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진태유 논설위원]

 [시사뉴스피플=진태유 논설위원] 지금 국제 석유시장은 통제 불능 상태에 있다. 한 달 만에 석유수요가 거의 3분의 1로 감소했다. 이 전례 없는 상황은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때문에 격리되어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운송 및 산업이 중단되고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석유수요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산유국들은 계속해서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 원유채굴작업을 중단하면 그 만큼 부대비용이 많이 들고 잉여석유저장방법을 염두 하지 않은 채 당장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 배럴의 가격은 일시적으로 0 달러 미만의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수준의 벤치마크인 영국 북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브렌트유(油)는 최근 1월 초 70달러에 비해 20달러로 떨어졌다.

이 상황이 일시적이고 곧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시기상조이다. 3월 초 유럽이 코로나19 위기에 빠지면서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OPEC 카르텔 간의 동맹 관계가 무분별한 가격 전쟁으로 이어져 수요와 공급 사이에 불균형이 증폭되었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outine)과 사우디 왕자인 모하메드 벤 살만(Mohammed Ben Salman)의 전략 지정학적 계산을 넘어서서, 석유시장의 가격전쟁은 세계가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매우 불안정한 균형의 한계를 보여준다.

2016년 이래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약 20개국이 OPEC 연합을 결성하여 배럴 가치의 과도한 하락을 피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생산 감축을 갱신해 왔다. 국가 예산의 균형을 유지하고 원유채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원유 수출국들은 채굴 기술에 따라 일정 수준의 가격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미국의 값싼 셰일 오일이 국제 석유시장의 판을 깨고 말았다. 미국은 셰일오일 덕분으로 2018년에 세계 최대 생산국이 되었다.

현재의 위기의 결과는 카르텔과 독과점의 논리, 동맹 OPEC와 함께 치열한 경쟁 시스템(미국의 셰일 오일)을 공존시키는 지금의 국제석유시장을 와해시켜버린 것이다.

4월 12일 OPEC과 동맹국이 합의한 후 G20 국가가 전략적 석유비축량을 늘리겠다는 약속은 도널드 트럼프, 블라디미르 푸틴, 모하메드 벤 살만 간의 직접적인 협상 후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의 허장성세에도 불구하고, 지연되고 진정성 없는 이 합의는 단기, 중기적으로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NP

 

 

저작권자 © 시사뉴스피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