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업계와 시중 유통가 혼란 여전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도량형 통일화 정책으로 인치나 평, 근, 돈 등 비법정 단위 도량형 사용이 전면 금지됨에 따라 계량단위 사용과 단속을 놓고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일부 건설업체들은‘㎡’가 정착될 때까지‘평’표기를 병행할 방침으로 알려져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2006년 6월 산자부와 한국계량측정협회, 소비자연맹 등이 공동으로 전국의 대도시374개 업체를 대상으로 법정단위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동산 중개업의 88%가‘평’을, 귀금속 판매업의 71%가‘돈’을 관용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법정 계량 단위란 거래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법령에 의하여 정하는 상거래 및 증명용 단위(kg(무게), m(길이), s(시간))등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1962년부터 국제단위계(미터법)를 법정계량단위로 채택하였다. 그러나 미터법을 받아 들인지 46년째인 현재까지 법정계량단위가 실생활에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평돈근 등 비법정 단위가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법정계량단위 사용금지 한 달
▲ 지난 7월부터 평,돈,근 등 비법정계량단위의 사용이 금지되면서 서울 방이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가 시세표의 면적단위를 평에서 제곱미터로 바꾸어 붙이고 있다.
국제적으로 통일된 단위를 쓰지 않아 혼란으로 인해 야기된 손실은 실로 그 액수가 어마어마하다. 실제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들인 우주 탐사선이 폭발하거나 비행기 추락, 교통사고 빈발, 소비자 불만 고조 등의 갖가지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미터법의 시행은 반드시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국민들은 여전히 미터법 강제 적용의 시행 사실조차 알지 못해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산자부는“평, 돈은 수치를 정확히 잴 수 있는 도구가 없어 소비자들이 상거래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미터법으로 단일화해 가는 국제 추세에도 맞지 않는다. 비법정계량단위의 사용 시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며“오는 2010년까지 지속적으로 추진, 확고하게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7월 1일부터 평과 돈 등 비법정계량단위의 사용이 전면 금지되면서 현장에서는 커다란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정부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하루아침에 바꾸는게 능사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 상거래 현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새 제도 도입 사실을 알지 못해 평, 근(斤), 돈 등 전통 계량 단위를 그대로 쓰고 있다. 업체들도 영수증이나 안내판에는 미터법으로 표시하지만, 고객에게 설명할 때는 기존 단위를 사용하고 있다. 전국의 백화점이나 일반 귀금속 거래상에서도 직원들이 g단위로 설명하면 전통 계량 단위로 환산하여 설명해 달라고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 S백화점의 한 관계자는“직원 교육도 실시하고, 안내 광고에도 센티미터나 제곱미터로 표시하고 있지만 고객은 여전히 어색하고 불편해하고 있다”고 했으며, 한 중개업자는“손님이나 중개업자나 도량형 단위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정부에서 미터법을 쓰라는 지침이나 홍보 전단을 받은 적도 없다”고 전했다.

비법정계량단위 중 돈과 평 엄격히 단속
이번에 단속하는 비법정계량단위는 돈과 평으로 사용이 엄격히 금지되었다. 평·돈 단위는 주로 공급자 위주의 단위로 소비자가 정확히 계량하는 데 한계가 있다. 실례로 한 평의 넓이가 땅은 3.3m²이고, 유리는 0.09m²이다. 1근의 무게도 육류는 600g, 채소는 400g, 과일은 200g이다. 1마지기도 경기도는 495㎡, 충청도 660㎡, 강원도 990㎡’로 계량단위가 품목마다,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깐마늘은 지방 산지에서는 kg으로 수집하지만, 이를 중개인이 경매할 때는‘관’을 사용하며, 소비자에게는 다시‘근’으로 판매하는 등 복잡하다. 산자부는 “국내에서 연간 300조원의 거래가 계량에 의해
▲ 법정계량단위.
이뤄진다”며“1%의 계량 오차만 발생해도 연간 3조원의 부정확한 거래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제 무역을 위해서도 법정계량단위의 정착은 필요한 것이다. 유럽연합(EU) 지침에서는 2010년부터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미터법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돼 있어 수출업체의 경우 사전 대비가 절실해졌다. 분양 전단지에 평과 ㎡를 혼용해 쓰는 것도 안 된다. 분양 안내지에 굳이 평을 쓰려면 하단에 별도로‘100㎡는 과거 30평형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써야 한다. 평과 돈을 혼용할 경우 1차 주의장이 발부되고, 30일 내 시정되지 않으면 2차 경고장이 나간다. 그 후 30일 내에도 시정하지 않으면 25만-7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평은 공공기관과 대기업만, 돈은 귀금속 판매상만 단속한다. 부동산중개업소나 인터넷에서는 이번에는 단속대상에서 제외된다. 혼란의 소지가 있는‘(몇)인분’,‘인치’등 다른 비법정 단위는 사용금지를 권고하거나 교정 대상이다. 여성복 크기를 55, 66 등으로 표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 산자부 표준품질팀 관계자는“인체 치수의 경우 법정 계량단위로 표시해야 하지만 이 경우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거래의 투명성을 높여 주는 도량형의 표준화는 이미 기존의 단위에 익숙해진 시민들이 또다시 미터법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당분간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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