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단체와의 협상불가 원칙 깨
통신인 <파지와크 아프간통신>은 이날 탈레반 협상 대표 카리 바시르의 말을 따, 양쪽이 한국군과 한국인 선교사·비정부기구 회원의 철수와 탈레반의 수감자 석방 요구 중지 등을 담은 5개항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이 수감자 석방이라는 핵심 요구사항을 철회한 데 대해,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한국 정부의 권한 밖임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쪽은 탈레반 수감자 가운데 노약자 등이 사면을 받도록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피랍자 석방 시기에 대해, 천 대변인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지금까지 피랍자 12명과 통화를 해 신변에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직접 대면 협상 나서

향후 유사 사태 재발 가능성 높여
그동안 이슬람권과 중동, 아프리카, 중앙아시아는 우리 외교의 불모지대나 마찬가지였다. 아프간 피랍사태로 시험대에 오른 정부는 이번 사태 직후 총력을 기울였다. 이번 사태 전 아프간에는 겨우 외교관 3명이 나가있는 상태였다. 우리 정부가 제3세계와 이슬람권을 얼마나 경시해 왔는지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다. 석방 교섭 과정에서 아프간에 나간 정부협상팀은 20여 명으로 늘어났다. 서울의 한 외교관은 “남북 정상회담과 함께 아프간 인질 사태는 노무현 정부의 임기 말 외치(外治) 성과를 좌우할 변수였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7월 21일 1차 살해 시한을 몇 시간 앞두고 CNN 방송을 통해 “우리 정부는 조속한 석방을 위해 관련된 사람들과 성의를 다해 노력할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으며, 탈레반이 요구했던 다산, 동의부대 철군 요구에 대해서도 “연말까지 철수할 것”이라고 즉각적으로 대응을 했다. 인질 전원 석방 합의안은 ▲아프간 파견 한국군의 연내 전원 철수 ▲아프간에 체류 중인 한국 민간인 8월 내 전원 철수 ▲아프간에 기독교 선교단을 다시는 보내지 않을 것 ▲탈레반 죄수 석방 요구를 접기로 했으며 ▲한국인 인질들이 아프간을 떠날 때까지 공격하지 않겠다는 5개항이다. 이번 아프간 인질 전원 석방 합의는 한국 정부로선 낯선 이국땅에서 발생한 집단 피랍 사태를 해결했다는 측면에서 외교적 성과가 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테러세력과의 협상 불가’라는 국제 사회의 원칙을 너무 쉽게 포기했다는 지적도 있으며 비슷한 시기 독일인들이 인질로 잡힌 다음 아프간 주둔 독일군을 증파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결단과 비교하는 시각도 있어, 한국은 국제적 이미지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가 직접 나서 탈레반의 요구조건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연출됨에 따라 앞으로 세계 각지의 충돌ㆍ위험 지역에서 한국인이 주 표적이 될 가능성이 커져, 향후 유사사태의 재발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우려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NP
장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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