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의 同床異夢, 잡탕정당으로의 전락인가

당 간판이 문제인가
결국 당 간판이 문제였다. 열린우리당의 해체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지난 달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우리당은 제 3지대 신당이 만들어지면 조건과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고 조건 없이 합류할 것”이라고 밝히며“제 3지대 신당이 만들어지면 (통합민주당도)우리당과 함께 조건을 달지 말고 합류해달라”고 제안했다. 기존 정 의장이 가지고 있던 대통합 원칙이었던‘당 대 당’통합 형태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선 겪인 제 3지대 신당론에는 신당이 만들어진 후 백의종군한다는 원칙이 있고, 신당의 어떤 자리를 탐하거나 지분, 기득권을 행사할 생각이 없음을 강조했다. 정 의장은 각 정당이 후보를 뽑고 대선 승리를 위해 당은 만들어 단일화하는 것은 보기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정치의 도를 벗어난다는 의식이 자리 잡혀있는 듯 하다. 정 의장은“결론은 후보단일화가 아닌 단일정당, 단일후보 방식이고 이것이 대선 승리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7월 중에는 반드시 대통합 정당의 모습이 드러나 8월 창당과 동시에 국민참여경선제를 9월 치른 후 추석을 전후해 범여권의 단일 후보를 내는 것이 범여권에서 유일하게 합의한 대통합 로드맵이다. 큰 맥락과 줄기를 그린 후 대통합을 향한 움직임에는 곳곳에서 복병이 터지고 있어 과연 예측하는 기간 내에 후보를 낼 수 있을지 범여권 내에서도 불안해하고 있다.
따돌림 당하는 열린우리당

반한나라당연대, 하자니 속보이고 안하자니 불안하고
결국 범여권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대통합이지만 이들이 다 함께 동의하는 한 가지는 지지율 과반수를 넘기고 있는 한나라당 경선 후보들을 누를 수 있는 반(反)한나라당연대 세력을 구축해 후보를 내는 데에 있다. 문제는 반한나라당연대를 위해 있던 정당을 쪼개고, 흩어진 사람들을 모으고, 당을 합치는 모든 과정이 결국 2007 대선을 위한 급조 정당의 탄생이라는 비난을 면할 구실이 없다는 데 있다. 정당의 기본 이념인 당규와 당헌은 온데 간데 없고, 그저 정권 교체라는 대업을 이루게 놔두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만 연대를 구축한다면 유권자들에게도 신뢰를 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대선의 결과가 어찌됐든 야당으로부터 두고두고 회자될만한 반(反)정당정치의 행태라고 볼 수도 있다. 통합민주당 박상천 공동대표는 이 같은 정치적 우려에 대해“무조건 대통합은 선거용 급조 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식이라면 아예 당명을 반(反)한나라당으로 해야 맞다. 그래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도로 열린우리당이든, 도로 민주당이든, 제 3의 신당이든 간판만 바꿔 달았지 모두 반한나라당연대라는 측면에서 범여권에게 부여된 대통합 신당의 정체성이라는 과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범여권의 경선 룰 정하기도 힘들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컷오프 방식에 있다. 여론조사와 제3의 예비경선인단을 혼용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는데 여론조사만으로는 오차범위내 후보간 변별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 때문에 채택된 사안이다. 범여권의 지지율 1위인 손학규 후보측은 본경선에서 여론조사를 일정부분 반영하자는 입장이지만 나머지 후보측에서는 여론조사를 포함시킬 경우 엄밀한 의미의 완전국민경선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어 경선 룰 책정에도 난항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명숙 후보측은“일부 극복할 문제도 있지만 압도적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길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휴대전화 경선 도우미”를 추천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투표 실시에도 대리 투표, 이중투표 가능성 등 갖가지 부작용이 예상되어 이 역시 쉽게 채택될 방법은 아니다. 선거인단 규모도 200만명 이상 돼야 한다는데 대체적인 공담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선거인단의 선관위 위탁 여부와 관련해 구체적인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또한 현재 7인이 합의를 도출해내고 있는 범여권 컷오프 방식에 후발주자로 나타날 후보들이 합의 여부를 두고 잡음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 달 8일 출범한 시민사회진영 미래창조연대는 기존 정치권이 아닌 시민사회진영이 직접 적치에 뛰어든 형태를 띠고 있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을 미래창조연대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고 있어 기존의 정치권 출신이 아닌 신세력을 통해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는 정체성을 드러냈다. 창당 작업에 한창인 미래창조연대와 함께 공동 창당준비위를 꾸릴 범여권 의원은 현재 60~65명 정도다. 열린우리당 탈당파로 이루어진‘대통합추진모임’은 43명이고 이 두 세력이 합쳐져 제 3제대 신당이 창당됨과 동시에 민주당 탈당파 3명, 우리당 추가 탈당파 15명 정도가 더해질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본격적인 형태를 갖추지 않은 제 3지대 신당은 범여권의 실세가 될 수 있다.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의 지지 기반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재 무소속인 의원들까지 합세한다면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을 제외한 범여권 세력들이 한 데 뭉쳐지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여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범여권에 대한 정치 훈수가 한 몫을 차지하고 있어 우리당과 통합민주당은 빠른 시일 내에 거처를 분명히 해야 하는 압박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근 범여권에게“시간이 없으니 빨리 뭉쳐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이후 한나라당은 본격적으로 대선 후보가 결정되어 대선을 향한 무서운 질주가 시작될 것이다. 그에 대적할만한 후보를 내고자 한다며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너무 오래 끌고 있는 범여권은 현재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후보를 보듬어야 하고, 대선 직전에 신당을 창당해버린 정치적 오명도 씻어야 하며, 빠른 시간 내에 국민을 감동시킬 대선 공약도 내놓아야 한다. 범여권에 한꺼번에 부여된 숙제는 너무 많고, 너무 어렵다. NP
장인혜 기자
inhye@inewspeopl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