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기대보다 냉정한 자세로
제 1차 남북정상회담은 김대중 정부 시절, 2000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평양에서 열렸다. 이후 양국 정상은 6월 15일 6. 15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처음으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뜻 깊은 행사와 달리 거액의 현금이 뒷거래로 북한에 흘러갔다는 사실이 밝혀져 실망감이 컸다. 그래서 돈으로 주고 산 남북정상회담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다. 이런 이유로 인해 2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는 사실에 기쁨보다는 의혹의 눈길이 거세다. 개최시기, 장소, 의제들의 불만과 함께 모종의 뒷거래나 북한에게 줄 선물용 프로젝트가 추진될 가능성을 염두 해두고 하는 말이다. 우선 대선을 3개월 남짓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이 마지막 이벤트 또는 대선용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다음 번 회담 개최지는 서울로 합의했던 것과 달리, 평양에서 개최된다는 점과 의제가 불투명하다는 점 등이 제 2차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들이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주제에 관계없이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어떤 카드로 내놓을까
서울대 통일연구소가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성인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통일의식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6.8%가‘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가 시급하다’고 응답해 반대의견에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들이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적이다. 다만 무엇을 합의하고, 어떤 결과를 도출해내고, 또 얼마나 투명하냐가 남북정상회담의 본질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 경제협력 확대, 군사적 긴장완화가 제 2차 남북정상회담에 논의되어야 할 의제로 꼽았다. 사실 남북 간에 논의해야 할 대상은 수없이 많다. 북한 핵, 평화체제,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남북 경협 및 교류, 납북자 및 이산가족 문제 등이 산재해 있다. 정부가 회담의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으나, 대체로 북핵문제, 군비통제, 평화체제 및 경제협력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느 하나 다루기 쉬운 의제가 없다. 특히 2. 13합의의 초기 이행단계를 수행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북한 핵을 남북정상회담보다는 6자회담, 특히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풀고 싶어 할 가능성이 많다. 북한은 영변원자로 가동 중단 등 북핵 폐기 등에 대한 노력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일부는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6자회담에서 얻어내지 못했던 경수로 공사 재개 등의 어려운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관측하고 있다. 또 이번 회담에 대해 경제적인 지원을 받아내려는 북한의 의지가 강하다는 평가도 있으므로 냉정하게 회담에 임해야 한다는 게 정론이다.
회담 개최 과정에 투명성 확보
1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당시, 많은 국민들의 기대감이 컸다. 남북 정상이 만나 화해와 협력 및 통일방안을 논의한다는 사실 자체가 가져오는 영향력이 높았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2000년 한 번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남북 정상들이 만난다는 수준에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냉정하게 회담에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대선용이나 이벤트, 북한 퍼주기 식으로 끝난다면 엄청난 비난을 짊어져

2차 남북정상회담이 갖가지 논란 속에 개최될지라도, 남북 정상이 만나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은 높다. 회담의제를 세분화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이지 못한 허울만 좋은 회담 선언문에 호응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제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7년이 지난 후 개최되는 회담이니만큼, 남북관계가 조금이라도 호전되기를 바란다. NP
최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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