행 월 10만원인 아동수당을 월 25만원으로 올리겠다는 약속까지 나왔다. `20평 아파트 100만 가구, 1억원에 공급' 방안도 발표됐다. 총선 주자들이 `국민의 복지 요구가 늘어났다'는 구실로 재정의 부담 능력이나 복지 우선순위를 감안하지 않고 쏟아내는 공약은 대(對)국민 사기극이다. 

포퓰리즘 `표(票)' 사는 행태 경계해야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공공기관 유치도 쏟아지고 있다. 어느 지역 예비후보는 전철 복선화 및 지하화를 위해 국가 재정으로 공사비 8조6,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재원 조달이 그렇게 녹록할까. 재정이 화수분인가. 재정만 건전하다면야 당연히 복지를 늘리고 SOC 사업을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 형편이 아니라면 재정을 탕진하며 경제는 멍든다. 선거를 앞두고 선심 공약 경쟁을 벌이는 행태는 혈세로 표를 사는 `표(票)퓰리즘'일 뿐이다. 포퓰리즘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해외 사례는 지금도 널려 있다. 포퓰리즘의 허점은 재원 마련에서 드러난다. 아르헨티나·베네수엘라는 산업을 국유화하고 거기에서 나오는 이윤을 남김없이 국민에게 배분했다(김동호, 세계경제 전망, 2019). 모순은 여기서 발생한다. 생산성을 간과하면서다. 산업을 국유화하고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도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사회에서는 선의의 경쟁이 사라지고 기업가 정신이 말살된다. 자원이 있어도 소용없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원유매장량을 자랑하던 나라였다. 그러나 1999년 우고 차베스가 집권하면서 외국 석유 메이저를 쫓아내고 유전을 국유화했다. 정부 재정은 무상복지·최저임금·노동시간 단축·공무원 증원에 투입했다. 2010년 본격화한 그리스 재정위기 역시 포퓰리즘의 결과였다. 공공부문에서는 40대 후반만 되면 퇴직 바람이 불었다. 퇴직해도 현역 시절 못지않은 연금이 평생 지급되면서다. 누가 열심히 일하려고 하겠나. 대부분의 사람은 약이 아니라 설탕물을 좋아한다. 하지만 병(病)을 고치려면 약을 먹어야 한다. 책임 있는 정치가는 국민에게 `약을 먹자'고 한다. 돌을 맞으면서도 그렇게  한다. 선심 공약을 남발하는 정치인은 설탕물을 주겠다고 한다. 국민에게 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누가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인가. 포퓰리즘은 일시적으로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키지만 결국 정권의 덫으로 변하거나 쇠락을 초래했다. 

포퓰리즘 종국에선 정권의 덫

4월 총선에서 유권자이자 납세자인 국민은 정치인들의 선심 공약에 휘둘리지 말고 공약의 타당성을 따져야 한다. 통장에 넣어주는 몇 푼 돈에 판단과 이성이 흐려지면 그 피해는 자신은 물론이고 후손에게까지 돌아간다. 총선 후보자들, 부디 총선 핵심 변수를 제대로 읽기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정부의 미흡한 대처와 경기 불황 우려로 민심이 악화되는 데다 봄철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릴 경우 국민 건강 등 민생 이슈가 선거의 블랙홀이라는 것을. 지금은 거리에서 유권자들 손을 잡거나 얼굴을 마주한 채 지지를 부탁하는 것 자체가 민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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