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기대보다 냉정한 자세로

7년 만에 다시 남북 정상들이 만남을 약속했다. 제 2차 남북정상회담은 평양에서 10월 2일~3일간 개최될 예정이다. 당초 정부는 8월 28~30일에 제 2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북한 측의 요구도 날짜를 연기했다. 이런 남북 정상이 만나는 의미 있는 결정에도 세간의 반응은 싸늘하다. 제 1차 남북정상회담을 경험해 남북 정상이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는 약발이 안 먹히는 것이다. 더구나 개최시기, 장소, 의제 등을 놓고 제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제 1차 남북정상회담은 김대중 정부 시절, 2000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평양에서 열렸다. 이후 양국 정상은 6월 15일 6. 15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처음으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뜻 깊은 행사와 달리 거액의 현금이 뒷거래로 북한에 흘러갔다는 사실이 밝혀져 실망감이 컸다. 그래서 돈으로 주고 산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이런 이유로 인해 2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는 사실에 기쁨보다는 의혹의 눈길이 거세다. 개최시기, 장소, 의제들의 불만과 함께 모종의 뒷거래나 북한에게 줄 선물용 프로젝트가 추진될 가능성을 염두 해두고 하는 말이다. 우선 대선을 3개월 남짓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이 마지막 이벤트 또는 대선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다음 번 회담 개최지는 서울로 합의했던 것과 달리, 평양에서 개최된다는 점과 의제가 불투명하다는 점 등이 제 2차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들이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제에 관계없이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 남북협력기금추이


북한은 어떤 카드로 내놓을까
서울대 통일연구소가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통일의식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6.8%가‘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가 시급하다’고 응답해 반대의견에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들이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적이다. 다만 무엇을 합의하고, 어떤 결과를 도출해내고, 또 얼마나 투명하냐가 남북정상회담의 본질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 경제협력 확대, 군사적 긴장완화가 제 2차 남북정상회담에 논의되어야 할 의제로 꼽았다. 사실 남북 간에 논의해야 할 대상은 수없이 많다. 북한 핵, 평화체제,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남북 경협 및 교류, 납북자 및 이산가족 문제 등이 산재해 있다. 정부가 회담의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으나, 대체로 북핵문제, 군비통제, 평화체제 및 경제협력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느 하나 다루기 쉬운 의제가 없다. 특히 2. 13합의의 초기 이행단계를 수행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북한 핵을 남북정상회담보다는 6자회담, 특히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풀고 싶어 할 가능성이 많다. 북한은 영변원자로 가동 중단 등 북핵 폐기 등에 대한 노력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부는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6자회담에서 얻어내지 못했던 경수로 공사 재개 등의 어려운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관측하고 있다. 또 이번 회담에 대해 경제적인 지원을 받아내려는 북한의 의지가 강하다는 평가도 있으므로 냉정하게 회담에 임해야 한다는 게 정론이다.

회담 개최 과정에 투명성 확보
1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당시, 많은 국민들의 기대감이 컸다. 남북 정상이 만나 화해와 협력 및 통일방안을 논의한다는 사실 자체가 가져오는 영향력이 높았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2000년 한 번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남북 정상들이 만난다는 수준에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냉정하게 회담에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대선용이나 이벤트, 북한 퍼주기 식으로 끝난다면 엄청난 비난을 짊어져
▲ 1,2차 남북정상회담 비교
야 할 것이다. 오히려 노 정권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제 2차 남북정상회담에 섣부른 기대나 엄청난 성과를 기대해 비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제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개최시기, 장소 등을 걸고 넘어져서 일어나지 않은 상황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제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갖가지 의혹을 없애기 위해서는 회담 개최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래야 기대감과 달리 실망감을 안겨줬던 제 1차 남북정상회담의 멍에를 씻을 수 있다.
2차 남북정상회담이 갖가지 논란 속에 개최될지라도, 남북 정상이 만나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은 높다. 회담의제를 세분화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이지 못한 허울만 좋은 회담 선언문에 호응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제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7년이 지난 후 개최되는 회담이니만큼, 남북관계가 조금이라도 호전되기를 바란다. 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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