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4~8년이면 원금 회수하고 남아

국민연금 개정법이 7월 3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선을 앞두고 있어, 개정법이 과연 제대로된 논쟁 속에서 통과되었는지에 대한 논쟁이 많다. 국민연금 개정에 대한 장장 3년 9개월만의 일이 한순간에 처리되어서 더욱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연일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시민단체들은 즉각‘용돈 연금’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언젠가 고갈될 것이라는 목소리와 개인연금보다 낫다는 목소리가 엇갈리는 가운데, 국민연금은 계속해서 불입되고 있다. 그대로 내고 덜 받게 되는 국민연금의 진실을 알아보자.


# 사례 1. 부부의 황혼 이혼이 증가로 중지되었던 분할연금이 다시 도입되었다. 혼인 기간 동안에 부인도 남편의 경제적 능력에 조금이라도 기여한 것으로 인정해, 이혼을 하더라도 남편 연금의 일부를 수급받을 수 있다. 부인이 이혼 후에 재혼을 하게 되더라도 전 남편의 연금의 일부 수급이 유지된다. 만약 남편이 62세, 부인이 57세에 이혼했다면, 부인이 60세가 되는 해부터 남편 연금의 일부를 받게 된다. 기존에 이런 상태에서 부인이 재혼을 하면 연금이 끊어져 버렸는데, 재혼해도 계속 받을 수 있게 되었다.
# 사례 2. 본인의 연금과 유족 연금 중 기존에는 하나만 선택하여 국민연금을 받았지만, 이제는 유족연금액의 20%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남편이 63세이고, 부인이 57세인데, 부인이 58세에 사망했다면, 기존에는 남편이 본인 앞으로 나오는 연금과 부인의 유족 연금 중에 많은 것을 선택해야 했다. 이제는 남편이 본인 앞으로 나오는 연금을 받으면서, 부인의 유족연금의 20%를 추가적으로 받을 수 있다.
# 사례 3. 두 자녀 이상의 가정은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추가로 가입기간을 인정해주는 출산 크레딧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다. 두 자녀 출산 적용시기는 내년 1월 1일부터다. 자녀가 두 명인 경우는 12개월, 세 명이면 30개 월 등 자년 1인 마다 18개월을 추가하여 최장 50개월까지 가입기간을 인정해 준다. 국민연금은 총 가입 기간의 2/3를 불입해야만 혜택을 받는 점을 미루어볼 때, 다자녀 가정의 경우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라고 볼 수 있다. 해당 기간의 소득은 연금 수급 직전 3년 간의 가입자 전체의 평균소득월액 평균액으로 산정하게 된다.

▲ 제도변경 전후 총 연금수령액 비교
국민연금은 이번 개정안으로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2개 이상의 급여가 발생했을 경우 지급 방법이 개선되었고, 재직자노령연금 수급자가 원할 경우 연금받는 시기를 늦추는 대신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하도록했다. 또 다자녀 가정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출산 크레딧 제도를 도입했고, 장애연금의 경우 장애 판정을 기존 2년에서 6개월 단축한 1년 6개월안에 장애연금을 받을 수있도록 했다. 그 외에도 군복무 크레딧제도, 유족 연금 수급조건의 남녀차별 해소, 18세 미만의 자녀, 손자녀에 대한 유족연금 차액보상금 지급 등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번에 가장 크게 변한 것은 내는 돈은 유지되는 대신 받는 돈이 줄어들었다는 데 있다. 개정 전 제도를 기준으로 하면, 월 평균수입이 180만 원인 근로자는 20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하면 59만 원을 받게 된다. 개정된 내용을 100% 적용하게 되면, 19만 원 줄어든 40만 원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내년부터 가입하게 된 사람은 매년 순차적으로 0.5% 적은 국민연금 급여율을 적용받아, 2028년에는 40%의 급여율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88년부터 부은 사람은 99년까지 부은 돈에 대해 70%의 급여율을 적용받고(99년까지는 70%의 급여율을 적용받았다), 2007년까지 부은 돈에 대해 60%를 적용받는다. 그러나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법 개정 이후라도 2008년 최초로 가입하는 200만 원 소득자의 경우 총 연금액은 납부보험료의 총액대비 2배 이상이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개정 이전의 국민연금에 대해“부담 대비 과도한 급여로 인해 연금부채가 매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으며, 이는 향후 국가채무와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귀결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 7월 2일 여의도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원들이 국민연금법 개악 저지 결의대회를 열었다.
국민연금 개정안과 함께 기초노령연금제도도 개정되었다. 2005년 말 당시, 65세 이상 노인인구 중 국민연금 수급자는 13.5%에 불과해 대부분의 노인들이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그래서 탄생된 것이 기초노령연금법이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 미가입자 등 생활이 어려운 노인을 돕기 위해 정부가 재정에서 매달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기초노령연금은 전체 노인의 60%에게 8만 4000원 가량(국민연금가입자 평균소득의 5%)를 지급한다. 기초노령연금은 시행초기에 평균소득의 5% 수준에 해당하는 약 9만 원을 매월 지급하고, 2028년까지 10%인 약 18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도록 조치했다. 기초노령연금의 수급자는 65세 이상의 노령자의 재산, 소득(사업 또는 근로), 연금소득 등을 종합 평가하여 전체 노인의 60%에 지급하게 된다. 수급 대상자도 순차적으로 늘려갈 예정이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기초노령연금제도에 대해“향후 가입자의 범위와 수급액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정부 재정악화 및 국민부담 증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 제도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하여 미래를 준비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현 개정안은 언제든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에 대한 반발는 여전히 지속
국민연금은 1988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초기에는 10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시작됐고, 1995년 우루과이 라운드로 농어민 연금이 생겼다. 이후 99년에 전체 국민연금이 의무적으로 가입되었다. 제도가 생긴 지 약 20년이 지났다. 20년 만에 올 4월 26일자로 200조 원을 돌파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2003년 5월에 100조 원을 돌파한 이후, 약 4년 만에 200조 원을 넘어섰다. 현재는 약 207조 원에 달한다. 향후 2010년에는 300조 원, 2012년에는 4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기금의 크기가 증가할수록, 국민연금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관심이 높은 만큼, 비판도 많다.
국민연금을 반대하는 안티 카페들이 생겨났고, 한때‘신용불량 국민연금’이라는 제목으로 국민연금을 비판하는 다큐멘터리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정치인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했던 모습이 담겨 있기도 하다. 전 보건복지부 기획실장 김종대 교수는 이 다큐멘터리에서“국민연금은 우리의 노후를 지켜주는 제도이고, 국민연금 기금은 우리의 노후 생존 자금이다. 이 연금의 주인은 5년마다 바뀌는 정권이 아니고, 영원히 존속하는 국민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이승민 감독은‘新 국민연금 8대 비밀’이라는 책을 출한해 국민연금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쳤다. 저자는“국민연금이 정치가와 정부의 이익을 위해 탄생된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유와 국민연금이 엉터리라는 막연한 불신을 객관적인 자료와 수치를 가지고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연금관리공단은“저소득층을 위한 제도적 배려 혹은 지원책을 보완하고 보험료율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 의무 가입이 뿌리를 내려야 국민연금은 본래의 기능인 사회적 부의 재분배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무 가입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일축시켰다.

가장 큰 문제는 못 믿는 데 있다
국민연금의 여러 가지 문제점 중에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다. 국민연금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 국민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고갈의 문제 등도 같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관계자들은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근거나 실체가 없는 소문에 의한 것이라는 반응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김은경 홍보실장은“올 초 MBC PD수첩에서 국민연금을 다룬 적이 있는데, 국민들이 보기에 방송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는 듯 느껴졌는지, 국민연금관리공단과 PD수첩이 서로 짰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PD수첩을 보고 미납 연금 보험료를 내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MBC PD수첩은‘연금, 더 내고 덜 받는다고?’라는 제목으로 국민연금 급여는 평균수명을 전제로 한 전체수익률로 따져봤을 때, 시중금융상품에 비해 두 배에서 네 배가량 높았고, 농어촌을 중심으로 특례연금을 받는 노인들의 경우, 예상 수익률이 열 배에 이르렀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비교
국민연금에 부은 원금을 회수하는 데, 평균적으로 4~8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물론 개인차가 크다. 저소득층의 경우 1~3년 정도면, 원금을 회수하고도 남는다. 고소득층의 경우, 저소득층보다 불입한 돈이 더 많기 때문에, 원금 회수기간이 오래 걸린다. 이런 차이 때문인지, 국민연금에 대한 불만이 많은 계층도 고소득층이다. 김은경 실장은“서민층에는 2~3만 원만 내더라도 연금을 붇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고소득자들은 국민연금을 내면서도 세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국민연금은 적은 금액이라도 내서 최소한의 노후를 보장하는 데 있다. 능력이 되는 사람은 국민연금 말고 또 사보험에 가입해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월 평균 수급액은 1인당 약 19만 4000원이다. 이 돈으로 노후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다. 김은경 실장은“평균 수급액이 적은 것은 현재 수급자 200만 명 중에 70%가 5년만 내고 탄 사람들이라서 그렇다. 그러나 내년 정도 되면, 장기간 국민연금을 낸 사람들이 타게 되어 평균 수급액은 앞으로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국민연금을 받는 사람들 중에는 20년을 넘게 부은 사람들이 많이 나와 평균 수급액은 이보다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개인연금과 비교대상 될 수 없어
김은경 실장은“국가가 망하지 않으면 국민연금을 확실히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고갈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 국민연금이 개인연금보다 2~8배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노후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사회공적부금 개념으로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더 오래 살면 살수록 혜택이 늘어나게 된다. 김 실장은“사망하더라도 배우자에게 승계가 가능하다. 그러나 2년 정도밖에 연금을 타지 않았는데, 배우자가 없다면 개인연금보다 불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이 사람이 덜 받으면, 다른 사람이 더 받게 되는 논리다.
▲ 다층노후소득보장 체계 예시
흔히 국민연금을 개인연금에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은 목적과 기금액수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연금은 확정급여형인데 비해, 개인연금은 확정기여형이라는 점이 다르다. 운용실적이 나빠졌을 경우, 국민연금은 운용실적과 관계없이 약속된 급여를 받지만, 개인연금은 운용실적에 따라, 받는 돈이 차이가 날 수 있다. 직장인의 경우, 국민연금의 50%를 사업자가 납부하고, 나머지만 본인이 부담한다. 국민연금을 노후 설계의 기본으로 하면서, 부족한 부분은 개인연금으로 보충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은 상호보완적인 관계이지 대체 관계가 아니라는 얘기다. 김은경 실장은“사보험의 경우 미래의 실질가치로 환산해 얘기해준다. 그러나 국민
▲ 법 개정 전후 연금액 현황
연금은 현재의 가치에서 얘기하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보험료가 더 적게 나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몇 십년 후의 미래 가치를 얘기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의 가치로 얘기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에서 지급하는 현재 시점의 수급액이 70만 원이라면, 이 돈이 몇 십년 후의 미래 가치는 이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지속적으로 물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즉 미래 시점의 100만 원이 현재 시점에서 70만 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실장은“국민연금은 사보험과 달리 금리 적용부분이 반영되지 않는다. 소득과 국민의 평균 소득 가입기간 등의 조합에 의해 국민연금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사보험은 금리에 따라 변동되기 쉽다. 또“개인연금은 영리성을 목적으로 하고, 광고비, 운영비가 포함된다. 국민연금은 그런 게 없다.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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