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개 브랜드가 주도하게 될 것

요즘 거리를 걷다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커피전문점이다. 거의 슈퍼마켓만큼 많아졌다. 대기업들이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 시장에 뛰어들면서, 커피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슈퍼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유제품 커피까지 대규모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이 점령했다. 신세계가 운영하는 세계적인 커피 브랜드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이 널리 퍼지게 되었고, 롯데의 엔제리너스, 한화 갤러리아의 빈스앤베리스 등이 고유의 브랜드를 내세우며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 사업에 동참했다.


지난 1999년 스타벅스가 서울 이대 앞에 1호점을 연 이래로, 해외 커피전문점들이 계속 들어왔고, 국내 기업들이 커피전문점 시장에 진출하면서,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이 성장했다. 지금까지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에 뛰어들었던 업체만 해도, 50개가 넘는다. 스타벅스를 비롯해, 커피빈, 할리스, 파스쿠찌, 탐앤탐스, 빈스앤베리스, 엔제리너스 등의 이름이 잘 알려진 업체 말고도, 무세띠, 그라찌에, 사카, 쟈텡, 엘빠소, 리치빌, 마고스, 달마이어, 렌떼, 홈스테드, 티모시스, 퍼즈 카페, 일리, 후에버 등 이름이 생소한 업체까지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이 생겼다 사라짐을 반복하면서,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살아남을 업체들과 사양의 길로 가는 업체들이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해외 유수의 브랜드들과 국내 토종 브랜드들이 서로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는 가운데,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은 점점 대형화되고 있다.

에스프레소 그리고 스타벅스
▲ 스타벅스 전경
한국의 커피 소비규모는 세계 11위다. 지난해 8만5000여 톤, 1억4000만 달러(약 1323억 원)의 커피를 수입했다. 국내 전체 커피 시장의 규모는 인스턴트 커피와 에스프레소 커피를 모두 합해 약 2조 원에 이른다. 그러나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의 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인스턴트 커피 시장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 미국 등에서는 인스턴트 커피 시장이 약 10% 미만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인스턴트 커피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인스턴트 커피 시장은 40%,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이 60%다. 그러나 국내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이 상당히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유럽이나 미국처럼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예측이 많다. 국내 토종 커피 브랜드 할리스의 정수연 대표는“나중에는 에스프레소가 인스턴트 시장을 역전할 가능성이 많다. 커피는 유럽에서 시작되었고 미국에서 세계화 공동화시킨 것이다. 피자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화 자체가 유럽, 미국, 일본, 우리나라로 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스프레소 커피가 일시적으로 유행처럼 번진 것이 아닌,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서 정착했다.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이 함께 커질 것이란 얘기다.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이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스타벅스의 공이 크다. 스타벅스가 흔히 하는 말은“우리는 커피를 팔지 않고 문화를 판다”는 것이다. 식음료업계 투자 분석 전문가인 앨런 히콕은 스타벅스를 브랜드 구축의 성공사례의 교과서라고 평가하면서,“한 잔에 2달러 조금 넘는 커피를 들고 다님으로써 나는 최고의 품질을 찾는 고상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마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때 스타벅스는 비싼 커피 값과 뉴요커로 비쳐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허위의식으로 인해‘된장녀’라는 속물 캐릭터의 상징이 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한 커피 문화라는 것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면서, 사람을 만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다는 데 있다. 할리스의 정 대표는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의 인기에 대해“소득 수준의 향상과 관련이 있고, 웰빙 등의 문화가 같은 맥락이다. 옛날 다방보다는 엡그레이드된 문화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코리아 박찬희 홍보팀장도“테이크 아웃 커피전문점을 전파하면서, 지하에 있던 다방을 지상으로 끌어올렸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17일 스타벅스코리아가 3월 27일부터 4월 2일 7일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커피숍을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로 커피를 즐기기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12명이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57%에 해당하는 5,707명이 커피 자체를 즐기기 위해, 26%인 2,603명이 데이트 등의 만남을 위해 13%가 혼자 마시러 온다고 대답했다. 또 커피를 주로 어디서 마시냐는 질문에는 57%인 5,752명이 커피숍이라고 답했다. 에스프레소 커피와 커피 전문점 자체가 하나의 문화가 된 것이다.

앞으로 5년은 더 넉넉히 성장 가능
스타벅스 커피 전문점이 국내로 진출하면서, 많은 해외 브랜드들이 국내 커피 시장에 눈독을 들였다. CFC 코리아가 시에틀즈 베스트커피를 들여왔고, 2001년에는 캔터베리커피, 2002년에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 2003년에는 미국 커피 시장에서 3위를 점하고 있는 털리스 커피가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또 같은 해 9월에 이탈리아계 커피 브랜드 카페 아르띠지아노가 압구정에 1호점을 내기도 했다. 한편, 스타벅스의 성공을 옆에서 본 국내 기업들도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스타벅스의 국내 진출 시점과 맞춰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에 뛰어들었거나 이후에 진출한 업체들이 많다. 지난 2000년 롯데는 자바커피로 시장에 진출했으나, 올해 엔제리너스로 이름을 바꾸고 매장을 대폭 늘려가고 있다. 또 얼마 전, 한화갤러리아는 빈즈앤베리즈를, 두산그룹 계열의 에스알에스코리아는 렌떼라는 이름으로 각각 로드숍 1호점을 냈다.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도 덩치키우기에 힘쓰고 있다. 많은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이 있지만, 시장 경쟁이 과열되었다고 보는 업체들은 별로 없다. 할리스의 정 대표는“앞으로 5년 이상 커피 전문점이 성장할 것이다. 모든 커피 전문점이 다 살아남을 수는 없고, 대표 브랜드 3~5개 정도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연 돋보이는 것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올 4월 초에 국내 200호 점을 열었다. 지난 99년 1호점을 낸 지 8년만의 일이다. 스타벅스 200호 점은 국내 커피 업계 최초의 일로 스타벅스가 진출해 있는 34개국 중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일본, 중국에 이어 다섯 번째로 많은 매장을 운영하는 나라가 되었다. 지난해 국내 스타벅스의 매출은 1000억 원을 웃돌았다. 국내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의 매장과 높은 매출액을 확보하고 있다. 박찬희 팀장은“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상당히 높은 수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대치가 큰 편이다. 브랜드라서 사는 것도 아니고, 싸다고 혹은 비싸다고 사지도 않는다. 고객이 매장에 왔을 때 좀 편하면서도 앞서간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을 매출액 기준으로 나열하면, 스타벅스, 커피빈, 할리스, 파스쿠찌, 탐앤탐스 등으로 정리된다. 탑 6개 업체에서 스타벅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45%다. 그 중에 커피빈이 20%, 할리스가 13%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파스쿠찌와 탐앤탐스가 약 5, 6%이고, 이외에 업체들이 3, 4%내에 몰려있는 상태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사라질 업체들은 이미 사라졌고, 살아남을 업체들 중에서도 계속 갈 수 있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가 서서히 정리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의 1, 2위가 해외에서 노하우를 쌓아서 들어온 브랜드들이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토종 브랜드는 할리스뿐이다. 할리스는 매장 수로는 2위, 매출로는 3위다. 커피빈은 매장 수로는 3위, 매출로는 2위를 달리고 있다.

국내 커피브랜드의 생존 전략
▲ 할리스 내부
신촌의‘걷고 싶은 거리’에는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이 대거 밀집해 있다.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할리스, 파스쿠찌 등이 있고, 올 하반기에는 빈스앤베리스가 들어설 전망이다. 이 중에서 매출이 가장 좋은 곳은 할리스다. 정 대표는“새로운 매장이 들어설 때마다 매출이 10% 정도 떨어졌다가 원상 복귀한다. 먼저 선점했다는 장점도 있지만, 대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할리스가 대학생들에게 어필한다고 생각한다. 또 가격적인 면에서도 스타벅스에 비해 할리스가 10% 정도 싸다”고 말했다.
해외 커피 브랜드가 매출 상위권에 놓여 있는 주된 이유는 그들의 노하우를 갖고 국내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할리스 정 대표는“초기에는 외국에서 들어온 브랜드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내 브랜드가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쌓게 되면, 유리한 게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월마트와 이마트, 폴로와 빈폴 등의 그 예다. 처음에는 해외에서 들어온 월마트나 폴로 등이 선점했지만, 이후 국내 토종 브랜드인 이마트나 빈폴이 더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 브랜드는 로얄티를 줄일 수 있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할리스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아이요떼, 고구마라떼 등의 음료를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내 커피 브랜드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은 커피 맛과 함께 매장 내의 분위기에 대한 확실한 정체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매출액 1, 2위를 달리는 스타벅스는 모던시티와 현대적인 분위기, 커피빈은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원목 고급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할리스는 일러스트, 팝아트 등의 유럽풍의 인테리어로 상위 해외 브랜드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또 한 달 안에 볶은 커피를 사용해 신선하다는 인식을 주는 캠페인을 실시해 많은 효과를 얻었다.

▲ 국가별 스타벅스 매장 순위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이 인기면서도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 한 때, 국내 스타벅스 커피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천 원 정도 비싸다는 얘기가 있어,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에스프레소 커피 가격이 비싼 이유에 대해 정 대표는“우리나라 국민들이 인테리어나 편안한 분위기를 원한다. 인테리어를 대충해 놓고, 가격 싸게 하면 사람들이 안 온다”고 말했다. 커피에도 수입차처럼 베블렌 효과가 적용되고 있다. 또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의 경우 상권이 좋고, 사람들이 이동이 많은 장소에 생긴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높은 임차료도 커피 값을 높이는 이유 중의 하나다. 국내 소비자는 커피를 마시더라도 밖에서 마시는 테이크아웃보다 매장 안에서 마시는 경우가 많아, 소규모의 테이크아웃 전문점보다는 매장이 넓고 큰 커피전문점이 장사가 잘된다. 정 대표는“미국과 일본이 비슷하고, 우리나라는 다른 게 있다. 안에서 먹는 것과 밖에서 먹는 게 다르다. 미국이나 일본은 밖에서 먹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안에서 먹는 사람이 7~80%다. 커피전문점은 자꾸 대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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